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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2011년 사건사고 정리 - 첫 번째 묶음. <이국철 비망록>





2011년이 열흘도 채 안 남았다. 특히나 사회에 더 관심을 많이 갖게 된 올 해, 한 해 있었던 일들을 자료와 함께

다시 기록해 두는 것은 무척 값진 일이 될 것이나 흉흉한 시국에 함부로 입을 놀리다가는 고소당하기 딱 좋은

판이라 고민하던 차. 올 해의 마지막 PD 수첩에서 한 해 동안 방영했던 사건들 가운데 14가지를 뽑아 다시 소개

하는 시간을 가졌다. 옳다구나 하고 화면들을 캡쳐하여 PD수첩의 나레이션을 풀어서 적고, 혹 모르는 내용이나

부연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언론사의 기사, 그것도 보수 정론지와 경제 일간지들의 기사를 참고하여 정

리하였다. 주제가 14개나 되어 한 일기 안에 쓰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분량과 주제 등을 감안하여 여섯 개의
 
큰 묶음으로 나누었다. 각 묶음마다 사건의 제목을 써 두었으니 관심가는 부분만 골라서 읽으셔도 좋겠다.    









첫 번째로 소개된 것은 이국철 SLS 회장의 비망록 사건.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국철 회장의 SLS그룹은 SLS조선을 기반으로 하여 성장한 그룹이다. 이 회장의 증언에만 따르자면, SLS조선

은 흑자를 내고 있었음에도 2009년 무렵부터 자신을 야권의 자금책으로 지목한 청와대 민정 라인의 기획수사에

의해 자금줄이 막혀 적자로 돌아서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워크아웃이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이 과정

에 대해서도 회장인 자신은 동의한 바가 없는데 산업은행 출신의 그룹 계열사 부사장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 워

크아웃을 하려면 주채권·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해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진두지휘를 했다는 점 등을 들어 자

신이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워크아웃을 피하기 위해 전방위로 로비를 시행했는데, 이 때 누구에게 어디서 얼마를 주

었는지 등에 대해 '비망록'을 상세히 작성해 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것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뇌물을 준

주제에 말이 많다는 비난부터, 우리 사회에서 사업가들이 통하고자 하는 '라인'의 실체가 드러날까 하는 수색의

눈초리까지, 비상한 관심들이 여기에 모였다.









초기에 '검사장급 11인'이 실려있다는 등 주로 검찰과 관련하여 시작된 뇌물, 향응 증여 폭로는 신재민 전 문화

관광부 차관, 이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때 검찰총장의 자리에 있었던 김준규 전 검찰총장, '왕차관'이라 불

리우는 정권실세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을 거쳐 마침내 '상왕' 이상득 의원에까지 가 닿았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2010년 8월 해당 부의 장관 후보로 낙점되었으나 청문회에서 탈세 의혹,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증여세 탈루 의혹, 배우자의 위장 취업 및 배임 의혹 등으로 낙마하였다. 한국일보 정

치부장과 주간조선 편집장 출신의 언론인으로, 이 회장과는 오랜 시간 동안 스폰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

났으나 이 회장은 이에 대해 '교우'라고 주장했다.


SLS와 관련하여 제기된 혐의는, 문화부 차관 재직시절인 2008~2009년 SLS조선 워크아웃 저지 등을 위해 영향

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이 회장으로부터 SLS그룹 해외 법인
카드를 받아 백화점 등에서 1억300여만원을 사용

한 사실이다. 아울러 신 전 차관은 2008년 11월 조선업계 워크아웃
과정에서 SLS조선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

록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고위공무원과 면담을 주선해달라는 이 회장의 청탁을 받고 실제로 이를 주선한 것으

로 드러났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로 임기를 50여 일 남겨놓고 자진사퇴했던 김준규 전 검찰총장. 그가 재임 시절 로비스트

인 문환철씨의 소개로 이국철 회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총장은 “1심 재판이 끝난 시점에 이 회장을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한번 만났다”고 주장했으나,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남산의 한 클럽

과 강남의 고급식당에서 두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끝난 것이 2010년 11월19일이

었으니 김 전 총장은 1심 재판이 진행중인 시점에도 이 회장을 만난 셈이 된다. 김 전 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총장으로서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에게도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였는데, 박 전 차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이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은 수사를 통해 박 전 차장이 SLS의 법인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정황을 확인했으며, 박 전 차장과 SLS

의 법인장의 만남을 주선하고 동석했던 김형준 전 청와대 춘추관장(비서관)이 일본에 머물고 있던 SLS 법인장

에게 연락해 “3차 술자리가 없었던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며 거짓 진술을 요청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검찰

의 수사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박 전 차관의 고소는 무고죄에 해당한다. 아무튼 이로써 총선에 출마하려던 박

전 차관의 행보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이 회장이 6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박배수 이상득 의원 보좌관. 그는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도 1억 5천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박 보좌관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거액이 입급된 차명계좌 5~6개를 추

가로 발견하였고, 돈 세탁을 도운 이 의원의 여성 비서 임아무개씨 등 2명의 계좌에도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입

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회장은 증언을 통해 뇌물과 향응의 최종 도착지로 이상득 의원을 지목했다.







'인사 전횡'과 '총리실의 민간인과 국회의원 사찰 의혹'에서 같은 당 내 의원들에게조차 배후로 지목받으면서도

포항지역 대규모 예산 유치 등 '만사형통'의 위세를 보여 주었던 이상득 의원. 이 회장의 박배수 보좌관에 대한

뇌물 증여가 불거진 초기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수수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불출마를 선언했

다. 그러나 불출마는 도의적 차원에서의 선택일 뿐이고, 보좌관들의 뇌물 수수 및 돈 세탁에 그가 연루되었다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박배수 보좌관에게서 차명계좌가 추가로 발견된 것이 어제의 일. 박영준 전 차관에 대한 의혹도 다 해소되지 않

았고,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내가 열 받아서 (총장 때 일을) 다 까버리면 국정운영이 안 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사건, 진행 중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후일 반드시 업데이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