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2

get a haircut

결국 엄마와 산책 삼아 나간 길에 미용실에 들르다. 허리까지 길게 머리를 길러 질끈 묶고, 항상 '짝'

달라붙는 긴팔 실크티에 '짜-악' 달라붙는 검은 청바지, 그리고 뾰족구두의 차림

-이라 '게이다. 저놈은 게이야'하고 스스로 속삭이게 되는-

의 원장이 운영하는 미용실이었다. 그 원장의 나긋나긋(어,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한 손길에 머리를

내맡기고 싶지 않아 애써 피했던 곳이건만 어쩐 일인지 엄마가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꼭 알고 싶다는

바람에 가게 되었다.


불안불안하더라니. 단정하다도 아니고,불량스럽다도 아닌, 기막힌 중용의 단계. 이렇게까지 거울을

보면서 아무런 감상이 떠오르지 않는 머리가 있었을까 하고 스스로 의아해 하다. 만족도 아니고,

불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그렇다고 표현하기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정말이지 야릇오묘한

느낌. 정말,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난 머리를 어떻게 잘라 놓아도 절대로 범생

이미지는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약간 범생같기도 한 것 같아 이상하게 웃긴다.



카튜샤 발표가 날 듯 말 듯 아주 사람 속을 태운다.

'일기장 > 20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첫 새벽.  (0) 2002.11.01
후회  (2) 2002.10.30
1993년, 경주.  (0) 2002.10.28
피쉬뉴스 속보  (7) 2002.10.27
인천 학익고등학교 2회졸업 최대호입니다.  (4) 200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