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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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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 희끄무레했던 하늘에서는 자정이 넘자 비가 내린다. 기세가 약하고 창문은 닫혀 있던 터

라 컴퓨터 한 대만 켜져 있어도 미처 듣지 못 할 소리였지마는, 마침 연구실에 혼자 에어컨도 끄고서

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터라 그 시작을 알 수 있었다.

-고시원 앞 과일 트럭에서는 한동안 입에 달고 살던 토마토가 들어가고 참외와 복숭아가 나왔다. 과

일 파는 형은 요새 비가 와서 그렇게 달지는 않을 거라며 참외 삼천 원어치를 이천 원에 주었다.-

참외를 사기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과일칼을 손에 잡았는데, 며칠 동안은 깎아내는 게 반이더니 이제

는 제법 각이 잡혔다. 사가락사가락 껍질을 깎아내고, 한 조각을 웅큼 베어내 소리를 내며 먹는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한층 크게 들으면서 참외를 깨물자, 비 냄새와 과즙의 단내가 코를 꽉 채운다.


사방이 온통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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