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신촌. 후배들과
석호 아저씨, 신각이, 세로, 현수, 규용이, 원영이, 헌성이, 그리고 안방마님 박지원 선생과 일군의 09들과 함께 신촌에서 마셨다. 작으려면 아예 작든가, 크려면 스무 명 넘어가는 술자리가 즐겁다. 중간에 왕림해 주신 30대의 석호 아저씨는 주름이 하나도 안 늘었다며 과찬을 해 주셨지만, 그럴리 가. 동생도 이제 내일 모레면 서른인데. 연극부의 누나들이 분장을 해 주며 사내애가 모공 하나 없다 고 욕설을 퍼붓던 것은 어느덧 십여년 전의 일이다. 1차와 2차 술집의 조명이 어두웠던 탓도 있고, 같이 있었던 후배들이 대부분 과히 노숙한 외양이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히려 석호 아저 씨의 고운 웃음 주름살이 부럽다. 자칭 백수 중인 신각이는, 연기를 업으로 삼고 싶다는 후배와 상담을 해 주며 못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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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의 전역
나이에 맞춰 군에 다녀왔더라면 그리 신기할 것이 없을 것이다. 스물 일곱이 다 되어서야 제대를 한 나는, 기왕부터 알던 것이 아니라 제대한 후에 만난, 나이 차가 꽤 나는 후배들이 칭얼칭얼 우는 소 리를 하며 입대를 했다가는 어느새 하나둘 전역을 했노라 어정쩡한 머리 길이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 미안하고,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해서, 마음이 짠하다. 그런 동생들 중 하나인 우람이가 건 강하게 군생활을 끝냈다길래, 오랜만에 허리띠와 지갑 끈을 풀고 진탕 마셨다. 사진은 함께 마신 지 훈이, 현수, 우람이, 정현이, 세현이, 아름이, 지원이. 모두들 방학 잘 보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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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는 형편인데도 책을 잔뜩 사거나, 딴짓할 여유 없는 한 때인데도 그림을 몇 장 씩 그려대거나 하고 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당장의 숙제와 발표 준비만을 근근히 해 나간다. 생 각은 좀처럼 들지 않고, 부러 하지 않는다. 덕분에 지난 보름동안, 말과 행동은 스스로가 보아도 좀 멍청이 같다. 유시민의 이름이 나오고, 이재오의 이름이 나오고, 박근혜의 이름이 나온다. 벌써, 다른 이름들을 말해도 좋은 때인가. 아니면 내가 멍청하게 아직도 그 이름을 붙잡고 있는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북한이 핵을 쏘고 연평도에서 오락가락한단다. 미국발 경제위기 얘기가 다시 신문 지상을 덮는다. 앗차, 뒈지거나 배고픈 건 싫지, 하는 소리가, 어디서 들린다. 귓전인지 귓등인지 귓속인지, 정말로 잘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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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내가 도대체 얼만큼 모르는지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조차 모르는 한 때에도, 단계가 있음을 알게 되는 요즘이다. 아직도 누군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 헤매고 있는 일 이 다반사이지만, 그런 헛발질들도 쌓이다 보면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숙제도 아니고 논 문 주제도 아닌데 혼자 멋부린답시고 논문을 뽑는다 원문을 읽는다 수선을 떨었던 공부들이, 수업을 위한 공부를 하던 중 밤하늘의 비행기에서 보는 산골의 풍경처럼 이따금 깜빡, 깜빡, 명멸하는데, 얼 핏 무의미해 보이는 그 시간에 대해 가졌던 회의의 깊이만큼 높이 올라 나를 기쁘게 한다. 시간이 아주, 아주 많다면, 한 10년쯤 멈춰 버리거나, 아니면 요새 항상 생각하듯 1분 자면 1시간 잔 것과 똑 같다거나 한다면,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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