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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고경태, <대한국民 현대사> (푸른숲. 2013, 5.) 1. 12월만 되면 떠오르는 하나의 장면이 있다. 십여 년 전인 2002년 말의 어느 날이다. 대학교 2년 째의 겨울방학 을 맞아 본가에 내려가 있던 나는 아침 나절부터 TV 앞과 컴퓨터 앞을 분주히 오가다가 자정 무렵 환호성을 질렀 고 아버지는 여덟 시 무렵부터 아예 안방의 방문을 걸어닫고 드러누웠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일이다. 아버지는 수십 년 된 의 열독자이다. 내가 투표권을 얻게 된 뒤로 치른 세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같은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 작년의 18대 대선에서는 그동안 지지했던 정당의 후보가 아닌 다른 이를 찍으셨지만 그마저도 겹치지 않았다. 별다른 말씀은 없었으나 불충한 아들은 '2번'을 찍기 위해 서가 아니라 '1번'이 여자였기 때문에 노선을 바꾸셨던.. 더보기
선물 아버지에게 드릴 선물로 샀다. 평생 드린 선물의 총액보다도 비싸고, 지금의 깜냥으로는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최중식 씨는 이 정도는 받으실 만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드리면서 꾸중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 겠지만 아무튼 꼭 큰 낙이 되어주길. 아버지의 첫 색소폰. 야마하 275.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다녀왔다. 엄마가 입원을 했다. 목이 아픈 것 반, 좋은 병원에 자리가 난 것 반이라고 했다. 박지성이 선전을 해서 더 유명해졌다 는 한방 병원은 송래에 있었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신촌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며칠 날씨가 풀리나 싶었 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머리 위로 눈이 내렸다. 중동역 근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놀이공원이 있다. 크기는 초등학교 운동장의 반만큼이나 될지 어떨지, 버스를 타 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것은 관람차와 청룡열차 정도이다. 원래는 어떤 모양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본 바로 는 항상 양쪽으로 이차선 도로와 공사판을 두고 사이에 끼어 있었다. 말하자면, 양 옆의 도로가 빵, 공사판이 햄인데 그 사이에 들어간 치즈나 상추 꼴로 정작 놀이동산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