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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5

이사 경과

 

 

오늘은 팔월 셋째 주의 토요일. 월요일에 집을 보기 시작해서 수요일에 집 계약을, 목요일에 새 가구 구입을 마쳤다. 둘 다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하고 행동력 있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도 시간이 빠듯하고 일주일 내내 피곤했다.

 

집은 적당한 것이 있었다. 예산도 시간도, 이번에는 만사 다 마음에 차게 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일단 모든 책의 수납이 가능한 공간의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맨 처음에 본 집이 꽤 마음에 들어서, 시작이 이러니 여기서부터 얼마나 점점 더 좋아질까 기대를 했는데 다니면 다닐수록 첫 집이 가장 좋았다. 첫눈에 찍은 답안은 틀려도 후회가 적다는 것이 평소의 신념이다.

 

집의 용도가 확실해서 가구의 선택도 그닥 어렵지 않았다. 취향을 반영할 여지가 적었던 것이다. 마땅한 취향이 없던 내게는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각각의 자리에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저렴한 가구를 골랐고 그나마 고민하다가 슥 끼워넣은 어릴 적부터의 위시 리스트 중 하나는 아래층을 책상으로 쓸 수 있는 이층침대였다.

 

광명 이케아는 넓었다. 살 물품의 위치까지 미리 파악해 두고 갔는데도 처음 방문하는 신세가 되고보니 매장 구조를 파악하는 데만도 한참 걸렸다. 최근에 이사한 친구들로부터 조언을 구하여 화장실 솔과 같은 소품 수준까지 구매 목록을 확정해 인쇄해 갔다. 추가로 든 시간은 점찍어두었던 제품이 실제로 보니 좀 별로여서 동종의 다른 제품을 찾아야할 때 정도였다. 쇼룸을 기웃거리거나 생각치 않았던 제품을 구매하는 등의 시간은 거의 없었는데도 꼬박 여섯 시간을 걸어다녔다. 일정 빠듯한 여행 때에나 쓰는 종종걸음으로 혼자 다녔는데도 그랬으니 동행이 있어 담소를 나누며 노닐었다면 목표시간을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대로 일을 하러 가야 해서 제일 작은 소품 하나까지 모두 배송을 시켰다. 이케아에는 지역별로 고정된 택배 금액이 있는데 물품이 25건이 넘을 때에는 건당 2000원 씩의 추가금액을 내야 한다. 다행히 작은 소품들은 큰 박스 하나에 넣어 한 건으로 처리해 주었다.

 

강의가 몰려있던 금요일이 지나고 토요일인 오늘에는 가구가 배송된다. 모두 이케아식 조립가구이다. 책장과 침대 등 큰 가구들이 있어서 혼자서는 정확한 위치를 잡고 나사를 박는 일이 어려울 것 같아 사촌형을 불렀다. 형은 휴일인 내일 일요일에 온다 한다. 작은 가구는 오늘에라도 혼자 미리 해둘까 싶기도 하다. 구입한 가구의 소개와 조립 과정 등은 따로 분리해서 한 편을 쓰려 한다. 나도 그렇게 해 준 블로거들 덕에 짧은 시간의 검색 만으로도 여러 개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 사는 서울집의 짐 이사는 다음주 수요일에, 인천 본가에 남아있는 짐의 이사는 그 다음주 수요일에 진행한다. 눈으로 살피거나 전화로 결정하는 등의 일은 대충 끝나고 오늘부터 몸을 쓰는 과정이 시작이라 한차례 정리하는 기분으로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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