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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9

이화여대, 지희와 친동생이라고 하여도 이 가슴에 단 한 치의 부끄럼 없는, 로또 천 억을 맞으면 십 억씩 나눠 줄 주변 인 리스트에서 칠 년 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굿 닥터 전문 상연집단 의 두터운 이력에서도 명실상부한 최고의 건달 배우였던, 송지희 군과 오랜만에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의 애정일랑은 천지가 눈에 덮인 겨울에 홀로 푸르른 소나무처럼, 모두가 헛되 이 사랑을 발사하는 신입생 시절로부터 멀어지면 멀어 질수록 더욱 빛날 것이라 큰소리 뻥뻥 쳤지마 는,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말처럼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귀납적으로 차근차근 씁쓸하게 확인 해 나가는 서른 즈음에서 지희만큼 해가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신뢰하게 되는 관계는 많지 않다. 게다 가 아버님의 복분자 사업이 더욱 잘 되고 있다니. 마음 같.. 더보기
<박쥐thirst> (박찬욱, 2009) 관람 봐야지 봐야지 벼르던 를 봤다. 관람 전 읽었던 한 블로거의 글처럼, 장면장면에 들어간 공력 , 혹은 재력 (꽤나 돈 들어간 것 같은 몇몇 장면의 카메라 워크에는 정말 놀랐다.)은 이전의 영화들과 비교해 크게 인상적인 수준이었지만 '박찬욱 특유의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에는 지루해서 하품이 다 나왔다. 전작들을 그 해마다의 베스트 5에 항상 넣어 왔던 팬이기도 하고, 영화가 시작하며 cj enter tainment 뒤에 장엄하게 뜨는 universal 로고에 한편으로 감격하며 달뜨게 시작한 관람인데 별 특징 없는 스탭 롤이 끝난 후에는 지희와 미간을 찌푸리며 나왔다. 언론에서 떡밥 식으로 던지는 '짙은 정사 신'이나 '잔혹한 흡혈 신', 혹은 '.. 더보기
09학번입니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눈치를 살피게 되는, 09학번 숙녀들이시옵니다. 사 진만 보고 있어도 안구가 마구 젊어지는 이 기분. 연극과 인생 동생들 중에 반에서 활동하는 녀석들도 꽤 있어, 개강 파티 등의 큰 모임에는 자정을 넘 겨 이따금 들른다. 맨 윗 사진의 아가씨는 올 해의 개강파티에서 만난 신입생으로, 성함은 무려 박지 원 님. 본인에게는 단지 식상한 농담이겠지만, 한문학을 업으로 삼은 이로서는 실로 오금이 저리는 석 자가 아닐 수 없다. 착하고, 예쁘게 웃는데다 사진에서 보이듯 마음 깊은 곳의 개그 열망까지, 본인 이 원하든 말든 이 아저씨의 총애는 맡아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아랫 사진의 숙녀는 지원 양과 산책을 하고 있는데 왜 안 오냐고 닥달 전화를 했던 '지원의 친구.. 더보기
석계역 연휴인데다 며칠 후가 홍기의 생일이기도 하고, 기상이가 홍기와 살림을 합치기로 결정했다고도 해 서 홍기의 집이 있는 고대 앞에서 오랜만에 INK family 회합이 있었다. CPA 2차가 코 앞인 상원이 와 전남에서 보건소 선생님을 하고 있는 현관이는 오지 못하고, 나와 남 회사원, 홍기, 승호 내외가 함께 했다. 2007년에는 두어달 정도는 살기도 했었던 홍기네 집이지만 오랜만에 찾다 보니 지하철을 잘못 타서 석계역까지 돌아갔다. 승호의 집들이 이후로 반년여만에 모이는 것이라 급해진 심사에 툴 툴거리다가, 환승을 위해 계단을 올라서자 펼쳐진 지상역의 풍광에 크게 즐거워졌다. 지상역에서는 항상 옛사랑이라도 마주칠 것 같은 설레는 마음이 든다. 뻔하고 뻔한 모양새의 동네이지만, 그래도 처음 가는 곳이라면 .. 더보기
고대 앞 얘들은 아직도 이런 짓을. 신촌은 얘네는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우리끼리 축제 즐겁게 할 준비만 열 심히 하고 있는데. 이런 때 보면 2인자들의 발악이란 참으로 측은하다. 다음 대선 때까지만이라도 자 숙 좀 하지. 더보기
홍기의 생일 스무 살 넘은 뒤로는 변변하게 서로 챙겨 주지도 못한 생일. 그나마 20대의 마지막에라도 이렇게 케잌 사 놓고 축하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수북한 양초가 서글프지만, 내년부터는 큰 양초 세 개라는 사 실은 슬픔 따위가 아니라 공포에 가깝다. 가수 별 양의 노래처럼 12월 31일 다음은 32일 33일이든가, 아니면 나의 이십대는 십진법 말고 십육진법 쯤으로 계산해 줬음 좋겠다. 남 사장과 나의 깜찍한 표 정 좀 보라지. 당장 소희나 연아와 연애해도 도의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발랄함인데, 내년이면 서른 이라니. 이의 있소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다들 자리잡기 기다리다간 영영 못할 것 같아, 공동의 통장을 만들어 6월부터 각자 자동이체로 만 원씩 넣기로 했다. 모인 돈으로는 일 년에 한 번씩, 정월에 다.. 더보기
2009. 04. 23. 역대 최고 스압 주의. 춘계 대학원 총운동회 대비 국문과 공개 특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엔터테인먼트 한껏 제공했다. 적당히 할 만하던 게임은 문 선수의 투입으로 급격히 과열화. 전날 과음과식했다는 말만 믿고 1:1 마 크를 시도해 봤지만 BMW에 1단 기어 넣는다고 티코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만 다시 확인했다. 바닥 에 떨어진 체력 덕분에 같은 날 저녁에 본 민추 논어 시험은 호쾌하게 망쳤다. 본인의 놀라운 슛 성 공률의 비밀은 사실 목장갑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하시는 박 코치님의 신기한 사진들을 남기고 경기 는 끝났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두 시간의 특훈에 지친 몸을 잠시 쉬는 와중, 임미정 선생님의 발레자세 시도에 이은 문 연아의 다리찢기, 그리고 도저히 눈을 믿을 수 없었던 박 코치님의 커플 다리찢기, 좌중은 국문 곡.. 더보기
2009. 04. 22. 순희의 만두 착각하기 쉽고, 설득력 있긴 하지만, '순희가 만두'가 아니라 '순희의 만두'이다. 성아사 선배님의 막심부름을 하러 따라 갔다가 요리 명인 순희가 직접 만든 만두를 얻어 먹었다. 양배추와 부추가 많 이 들어간 탓인지 아주 담백했다. 더보기
2009. 04. 20. 상석 형의 생일파티 인망으로는 박사 학위 취득 정도가 아니라 이미 문과대 학장 급인 박상석 조교장님의 생신 축하연. 금매 누나가 초코 케익을 사와서, 모두 모여 불붙여 놓고 축하 노래 불렀다. 한참이나 촛불이 붙여 지지 않았다든지, 폭죽 두 개의 손잡이 끈이 모두 떨어져 있었다든지 하는 불길한 징조들이 있었지 만 아무튼 연구실에서의 생일 파티는 잘 끝나고, 근래 춘향春香을 풀풀 풍기시는 주인공께서는 데 이트를 가셨다. 민추가 시험 기간이라 일찍 끝나는 덕에 주인 없는 생일파티에 비교적 빨리 참가 할 수 있었다. 중간에 머리를 자르고 나타난 문 선생 때문에 모두들 깜짝. 주관적인 견해로는 오 년 쯤 어려 보인다. 더보기
2009. 04. 11. 고려대 한문학회. 천금매 선생님의 발표 응원출정. 오랜만의 신촌 바깥 나들이라 햇빛 잔뜩 쬐고 왔다. 역시 고대, 물가가 싸서 좋더구면. 더보기
4월 15일 1주일만의 인천 집. 절대로 쉬면 안 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쯤 제대로 쉬지 않았다가는 더 큰 댓가를 치러야 할 것 같아 푹 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도 마음이 불편해서인지 얼마 못 자고 깨고 말았다. 박사 논문의 탈고를 앞둔 한 선배님께, 쉬고 있으면 항상 불안하고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은 이런 심사 는 대체 언제 끝납니까, 라고 우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선배는 몰라, 박사 논문 끝날 때까진 계속 될 걸, 썅, 이라고 말했지만, 같은 질문에 경애하옵는 지도교수께서는 모르겠다, 퇴임하면 끝날지 어떨 지, 라고 말씀하셨다. 집 앞의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고, 백화점에 들러 반값에 팔고 있는 미하엘 엔데의 를 사고, 내일이 생일인 금매 누이를 위해 그림을 한 점 샀다. 내일 아침엔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 더보기
4월 10일 열한 시에, 귀에 익지 않은 알람을 들으며 일어났다. 목욕탕에서 자기 휴대폰의 알람 소리에 깨기란 로또 급은 아니지만 예전 학교 앞 엿 뽑기의 잉어 급 정도이다. 어제 밤 새벽 세 시를 넘겨 연구실에 서 내려 오면서 할 일이 많은 다음 날이니 바로 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psp에 담아 두었던 추 격자를 보는 바람에 다섯 시가 넘어서야 눈을 감았던 터였다. 오랜만에 다시 보아도, 좋은 영화였다. 정오의 햇빛을 받으며 국민 은행을 찾았다. 교통 카드로 쓰고 있던 체크 카드를 어제 분실해서 재발 급을 받으러 간 것인데, 혹 누가 그 사이 긁어 대기라도 했으면 어쩌나 하던 걱정일랑 헛되게시리 잔 액은 그대로 있었다. 신입인지, 앳된 얼굴에 잔뜩 화장을 한 여사원이 입구에서 엇박자로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 더보기
4월 5일 가장 가까운 스승 영연 양이 새로 산 쿨픽스로 찍어 준 오늘 오후의 사진. 아래를 쳐다보고 있으니 과연 선량도 급상승. 손수 자른 세미 뱅 헤어까지 조화로운 한 컷이라 최기숙 선생님 숙제에 매진하 고 있어야 할 일요일 밤임에도 크게 흡족해 하며 올린다. 더보기
학교 야경 안개 서린 새벽의 교정에서 운치 있는 음악을 들어가며 찍은 한 컷인데,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내 카메라의 뷰잉 스크린으로도 수작을 건졌음을 확신하고 역시 사진은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2년차 사진사인 자신의 일취월장에 만족했던 것이지만, 막상 컴퓨터로 뽑아놓고 보니 이렇듯 죽도 밥도 안 된 것이 나와 버렸다. 4월 초. 가로등에 비친 목련. 더보기
첫 번째 골목 대학약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나오는 첫 번째 골목. 칠팔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연극을 올 리기 위해 스폰서를 떼러 다닐 때 얼굴만 들이밀면 오만 원씩 턱턱 내어 주던 단골집들이 있던 골 목이라 다른 골목에 비해 각별한 곳인데, 그간 못 보던 괴상한 장식이 근래 붙었다. 뭘 벤치마킹한 것인지, 낮에 지저분한 형광색이 처부덕처부덕한 것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밤에 조명을 받아도 영 분위기 안 사는 것을 보면 아무튼 전시 효과는 물론 광고 효과도 없는 것 같다. 곧 사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장면이라 여겨 새벽에 굳이 찍었다. 더보기
안경 불혹을 몇 미터 앞에 두고 계시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치장에의 헛된 시도를 일삼으시는 이상욱 옹 의 안경을 빌려쓰고 찍다. 중학교 때에, 시력이 거의 2.0에 달했음에도 눈이 덜 찢어져 보일까 하는 마음 반, 멋을 부리고 싶은 마음 반 해서 3년 동안 안경을 쓴 일이 있다. 멋들어진 안경을 쓰면야 모 양새가 더 빛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불편함이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알 수 없는, 매우 사소하면서도 성가신 것이라 그 뒤로는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근래 갑자기 눈이 나빠져 다시 안경 착용을 고려해 봐야 하게 생겼다. 이십대 초반 아프로 파마나 깃털 귀걸이 등을 통해 아웃룩에 대한 욕구를 한껏 충족한 뒤로는 범박하고 깔끔한 것을 대체로 선호해 왔던 터이지만 저 대모갑 안경 만큼은 몹시 탐이 난.. 더보기
농구 우연히 다들 시간이 맞아 함께 간 학교 농구장. 제목은 슬램덩크지만 실제 게임 내용은 독거노인 복 지활동에 가까웠다. 제대하고 처음 농구공을 잡은 나는 실제 경기보다 타임을 부르고 교대를 요청하 기에 더 바빴다. 국문과 대학원의 대다수가 여학생인지라 남녀가 함께 시합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러나 실제로 승부는 대등하거나 여성 팀이 우월하였다. 비웃는 당신이 있다면 북산 급의 이 팀을 경험해 보시라. 특히 센터부터 가드까지 전방위로 활약하며 와중 수준 급의 도발 및 유머까지 행하는 괴물 플레이어 문순희를 상대했다면, 논문 집필일랑은 한 학기 미루는 것이 좋겠다. 격심하게 체력을 소진한 나도 덕분에 경기 후 민추에서 앉은 채로 두시간 반 스트레이트 숙면을 경험 하였다. 촌음을 잘라서라도 놀 .. 더보기
3월 30일 추워 죽겠지만, 아무튼 날짜는 봄날, 잘도 간다. 이십 분만 있으면 어느덧 삼월의 마지막 날. 학교 안 에 있을 뿐이었는데도 정말 파란만장했던 하루, 내일은 조용했으면 좋겠다. 일주일만에, 집에 간다. 더보기
3월 29일 메모리 카드를 잃어 버렸다. 술먹고 귀걸이나 지갑을 잃어 버린 경험은 있어도 psp 저 안쪽에 박혀 있는 메모리 카드를 잃어 버린 데에는 그저 웃음밖에 안 난다. 그래도, 숙취로 머리가 꽝꽝 울려대는 와중에 psp 잃어 버린 것보다는 낫지 뭘, 하고 자연스레 생각하는 자신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사람이 많지 않은 일요일에 하루 종일 연구실에 앉아 있자니 근래 드물게 시간이 천천히 간다. 설렁 설렁 공부를 한 탓인지, 봄바람이 불어 마음이 유해진 탓인지. 당장 내일 아침에 해야 하는 발제를 손도 안 댔는데 한껏 느긋하다. 내일은 수업이 끝나고 민추 가기 전까지 꽃사진이라도 찍어 볼까. 목련이 만개하기 직전이다. 더보기
3월 26일 당장 오늘부터 시작할 수는 없지만, 다만 십 분짜리라도 새로이 극본을 쓰리라 마음먹었다. 목욕탕 에서 통학하면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가 온전히 내 마음대로라 스스로와 대화할 시간이 대단히 많은데, 특히나 여기저기 다닐 일이 많았던 오늘은 하루 종일 새 극본 구상에 무척 즐겁게 걸었다. 사정이 허락된다면,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에 대학원의 마음 맞는 동료들과 상연도 해 보고 싶다. 더보기
3월 25일 연구실에 앉아 있다 민추에 가고, 끝나면 다시 돌아와 잠시라도 연구실에 앉았다 새벽녘에 목욕탕 에 가 쪽잠을 청하는 날이 계속된다. 비장의 연구를 진행중인 것도 아니고, 동료들에 비해 월등한 성취를 보이는 것도 아니며 그저 닥친 일을 해결하는 것 뿐인데도 사정은 편하지 않다. 불규칙한 생 활 탓인지, 농 삼아 말하듯 나이가 든 탓인지, 며칠만에 한 번 인천에 잠시 들러 눕기라도 하면 군에 있을 때조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알람이 귓전에서 울리는데도 여남은 시간쯤 까무러쳐 있기 일쑤 다. 그러다 보면, 지금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 마치 내 일생의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인 양 여기게 된다. 남의 작은 말에 상처받고, 스스로의 작은 실수에 자책한다. 어제, 권 새색씨 사마께서 나와 친구들이 신혼.. 더보기
아사노 이니오, <빛의 거리> 얼마 전 알라딘에서 스테디셀러 1000종을 50%에 할인하길래 왕창 주문한 적이 있었다. 사고 싶었 던 것과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을 합치고 보니 총 할인금액만 해도 십만 원이 넘었다. 겸해서 스스로에 게 주는 알뜰주부 상으로 추가한 아사노 이니오, 의 표지이다. 작가의 전작 은, 내용은 심상했지만 와 닿는 데도 있었고 무엇보다 유명도를 전혀 모른채 헌책방에서 싸게 구입했던 것이라 만족도가 컸었다. 마침 선물하기 딱 좋은 사람이 있었던 것까지 셈하면 한참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그러니, 그만큼이야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산 것은 사실인데, 이번엔 판형 이 큰탓인지 8000원 돈이었고 게다가 정가, 내용은 역시 심상이라 실망하는 것이 도리이건만 오로 지 표지 때문에 웃고 말았다. 색도 번쩍번쩍한.. 더보기
에잉 바쁘기도 했지만, 며칠간 홈페이지가 닫혀 있었던 탓에 격동의 한 주를 적지 못했다. 글이 모두 날아 가 버리나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기도 하였는데 순식간에 해결해 주신 어윤선 사마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가벼운 일기나마 적으면서 차차 다시 쓰기 시작하려 했는데, 다섯 칸 중 한 칸 뜨는 외솔 관 네스팟은 사람 마음도 모르고 사진 한 장 올려주질 않는다. 덕분에 근래에 마음에 와 닿는 그림 이 있어 관련하여 한참 쓴 일기도 날려먹고, 아무튼 살고 있다는 기별 삼아 몇 자라도 남겨둔다. 더보기
3월 10일 민추로 가는 버스에서, 두 눈으로는 처음 오드 아이odd eye를 보았다. TV에서 본 것도 주로 고양 이들의 눈이었을 뿐이다. 열 살 가량의 남자아이로 한 쪽 눈동자가 호수처럼 새파랬다. 특히 나이 를 먹은 뒤로는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내가 처해 보지 못 한 그의 상황들을 생각하려 애쓰는 습 성이 생겼는데, 너무 의외의 광경에 접하면 그 정도의 각오로는 버텨낼 수 없는 모양이다. 아이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못 하고 멍해져서 쳐다보고 있는데, 아이는 내 쪽으로 눈길을 돌 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잠시 눈길을 마주친 뒤 다시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쁜 생활에 잠을 흡족히 못 잔 탓인지 수업에 맞추려 꾸역꾸역 빨리 먹은 김밥 한 줄 탓인지 논어 수업을 듣다 앉은채로 잠들어버렸는데, .. 더보기
외솔관 공사중 연구실이 있고 동아리방이 있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외솔관이 최근 로비 공사 를 시작했다. (로비에 대응하는 우리말은 없나? 갑자기 생각해서 떠오르지 않는 것이지 막상 들으면 헛웃음이 나올만큼 간단한 대응말이 있는 것일까? 아무튼 '현관'은 영 아닌 것 같아 일단 로비로 적었 다.) 사회의 각종 일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계시는 국문과 이윤석 영감님의 구술에 따르면 단순한 돈 지랄이라고 하는데, 풍수 등을 대체로 믿는 편인 나로서는 1억 5천이라는 큰 공사 비용을 고려하여 도 좋은 방위로 문이 트이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인문학의 대학원 연구실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는 건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방학 내 조용하다가 굳이 개강을 하루 앞두고.. 더보기
3월 6일 오늘은 민추에서 을 처음 배웠다. 아직은 글자를 손으로 짚어가며 따라가기 바쁘지만, 그래 도 시작은 했다 싶어 한편으로 마음이 놓인다.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에는 신촌에 사는 선배와 항상 동행하는데, 심상한 이야기에 취해 있다가 갈아타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는 바람에 엉뚱한 곳까지 갔 었다. 북한산이 보여서인지 이전의 3월보다는 조금 더 추운 밤이었는데, 덕분에 더 오래,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었다. 백양로를 올라오는데 반 학생회 꼬마들에게서 개강파티에 오라는 문자가 왔다. 확실히, 잠깐 잘 키운 07,08이 20대를 함께 한 02보다 백배 낫다. 촌음을 잘라 유치하지만 건실한 일 기를 쓰고, 숙제를 조금씩이라도 더 하고, 청소년들을 만나러 간다. 기대하시라, 내일쯤엔 09학번, 곧 90년생과 빠른 91년생.. 더보기
3월 5일 민추에 다녀와 연구실에 앉은 열 시. 계산이 어렵긴 하지만, 돈 아낄 생각 하며 목욕탕을 전전하다 가는 몸이 축나고 말 일정. 주말쯤엔 동문의 고시원이라도 돌아볼까 생각하지만 당장 닥친 일을 꼽 아보면 연구실에서만 자도 시간이 모자라다. 대체로 아름다운 젊은 날이었지만, 하릴없이 밤을 새워 고스톱을 치던 때나, 연예인 이야기 등으로 채우던 술자리 등의 시간은 조금씩 덜어와 여기에 붙 였으면 한다. 혹은 미래로부터 소정의 돈을 빌려도 좋겠다. 그래도, 어제는 권나은 님의 첫째 아이가 생일을 맞았고, 오늘엔 백수 시절의 베프 박민아 양의 결 혼 소식이 날아들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눈을 좁히고 웃게 만드는, 반갑고 반가운 일이다. 더보기
기상이의 생일 나는 전학의 경험이 고작 한 번인, 대단히 행복한 학창시절을 누렸다. 그나마도, 아직까지 우리 가족 내에서 가족사에 있어 가장 큰 경제적 분기로 평가되는 관교동의 아파트 당첨 때문이었으니 하찮은 전학 따위가 아니라 영전 급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 때 내 나이는 열한 살이었다. 휴대폰이나 광대역 통신망은 커녕 SBS의 개국을 앞두고 다 같이 멀티미디어 시대의 개막에 두근거 리던 시절이니, 열 살 언저리의 아이들이 전학을 간 아이와 같이 공부하던 때처럼 연락하고 만날 도리는 없었다. 전학 이전의 친구들과는 그 후 스무 살 언저리에 붐을 이루었던 친구 찾기 싸이트 등을 통해 몇 차례 만났으나 결국 무분별한 혈기로 곤란한 추억만 남겼을 뿐이다. 한 번의 전학부터 지금까지, 신촌에서의 자취나 영종.. 더보기
김수환 추기경 별세 정치적, 종교적 신념을 함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무엇에나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는 것은 크게 마음에 남았다. 딱히 관련하여 올릴 사진이 없어 얼마 전 전동성당에서 찍었던 것을 붙 인다. 전동성당은 진산사건의 윤지충이 붙잡혀 죽은 터에 지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가시는 길 조금 이나마 닦아 드리는 마음이 되지 않을까 싶어 굳이 올린다. 평안하시라. 더보기
신입생을 만나다 공부할 시간이 주어졌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하는 것 외에도 여러가지 일을 겪어야 하는 '직업'으로서의 대학원생에 툭툭 치이는 한 때이다. 하필 오랜만에 돌려 본 음악 폴더에 exit music이 있던 바람에 내내 다소 침울해 하다가, 반 회장을 맡고 있는 배정현 군에게서 갑작스 레 걸려온 전화에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의 신입생들과 만나게 되었다. 국문 1반에 십여년 간 있으 면서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동명이인을 만났는데, 09학번 대호는 91년생이란다. 기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만 술을 마시고 목욕탕에 누워서 새로운 대호와 차이지는 그 십년간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한참 생각하다 잤다. 오랜만에, 좀 웃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