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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이정식 外, <PD란 무엇인가> (김영사on. 2014, 4.)

 

 

 

 

전 한국PD연합회 회장이자 MBC 시사교양 PD인 이정식과, 주로 KBS, MBC, SBS, EBS와 같이 '공중파' 방송국에 소속된 41인의 PD가 한 꼭지씩을 맡아 썼다. 부제는 '현직 PD 42인이 전하는 PD매뉴얼'이다. 매뉴얼이라면 PD와 인접한 직군의 사람이 참고할 수도 있고 PD를 기용하려는 사람이 참고할 수도 있겠지만, 출판사의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여러 독자 가운데에서도 특히 PD지망생들을 위해 엮었다고 한다. 당연히 주된 내용은 PD 시험을 준비하는 요령과 PD가 된 다음에 수행하는 직능 등에 관한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목차를 가져와 보자.

 

1부 PD 시험 준비, 스펙보다 스토리다
2부 세상을 향한 PD의 시선
3부 PD, 세상을 편집하라
4부 PD를 향한 도전기

 

1부와 4부는 일종의 수험 참고서인 이 도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책장을 넘겨보면 에세이 형식의 합격기 뿐 아니라 '스펙 관리 요령', '역량면접', '다면심층평가의 실제', '기획안 작성법' 등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이 실려 있다.

 

2부 '세상을 향한 PD의 시선'은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PD로서 갖추어야 할 직능적 자질, 혹은 개인적 품성 등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짐작된다. 각 꼭지들이 드라마/예능/교양 등 총 12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실제 해당 부서에 재직하고 있는 PD들이 하나씩 맡아 쓴 것을 보면 짐작은 더욱 힘을 얻는다.

 

3부의 제목인 'PD, 세상을 편집하라'는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실제 방송을 구성하는 요소, 방식, 그리고 현장 경험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네 개의 소챕터의 제목은 각각 'PD와 스태프', '방송 기획', '대본과 큐시트', '현장 연출'이다.

 

개인적으로 참고할 부분적인 정보가 있어 읽게 된 책이다. 전권의 메시지를 다 요약해 전달할 생각은 없고, 오늘의 독후감에서는 장단점을 간명하게 정리해 두는 것에 그치기로 하겠다.

 

먼저 단점.  '한국PD연합회'에 속해 있다고는 하나 각기 소속 방송사와 부서가 다른 PD들이 개별적으로 한 꼭지씩 쓴 것을 취합한 것이라 유기적인 연결성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각기 다른 목차에 속해 있지만 꽤 많은 글들이 자신의 PD 합격기나 PD가 되어서 겪었던 희노애락, 거기에서 얻은 개인적 깨달음 등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있다. 굳이 '피디란 무엇인가'와 같이 광범위한 기획의도로 출발하지 말고 '피디는 어떻게 되는가'나 '피디는 무슨 일을 하는가', 아니면 '피디에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와 같이 하나의 주제만을 정했더라면 좀 더 깔끔한 구성, 적당한 분량, 합리적인 가격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장점. 그런데 공중파 PD의 수 자체가 워낙 적고 그나마도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추세이니, 현업에 있는 사람이 말해준 것이라면 비록 개인적 체험이 됐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횡설수설이 됐든, 정보로서의 가치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게다가 한 꼭지씩 맡아 글을 쓴 PD들 중 많은 수가 방송 업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귀에 익은 이름들이다. 말하자면 '업계'를 대변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공중파 PD에 뜻을 둔 사이라면 이런 사람들이 여는 특강이나 강연 등에 돈을 내고라도 참여하고 싶을텐데, 그 특강이나 강연의 대본에 하는 내용이 40꼭지가 넘게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나와준 것이다. 목차가 어떻게 됐든 구성이 어떻게 됐든 아무튼 내용의 유용성에 있어서는 가격 대비 만점이라 할 수 있겠다.

 

총평. 부제 그대로 PD라는 직업을 갖고 싶거나 혹은 준비하려는 사람에게 크게 도움이 될만한 매뉴얼이라 할 수 있겠다. 단 실제로 이미 준비를 시작해서, 스터디나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이미 '업계'의 정보를 알 만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더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는 고등학생, 대학생 제자 가운데 장래 희망을 PD로 정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추천해 줄 책으로 활용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