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의 일정은 교토 여행 전에는 있지 않았던 것. 교토에 가서야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다케히사竹久 유메지夢二라는 화가의 전시회에 갔다. 모르던 화가이지만 그림의 첫인상에 홀딱 반하게 되었던 차에 근처에서 전시회까지 한다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전시회는 교토의 외곽에서 열리고 있어 지하철을 탔다. 타러 가는 길에 재미있었던 포스터.
포스터의 구석에는 'KYOTO SUBWAY MOE MOE PROJECT'라고 써져 있다. '모에'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일본 서브컬쳐에서 파생된 말로, 하나의 의미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귀여운 이미지의 여아女兒나 소녀가 등장하는 작품 혹은 그 작품의 분위기 등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다. 주변의 서브컬쳐 매니아에게 문의해 본 바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일반인에게는 이와 같은 설명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용어의 의미가 확장되어 성적으로 미성숙한 여아나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포르노물을 지칭하기도 한다 하니, 언제 사용하면 좋을지 그 맥락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라면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버스와 지하철까지도 '모에'하게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인 것 같다. 셋 다 열일곱 살. 왼쪽의 소녀는 지하철 프리패스에서, 가운데의 익숙한 소녀는 버스의 프리패스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오른쪽의 소녀는 이 포스터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모에모에 프로젝트는 공공 교통 분야에서만 추진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하철에서 만난 광고. 위의 '우즈마사 소노'양은 교토학원대학의 공식 캐릭터라 한다. 학교마다의 개성이 잘 반영만 된다면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도 이런 식의 공식 캐릭터 메이킹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성이 우즈마사, 즉 태진太秦이라는 점.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숙독하신 분이라면 무척이나 눈에 익은 이름이다. 이 성씨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 즉 도래인渡來人들 가운데에서도 큰 세력을 이루었던 성씨이다. 우즈마사씨는 특히 교토 지역에서 치수 기술과 선진 농경기술의 전파를 통해 부흥을 이끌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날도 쌀쌀하고 전시회장 인근의 풍경도 황량하여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여기서부터는 인터넷에서 구한 다케히사 유메지의 그림 몇 점을 소개한다. 다케히사 유메지에 대해서는 그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자세히 소개하는 글을 조만간 따로이 올릴 예정이니 그때 참고 바란다.
독특한 화풍을 마음껏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는 여지없이 할인 벤또. 장어 초밥이 380엔, 반액 할인해서 190엔. 1800원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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