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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실은 찬 바람 불려 하면 도지는 고질병 파마하고싶어가 꿈틀대는데, 석사 종합시험을 통과한 지성인으로서는 차마 행하기 어려운 파격인 탓에 그림이라도 그려 마음을 달래려다 죽도 밥도 안 된 결과가 나와 얼굴만 발췌한 것. 그림으로조차 파마는 이제 인연이 글렀단 말인가. 이상욱 자칭 교수님은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아프로를 하고 다니는데. 지도교수님 안 계신 틈을 타 확 저질러 버릴까 어쩔까. 더보기
090810, <홍영지님> 선 몇 개로 완성. 날로 먹었다. 이것이 내 예술의 최종 지향점. 개인적으로는, 만물을 어여삐 내려다보는 당신의 자애로운 심성이 잘 표현된 점에서 수작으로 평가하고 싶은 작품이다. 더보기
090809, <여름방학> 하얀 구름의 선명한 경계가 '하늘색'의 하늘과 딱 갈라진다. 쓰르라미가 왱왱 울어대는 사이를 걷고 있자니 땀 빠지고 힘도 빠져, 농부들의 노동요처럼 뭔가 중얼거리면 힘이 나겠지 싶어 외우며 걷는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더보기
090709, <リンダ リンダ リンダ> 늦은 가을 밤에, 갠지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숙소의 옥상에서, 맥주 몇 병 따위에 일찌감치 뻗어 널부러진 각국 의 여행자들을 긍휼히 내려다보며, 조선의 주량을 만방에 과시하여 한껏 올라간 입꼬리에 보드카를 흘려넣는 와중에, 술을 마시지 않는 오사카 출신의 대머리 총각이, 항상 메고 있던 기타를 내려, 인도에 온 뒤로 연습하고 있는 곡인데 관객이 되어 주겠느냐며, j-pop이라고는 x-japan밖에 모르던 내 귓전에 들려주던, . 지난 번 mp3를 잃어버린 뒤로 잊고 살다가, 우연히 들었다. 2006년 빈티지의 눈물이 찔끔. 더보기
090705, <Porco Rosso> 방학 중에는 색연필로 채색 연습을 좀 해볼까 싶어, 일단은 원화대로 따라만 그리면 되는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 를 골라 밑선을 그렸다. 점차 익숙해지면 실물도 특징을 잡아서 채색할 수 있겠지. 다음 주 쯤에 신촌 인근의 화 방에 가 색연필을 골라볼 생각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1992년 작, 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그려내는 인물들을 보면, 잘 생기고 예쁜 인물들만 등장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아주 개성적인 외모를 가졌다. 대체로 처음에는 굉장한 거부감이 드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독특한 개성이 오히려 사람을 사로잡아 어느샌가 관련 상품 등을 찾아 인터넷을 헤집고 다니게 된다. 은 주인공인 센의 기묘하게 긴 인중이 마음 에 들지 않아 보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군대까지 다녀온 스물 일곱.. 더보기
090702, <조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는 순간에 꼭 그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2008년 의 조커이다. 당시에는 확실히 추모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것인지, 1년여가 지나 다시 본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그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낼름 낼름. 덕분에 혼자 있을 때에는 언제나 낼름낼름. 윈도우즈 그림판은, 간단한 만큼 편리하기는 하지만 세밀한 맛은 없다. 그 이상의 도구를 쓸 줄 모르는 탓에 울 며 겨자먹기로 쓰는 것 뿐이다. 편안하지 않은 자세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우스로 이리저리 채색을 하다 보면, 머리카락의 끝 방향이라든지, 눈꼬리라든지, 입매의 마무리라든지 하는 부분에서 종종 본디의 밑그림에 비해 투박한 느낌이 나는 결과가 .. 더보기
090626, <미제> 이전에 클림트의 나 를 따라 끄적거린 적은 있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누드를 그린 것은 처음 이다. 팽팽한 곡선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할만 한데, 그 선들이 모여 더욱 아름다운 형체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정 말이지 미적 조형성에 대한 철통같은 의지를 가진 조물주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버릴 수 없 다. 요새 그리고 있는 인물 그림들은 모두 당연히 원화가 있다. 나는 잘 표현되지 않는 부분은 확대해서 그 모양새 를 살펴보기 위해, 원화를 따로 출력하지 않고 노트북의 화면에 띄워놓은 채 그림을 그리는데, 덕분에 이 그림 을 그리는 동안은 연구실의 문이 열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정숙이 필수인 연구실에서, 들킨 자리에서 이것 은 실은 예술 행위이노라 소리 높여 강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고한.. 더보기
090623,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년에 첫사랑과 함께 처음으로 봤던 영화 . 이명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감각적 화면 의 최고봉이었는데 이젠 케이블에서도 안 한다. 만났던 다른 사람들의 생일은 대개 계절조차 희미한데, 첫사랑만은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난다. 인천을 벗어났 을리는 없고, 남구나 남동구의 어디에선가 서른을 바로 앞에 두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느릿느릿 만사 태평하게 잘 살고 있겠지. 생일 축하해. 딱히 그녀의 생일에 맞췄다기보단, 오늘의 내 표정이 저래서 그려봤다. 다른 건 한차례 크게 숨 쉬고 나 혼자 생 각할 수 있는 시간만 주면 대체로 마음이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돈의 파랑은 해가 갈수록 거세 진다. 아니면 내 다리가 약해졌거나. 더보기
090621, <Don Vito Corleone> 군 복무 중이나 인도 여행을 갔을 때처럼, 손이 선을 긋는데 좀 익숙해지면 꼭 그려 보리라 작심했던 '돈' 비토 콜레오네의 그림이다. 생각했던 대로 선이 나가서, 그리는 내내 무척 즐거웠다. 민추 시험이나 중간고사 등을 앞두고 스트레스에서 도피하고자 그렸던 그림들에도 봐줄 만한 것은 몇 개 있었지만, 흠결 하나 없이 스스로 만 족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의 이 영광은, 이와 같은 만족스런 결과가 나올 수 있 도록 큰 압박 건네 주신 최기숙 선생님께 돌린다. 보통의 기말 숙제였다면 제출이 내일 모레인데도 두 시간 이상 한 그림을 붙잡고 있는 것은 꿈도 못 꾸었을 것 이다. 시계를 보고는, 이러다 큰일 나겠네, 슬슬 써 볼까, 싶다가도 막상 쓰려 들면 광야에 알몸으로 내팽겨쳐진 .. 더보기
090621, <허 찬 석사 간사님> 학제 상의 권력으로는 이상욱 박사 간사님의 다음에 처해 있는 석사 간사 허 찬 선생님. 항상 스스로의 재력과 학력에 겸손하여 나와 함께 낮은 곳에 처해 주시는 군자이시다. 이번 그림에서는 옷의 주름을 좀 연습해 봤다. 사람을 그림에 선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고 싶다면 해부학이라 든지, 빛의 비치는 효과라든지 하는 물리 세계에의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한동안 포기 하기로 했다. 되지 않는 일은 일단 미뤄두는 것이 상책. 더보기
까삐까삐 룸룸, 얘야, 무슨 소원을 들어줄까? 매일 아침 일곱시 반까지 내 통장으로 삼백만 원씩 입금해. 더보기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1946.8.6-2009.5.23)  더 활짝 웃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데, 능력이 닿지 않았다. 울지 않을란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 달고 태어난 그 한 몸에, 얼마나 터무니 없는 기대와, 얼마나 많은 실 망과, 얼마나 깊은 증오가 실렸는가. 다 내려놓고 이제 가는 길 날듯이 뛰어 가시라고, 어깨에 눈물 한 방울 더 안 얹을란다. 당신에게 한 표를 던질 수 있었어서, 행복했다. 나의 첫 대통령. 안녕, 노무현. 尙饗. 더보기
<이상욱 박사 간사님> 리터칭 당신의 학구열만큼이나 이글거리는 곱슬머리를 표현해 내느라 둘째 손가락에 관절염 났다. 더보기
<이상욱 박사 간사님> 원본 지난 번 자화상을 올리면서, 엄청나게 연필을 칠해 댔는데도 정작 화면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을 감안 하여 이번에는 윈도우즈 그림판으로 칠할 부분을 표시해 두는 정도로만 꾀를 부렸다. 야성적인 느낌을 표시하 기 위해 선 사이의 폭을 넉넉하게 주었다. 더보기
자화상 리터칭 윈도우즈 그림판. 손가락 아파 죽겠다. 더보기
자화상 대학원 생활은 기실 국경일 등의 휴일과 큰 관련이 없다. 수업은 많이 들어봐야 한 학기에 세 개 정도인데, 학부 수업과 달리 세 시간 연강이기 때문에 수업 시간 자체가 일상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뒷감당할 자신이 있 을 때에는 삼사일 쯤 대차게 놀아대곤 하던 것인데, 이동 시간을 함께 셈하여 월화목금 다섯 시부터 열 시 경까 지를 꼬박 헌납하는 민추에 등록한 이후로는 회사원들의 고된 일상을 반쯤이나마 절감하게 됐다. 덕분에 금요 일 노동절 휴강, 월요일 자체 휴강, 화요일 어린이날 휴강, 수요일은 원래 수업이 없는 날이라 합쳐서 쉬게 된 이 1주일이 무척 소중하게 여겨진다. 해야 할 잡일과 공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괜스리 여유를 부리며 그려 본 자 화상을 올린다. 더보기
090419, <나귀> 시험 때면 어김없이 불타오르는 붓 끝. 고래를 비롯한 일련의 그림들을 그렸던 것은 민추 입학 시험 바로 전. 이 번엔 민추 중간고사가 내일 모레다. 모델은 7권의 중간에 등장한 나귀. 원래 그림에는 신난 요츠바 가 등에 타고 있었다. 더보기
파타퐁 2, 리터칭 일전에 올린 적이 있었던 '파타퐁 2' 그림을 사인펜으로 다시 채색하였다. 선이 선명한 것이 훨씬 보기 좋아 굳 이 다시 올린다. 더보기
고래 공부하기 싫어서 고래를 그려 보았다. 확실히, 인도에서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던 때보다는 선이 마음대로 나아 가지 않는다. 적어도 오랜만에 연필을 쥐었다는 것 정도로 자위하고 넘어간다. 다큐멘터리 등에서 치타나 재규어가 사냥을 하는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볼 때가 있다. 온 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오직 달리기라는 하나의 행위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한 매커니즘이 펼쳐질 때면, 곧 선혈이 낭자할 것 을 알면서도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그건 뭐랄까, 진화론적인 아름다움이라 그리 감동이 느껴지 지 않는다. 의지를 가진 창조주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곧 종교적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코끼리나 고래와 같이 거대한 낭비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며 살아가는 동물을 볼 때이다. 나는 신이 있다면, 무척이.. 더보기
<격자무늬 옷을 입은 여인> 나는 사실 에곤 쉴레의 그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발가벗겨 놓은 일련의 그림들을 보 면, 좋은 예술가는 종종 몹쓸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로리타 컴플렉스는 비교적 광대한 내 성의식의 스펙트럼에서도 머나먼 변경의 것이다. 원본에는 옷 사이로 여인의 머리통만한 오른손 주먹이 나와 있다. 하지만 전체의 비율과 맞지 않는, 지옥선생 누베의 귀신을 봉인한 손 같은 괴물 사이즈가 눈에 거슬려 이 그림에는 그려넣지 않았다. 쉴레에 관한 전기는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혹 미술에 조예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또는 미술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쉴레는 왜 그리도 강박적으로 관절을 강조하였는지 꼭 물어보고 싶다. 더보기
<어머니> 문학 작품을 접하며 감동을 느끼게 될 때에, 사람마다 그 감동을 더 격심하게 받게 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직 설적으로 눈물이나 행복을 그리는 작가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대체로 담담한 가운데 감동을 실은 펀치라인을 슬쩍 에둘러치고, 독자가 감동하고 있는 와중에 그건 내 의도가 아니었다는 듯, 아무튼 당신이 감동을 받았다면 그건 그거지라는 듯 슥 눙치며 끝을 내는 글쓰기에 열광을 보낸다. 이 때 만화는 일단 그림이 고, 컷의 분할과 배치 등에서 이미 작가의 의도가 비교적 선연하게 드러나는 편이어서 소설 등의 타 예술장르에 비해 그러한 방식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야마시타 가즈미는 오히려 만화라서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술가이다. 애당초에는 의 괴짜 유교수가 아닐까 .. 더보기
<키스> 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그림은 클림트 특유의 금이 채색된 와 동명의 스케치이다. 는 비 교적 그리기가 쉬운데다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좋아 보이기도 하는 덕에 여러 장을 그렸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그림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다른 그림들은 딱 한 장만을 그렸기 때문에 넉넉히 복사를 해 두 었다가 혹 봐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선물하곤 했지만 는 워낙 여러 장이 있던 탓에 가장 좋 아 보이는 원본을 서슴없이 건넸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이 사진을 찍은, 한지에 붓펜으로 그려 본 그림 한 장. 색다른 효과가 나지 않을까 시도해 봤지만 남들이 안 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만 뼈 저리게 깨닫고 스케치북 구석에 박아두고는 잊고 있던 덕분에 2년여가 지난 오늘날에.. 더보기
인도 여행 중 그렸던 그림 인도를 여행하며 틈이 날 때마다 여행기에 그림을 끄적거리곤 했는데, 집에 있다가 새삼 그 때 생각이 나 사진 첩을 뒤적여 보았다.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중간에 끊긴 것이 마음에 걸려 재개하지 못 하고 있는 인도 여행기도 다시 계획할 겸 해서. 다즐링에서는 추워서 나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림이 많았던 것이고, 역시 갠지스가 그릴 게 많았구나 하고 추억하게 된다. 다시 가고 싶긴 하지만, 돈보다 시간이 더 없어서. 다음은 몽골이다. 삼십대 중반이 되기 전에 꼭 다녀와야지. 북인도를 다시 찾는 것은 최소한 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남인도를 순방한 뒤에야 가능할 테니 언제가 될지 모 른다. 죽기 전에 갠지스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못 봐도 크게 상관없을만큼 이미 마음속엔 충분한 .. 더보기
코끼리 그림 꽉 채운 이 년을 넘어서, 휴대폰에서 사진을 빼 내었다. 컴퓨터를 잘 못 다루는 관계로 그 와중에 또 몇 장이 날 아갔다. 용량을 생각하며 마음에 드는 것만 남기고 남기고 했던 터라 지워진 사진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2007 년 1학기 시험기간에 그렸던 코끼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