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다'는 사투리에 가까운 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니 맞춤법에 관한 논의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나'를 쓰고자 했으나 기실 나고 자란 고장에서는 별로 쓰지 않는 말이라 그 인위적인
느낌이 싫어서...
보미는, 올챙이같은 느낌이다. 올챙이가 싫다면 송어라고 해도 좋다. 어쩐지 잡을 때마다 손가락 사
이로 요리조리 쏙쏙 빠져 나가는 느낌이랄까. 만날 때마다 단 한 번의 예외없이 묘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사람이지. 붕어같은 경아처럼 어쿠야, 잡았구나!하고 뿌듯한 느낌을 갖기에는 아직
서로 약간 부족한 듯... 12월을 계기로 하자. 후배들이 입학하여 '언니는 언제 대호오빠같은 사람이
를 알게 되었어요?'하고 물어오면 대뜸 2002년 12월이 머릿속에 퍼뜩 생각나도록, 12월을 그 계기로
하자꾸나.
어제 연극과 인생은 큰 산고를 겪었다. 왕왕고학번 선배님의 입회와 지도하에 처음으로 연기연습
세미나를 가졌더란다. 그래서 연극연습이 끝난 이후 처음으로 (다른 관객들 없이) 우리 배우들 앞에
서만 연기를 해야 했는데, 애들한테는 큰 부담이 되었을 테지. 부담을 집으로까지 이어간 사람들도
많고, 나도 물론 그 중 하나이지만. 거기에도 네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바쁜 중에 시간 내어
지난 공연 촬영을 해 준 것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지만, 내가 이뻐하는 놈들이 다 같이 연극하면서
굴러 다니길 원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그렇다고 해도 좋다. 한참을 더 써 내려갔다만, 역시 문
자로 진심을 표현하기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지우고 말았네. 그럼 다음 이야기는 12월에.
여하튼, 크리스마스 트리와 선물도 잔뜩. 그리고 (되도록 지켜지지 않았으면 하는) 크리스마스 약속
까지 해서, 보미,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