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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인천을 떠났다 신촌으로부터의 이사를 마친 일주일 후, 인천 본가의 짐을 뺐다. 인천으로 가기 전 새 주소의 동사무소에 들러 전입신고를 했다. 월세를 전전했기 때문에 그간 내 주소는 쭉 본가로 되어있었다. 몸이야 십수 년째 서울에 와 있었지만 이젠 정말로 빼도박도 못하게 서울 시민이구나, 그래도 이젠 내가 뽑는 이가 시장 되겠네 하는 등의 생각이 들었다. 지역구 국회의원도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의원에서 지지하는 정당의 의원으로 바뀌었지만 적만큼도 못한 아군이라 씁쓸했던 것은 함정이다. 인천의 짐은 책 말고는 딱히 쌀 것이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의외로 편지나 소품 등을 모아놓은 것이 잔뜩 되었다. 그 중에는 대학교 신입생 때 하고 다니던 귀걸이도 있어 땀 흘리는 와중의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어지간히 튀고 싶으셨구만. 인.. 더보기
신촌을 떠났다 지금은 이사를 하고 맞는 첫 토요일의 아침.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을 기억의 재료 삼아 간단히 정리해두려 한다. 이사 일주일 전. 광명의 이케아 가서 휩쓸어온 가구들이 배송됐다. 그 가운데 혼자서 조립할 수 있어뵈는 것은 미리 좀 해두기로 했다. 손맛도 익힐 겸 스툴부터 조립해봤다. 요런 박스에 담겨있는 것을 까내어 하나하나 맞춰나가고 마침내 완성된 형태의 물건이 나타나면 스스로가 일등 목공이나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연극부 때 무대 만들던 실력 어디 안 갔구만, 하는 개인적인 소회도 덧붙는다. 이것이 패착의 지름길이다. 다음 난이도인 티 테이블에도 도전해본다. 내가 쓸 일은 없고 이따금 방문할 손님용으로 산 것이다. 물건의 크기만 커졌지 조립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그 사실을 통찰하기란 .. 더보기
이사 경과 오늘은 팔월 셋째 주의 토요일. 월요일에 집을 보기 시작해서 수요일에 집 계약을, 목요일에 새 가구 구입을 마쳤다. 둘 다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하고 행동력 있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도 시간이 빠듯하고 일주일 내내 피곤했다. 집은 적당한 것이 있었다. 예산도 시간도, 이번에는 만사 다 마음에 차게 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일단 모든 책의 수납이 가능한 공간의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맨 처음에 본 집이 꽤 마음에 들어서, 시작이 이러니 여기서부터 얼마나 점점 더 좋아질까 기대를 했는데 다니면 다닐수록 첫 집이 가장 좋았다. 첫눈에 찍은 답안은 틀려도 후회가 적다는 것이 평소의 신념이다. 집의 용도가 확실해서 가구의 선택도 그닥 어렵지 않았다. 취향을 반영할 여지가 적었던 것이다. 마땅한 취향이 없던 내게는.. 더보기
밤에 늦은 밤. 밤을 새워 해야 할 일이 생겨 대충 옷을 걸쳐입고 편의점으로 나섰다. 평소 물 외의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는 터라 이따금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효과가 굉장하다. 사내 혼자 사는 것이 안돼 보였는지 나는 심심치 않게 불특정 다수로부터 밑반찬을 공급받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것은 멸치볶음이다. 장조림이 상할 것 같으면 술안주로 먹으면 되고 카레가 남아돌면 우동면을 넣어 먹거나 돈까스 위에 부어 먹으면 된다. 하다못해 산더미같이 쌓인 김치도 작심하고 몇 끼쯤 곰탕을 끓여먹으면 군둥내 나기 전에 처리할 수가 있는데 멸치볶음만은 멸치볶음에다 밥을 말아 먹어도 도무지 줄지를 않는다. 도와주신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나는 밤에 마실을 나갈 때엔 멸치볶음을 한줌씩 쥐고 나아가 골목길 언저리나 .. 더보기
이사 다음달인 구월 초, 인천의 본가가 이사를 가게 됐다. 오륙년 생 아버지는 은퇴를 앞두고 생활의 규모를 줄이고 싶다 하셨다. 기왕에도 우리 가족에게는 큰 집이긴 했다. 쓰러진 할머니를 모시기 위해 들어갔던 집인데 할머니는 이사를 며칠 앞두고 돌아가셨다. 그렇게 이렁구렁 이십여 년을 살아온 집이다. 인기 없는 중대형에서 인기 많은 중소형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니 경제적인 손해는 있을지언정,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는 것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본가에 남아있는 내 짐이 문제가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대체로 나와서 산 생활이다. 정작 본가에 산 건 조각조각 다 모아봐도 사 년이 채 안 된다. 옷이 됐든 이불이 됐든 매일같이 긴요한 것들은 언제나 서울에 있었다. 본가에 있는 것은 없고서도 십 년이 .. 더보기
심야, <인사이드 아웃> 관람 인기있는 영화라지만 자정에 가니 사람이 별로 없어 편하게 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소리내어 웃게 되는 영화를 본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컷이 끝나자마자 불이 켜졌지만 조금이라도 더 여운을 즐기고 싶어 스탭 롤을 다 보고 나왔다. 영화 자체로서도 매력적이지만 특히 미드 의 팬이라면 반가운 이름들을 다수 발견해서 더 즐거웠을 듯. '슬픔' 역을 맡은 필리스Phyllis Smith와 '까칠' 역을 맡은 민디 캘링Mindy Kaling은 목소리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앗 하고 놀라며 알아챌 수 있었지만 잠깐 스쳐가는 역할을 맡은 라시다 존스Rashida Jones는 스탭 롤을 보고 나서야 출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인공 여자아이의 머릿속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은 '즐거움'.. 더보기
여름휴가 한 주만 더 있으면 팔월인데 두 달이 넘도록 맨 위의 게시물이 똑같은 것도 마음에 걸려 이번 여름에 휴가 다녀온 사진을 몇 장 올려둔다. 동해안의 윗자락인 고성에 다녀왔다. 사람이 적어서 고즈넉해 좋았고 해변가로 이어져있는 자전거길을 봐둔 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소득이었다. 더보기
조각 무지개 강의가 하나 뿐이고 날씨가 좋아서, 자전거로 출퇴근하였다. 한강을 타고 돌아오는 길, 마포대교를 지나다 보았다. 조각무지개. 귀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한참 쳐다보고 있자니 태양쪽을 향해 만세를 부르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삼각 유리잔에 담긴 망고빙수 같기도 하고. 더보기
고맙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을 때가 많다. 꽃과 편지를 받고 보니 내가 뭘 가르치기는 가르쳤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고맙다. 더보기
크로스커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이렁구렁 지내는 한 때. 그림과 여행까지 따로 카테고리로 독립시키고 나니 생각없이 지내는 일상 덕에 일기 란은 귀신나오는 집마냥 비워놓은지 오래다. 그나마 오늘은 하릴없는 웹서핑 도중 아주 오랜만에 굉장히 갖고 싶은 물건을 찾아서 기록 삼아 남겨둔다. 언젠가는 도전해 봐야지 싶은 취미 가운데 주변의 만류가 가장 강한 것은 역시 오토바이이다. 말리면 말릴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지마는 다른 취미에 비하자면 초기 투자 비용도 어느 정도 있고 게다가 면허를 딴 때부터 적성검사가 다시 나오는 올 해까지 단 한 번도 운전을 해 본 적이 없는 탓에 차일피일 미루는데. 구체적인 구매 일정이 있지는 않지만 사게 되면 이것을 사겠거니 싶었다. 혼다의 벤리 110이다. 벤리에 관해서는 일.. 더보기
색칠공부 요새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유행하는 상품 가운데 성인용의 색칠공부가 있다. 어릴 때 갖고 놀던 색칠공부와 똑같다. 바탕에 각각의 색을 칠해야 할 부분이 이미 구분되어 있고 무슨 색을 칠해야 하는지도 표시되어 있다. 거기에 필요한 물감과 굵기 별 붓 세 자루를 더해서 세트로 파는 것이다. 이 상품군이 인기를 끌었던 것인지 등장한 초기에는 그 종류가 심상한 정물화 정도 뿐이었는데 일 년 정도가 지난 지금에는 각종 고전 명화 및 현대미술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한 업체에서 올린 상품군 중에, 내 스마트폰의 단체 채팅방 바탕화면으로 오랫동안 썼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인 알퐁스 무하의 작품들이 올라왔다. 기왕에 흥미가 있던 차에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올라왔으니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무하의 여러 작.. 더보기
망원동 인공위성 예술가인 송호준 씨가 개인 자격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올리는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을 보았다. 이런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었지만 바빠서 시간이 안 나기도 했고 잠깐이라도 짬이 났을 때에는 같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바쁘기도 했다. 와중 즐겨듣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에, 이 영화의 감독이 쓴 제작일지가 소개되고 또 감독이 직접 출연해 촬영 중에 느꼈던 소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듣다 보니 마침 교토에 다녀오기 전후해서 고민하고 있던 문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 혼자서라도 보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도 많은 상영관에 걸리지 않았고, 그나마도 개봉한지 시간이 좀 지난 지금까지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지 못해,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았다. 마침.. 더보기
이래서 가훈이 절약이래도 쇼핑은 가끔 해줘야 하는 거다.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 그러니까 어쩌면 이번이 생애 처음일 수도 있는 팬티 구입.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삼만 원 이상이라야 무료배송 해준다길래 눈에 띄는대로 툭툭 집어다 장바구니 넣어서 결제했는데. 분명 제 눈에 좋아 보였으니 주문했을 것이지마는 택배로 받아놓고 보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세 개씩이나 샀는지 알 수가 없다. 이래서야 살다가 오빠는 팬티 안 갈아입느냐는 말을 들어도 가만히 있는 것이 좋겠다. 오빠 사실은 똑같은 팬티가 세 장이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더보기
(신흥) 밥도둑으로부터 받은 글 네 죄를 사하노라. 더보기
응? 반대 아닌가. 더보기
새해 첫 일기는 오랜만의 벗인 명예훼손 신고. 신고를 당한 게시물은 '독서일지'에 올린 옥성호 씨의 독후감 이다. 이로써 이 블로그의 종교서적 관련 독후감 및 종교이슈 게시물은 모두 신고를 당한 기록을 갖게 됐다. 그 나마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신고의 주체가 이전에는 일관되게 '한국인터넷 선교네트워크'였던 것에 비해 이 번에는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몇차례의 피신고와 복원신청 절차를 거치면서 '한국인터넷 선교네트워크'가 대형교회 신자들로 이루어진 대리 집단이며 온라인 상의 대형교회 관련 게시물마다 명예훼손 신고를 남발하기로 악명높은 단체임을 알게 된 과정 은 이미 이 블로그에 소상히 밝혀놓은 바 있다. 그런데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는 처음 보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하여 검색을 해보니 작년에 각.. 더보기
세밑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지 한 달하고 보름 정도가 넘었다. 그 사이, 나는 학생들의 기말고사를 맞아 강의가 없는 3주 가운데 17일을 사용해 일본의 교토에 다녀왔다. 사회인 치고는 상당히 길었던 일정이라 귀국하자마자 다녀오는 동안 접어두었던 일들을 정신없이 처리하고, 또 잠시나마 한갓진 틈이 나면 정리도 못한 사진 더미와 연습장에 끄적인 여행기 따위를 들춰보며 여흥을 음미하고 지냈다. 마침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강의가 당일에 취소되어 갑작스레 시간이 났고 또 문득 생각해보니 최근 몇 년 가운데 가장 쉽지 않았던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짧게나마 기록을 남겨둔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할 터이니, 내년에는 부디 복을 좀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부디 새해 복 많이.. 더보기
카페 그녀 집으로 가기 전 잠시나마 몸 좀 녹여두고 출발하려고 들른 카페 꼼마에서. 에어컨 옆에 숨어있는 수 짱을 만났 다. 오랜만에 만난 사연 있는 사이처럼 마주보고 서서 한참 있다가 왔다. 더보기
냉장고 도둑에게 부치는 글 월세에 살면서 겪는 골치아픈 문제 가운데 하나는 공동 냉장고의 음식을 훔쳐먹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비누나 샴푸를 다른 사람이 쓰는 게 싫다면 내 목욕바구니를 만들어 놓고 화장실로 샤워하러 갈 때마다 들고 다니면 된 다. 하지만 음식은 그럴 도리가 없다. 고시원에 살 때엔 그럴 일이 없었다. 한 층에 4-50명이 사는 터라 애당초 냉장고에 자리도 없었고, 조금 과장해 서 말하자면 음식을 넣어둔 뒤 삼십 분만 있다가 가 봐도 없어져 있는 터라 아예 쓰질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의 음식만 사든지, 혹은 남더라도 방 안에 놓아두었을 때 상하지 않는 종류의 음식만을 사던 기억이 난다. 지금 사는 월세집으로 온 지는 사오년 여가 됐다. 그간은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그러니까 좋게 봐주자면.. 더보기
2014년 10월 27일 이제 멀지 않은 언젠가부터는 몇 개의 멜로디와 그룹 이름, 그리고 요절한 천재 뮤지션 등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주워섬기지 않고서는 그를 설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음을 울린 노래도 몇 곡이나 있지만 특히 머리에 뱀을 새긴 뒤로는 그를 형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애틋한 마음이 드는 그의 화법도 이제는 들을 수 없 다. 신해철. 향년 46세. 더보기
포장마차 퇴근길에 지나면서 항상 손만 빨던 포장마차. 시간이 난 틈을 타 마침내 가보았다. 등이 왔다갔다할 정도로 바람 이 썡썡 부는 날이었지만 오랜만에 먹는 물것 안주와 뜨끈한 독구리 한 병 덕에 훈훈하게 한 차 잘 먹었다. 청주 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더이상 말이 끌지 않는데도 계속 마차라고 부르는 것은 참 멋진 게으름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며칠이 지난 뒤 지나가다보니, 천막이 쳐져 있었다. 다리 밑의 노천 포장마차라는 특색이 가리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지만 눈이 펑펑 오는 겨울 날 찾는 재미를 떠올려 보니 그 또한 나름의 맛이 있겠다 싶었다. 오늘 귀가길에 총총 걸음으로 지나다 흘깃 쳐 다보니 다리의 바로 밑에서 장사하던 것이 조금 옆의 골목길로 옮겨져 있었다. 혹 찾을 분은 참고하시라. 더보기
멋쟁이 예전에 어떤 소녀로부터, 자기 인생의 목표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 참 이상한 계획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인데, 오늘 낮 버스에서, 저런 모습을 목표로 살아야겠다, 고 생각하게 되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인상적인 문구를 읽으셨는지 격정적인 손놀림으로 책을 탁, 탁 치는가 하면 이따금 고 개를 젖히며 작게 웃기도 했다. 그런 기쁨을 놓치지 않고 살고 싶다. 더보기
학교 앞 시즌마다 바뀌는, 학교 앞 뽑기. 장군님 천만 넘기시더니만 끈끈이한테까지 이름을 올리시는구나. 장군님의 명량 끈끈이가 100원이관대 드래곤 길들이기가 무엇이라고 500원이란 말이냐. 불충한 자들 같으니. 게다가 드래곤 모양도 하나 없으면서. 그러는 끈끈이는 거북선 모양이냐고 반론하면 할 말이야 없지마는. 더보기
근황 몇 장의 사진으로 근황을 남긴다. 어디까지 면책해는지도 말해줘야지. 고등학교 동창들과 홍대에서. 가장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십삼 년만이다. 민석, 봉창, 준철. 틈나면 낙서도. 극렬 호머빠를 위해 그렸다. 길 한가운데서 식빵 굽는 고양이. 미동도 없어서 내가 돌아갔다. 더보기
출발 전에 자전거를 산 뒤로 한참 신나게 뽈뽈 돌아다니다가 한풀이 꺾인지도 석 달 남짓, 짐을 다 싸놓았다가도 전날 밤에 다시 풀어헤친 것만 수 차례였던 새재자전거길로 드디어 떠난다. 아침 여덟 시. 더보기
고맙다 겨울방학 때 또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2학기 내에서의 수업은 한 차례 끝나게 되는 한 반의 마지막 수업에서 받았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며 느낀 바를 각기 쪽지에 써서 유리병에 담아주었다. 딱히 쓸 일이 없거 나 쓰고싶지 않은 일이 있거나 해서 특히 일기 카테고리는 비워두는 날이 점점 많아지는데, 이런 일을 써두지 않 으면 무엇을 쓸까 싶어 적어둔다. 값비싼 레고도 자주 받다보면 어느샌가 익숙해지는데 마음만은 받고 또 받아 도 언제나 기쁘다. 고맙다. 업데이트. 일기를 쓰고 나서 다시 한번 하나하나 펼쳐 읽다가 마음에 남는 쪽지가 있어 따로 올린다. 인상을 남기려는 전략이었다면 성공했음을 알린다, 오바. 더보기
생일 머쓱해서 짧게만 쓰고 갑니다. 축하들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축하받을 만한 삶이 되도록 살겠습니다. 더보기
광화문, 문재인 강의가 끝나고 광화문을 지나니 열한 시.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긴 했지만 없어도 들를 참이었다. 차기 대권 주자 이자 야권의 최대 파벌 중 하나인 친노계의 잠정적 수장이라지만 시민도 기자도 떠난 열한 시의 광화문 세월호 천막에서는 그도 단식 이틀째의 할아버지였을 뿐이다. 그를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이렇게 적은 사람들과 함께 본 적은 처음이다. 다가가 말을 붙였더라면 함께 앉아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었을,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실례가 될 것 같아 멀리서 찍은 것이다. 일기를 쓴 것도 오래 되었지만 시사에 관한 생각을 적은 것은 더욱 오래 되었다. 지식과 생각이 거칠었음을 인정 하고 더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라 그렇다. 그러나 한밤중에 고작 몇 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성경을 넘기고 있는 그를 보니 기록으로 남겨.. 더보기
안나 생일 축하해. 더보기
긴장 풀지 마라 언제나 보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