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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안녕

겉멋이 잔뜩 든 요즘에는 다른 작가의 훌륭한 필치에 거침없이 탄성을 토하는 일이 적어졌지만, 책을

낸 모든 이를 스승으로 여겼던 어린 날의 독서에는 이십 년이 넘게 가슴에 자리잡을 문장들이 한

달에도 몇 개씩 찾아지곤 했었다.


청소년기의 독서 뿐 아니라 그 이후의 글쓰기에까지 정말로 큰 빚을 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의

작가 솔제니친이 죽었다.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았는지도 모르지만 그의 부고를 듣자 어쩐지 '나'의 아

주 작은 일부분이 잘려 나간 것 같았다. 언젠가는 겪게 될, 부모님이나 친구와의 사별 등에는 비할

바 못 되겠지만 그래도 신문을 읽고 밥을 먹고 다시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마음 한 구석이 내내 처

연했다. 며칠 전 같은 고전문학 전공의 학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청준씨와 그의 소설을 석사나

박사논문의 주제로 삼았던 현대문학자들은 어떤 기분일까, 우리는 다 죽은 사람 글만 보니 그 마음

이야 평생을 모르는 것이지 등의 자조적인 농담을 했는데, 어제오늘은 그 심정을 알 듯도 했다.

얕은 지식에 알기로, 평탄하지 못 한 인생을 사셨다. 이제 평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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