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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2. 캄보디아

1일차 오후.






숙소에 짐 풀고 가이드를 만나 나머지 일정에 관해 미팅을 가진 것 만으로도 이미 반쯤 탈진. 차도남 놀이하며

깝죽거리던 기세는 간 데 없고 억지로 웃으려 해도 웃을 수 없는 표정만이 남았다.


 

 

 

 





 






첫 식사라 기세좋게 들어가 본 캄보디아 전통 식당. 사진의 요리는 제육볶음 비슷한 전통 요리라 하는데, 특유

의 고수 향이 무척 심했다. 고수를 현지 말로 '찌'라고 하는데, 오죽하면 가이드 북에 어지간하면 주문할 때 '노

(No) 찌'라고 말할 것을 권유할 정도. 향이라면 뒤지지 않는 인도 음식들을 한 달이 넘도록 잘만 먹었던 이력이

있는 터라 속 편하게 있었는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익숙해지기가 무척 어려웠다. 다행히도 우리와 마찬가

지로 메인 디쉬를 밥과 함께 먹는 문화라 어찌저찌 다 먹긴 먹었다.



 

 

 

 




 





밥 먹고 들어가 본 마트에서 발견. 나는 캄보디아에서 마트를 쳐다보는 시간조차도 아까웠지만, 해외여행 경험

이 많은 동행인이 마트야말로 여행의 백미라며 뒷덜미를 끄는 바람에 억지춘향으로 끌려갔다. 처음에는 해가

지는 중인데도 어처구니 없는 더위를 피할 요량 뿐이었으나 역시 경험자의 말은 듣고 볼 일. 한국과 똑같은, 일

상적인 공간 구획과 눈에 익은 판매대 사이로 깜짝 놀랄 상품들이 즐비했다.



 

 

 

 




 






물론 반가운 얼굴들도 가득. 약간 거짓말 붙이면, 씨엠 리업 시내에서 캄보디아 인을 빼고 제일 많은 국적은 한

국인인 것 같았다. 적지 않은 한글 간판이나 한국말로 인사와 흥정을 붙여오는 상인들에게도 놀라지 않을 수 있

었던 것은, 엄청나게 많은 한국인의 수에 이미 놀랐기 때문이다. 주요 운송 수단이 오토바이인 3km X 4km의 작

은 소도시에서 한국인들을 꽉꽉 채운 45인승 리무진 버스가 몇 대씩 돌아다니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적

관람 반, 휴양 반의 목적으로 갔으니 망정이지, 어릴 적부터 동경해 오던 고요한 폐허만을 바라고 갔더라면 큰

일 날 뻔했다.


 

 

 

 





 






현지 맥주인 캄보디아와 앙코르가 눈에 띈다. 나는 앙코르를 병과 생맥주로 모두 마셔보았는데, 조금 밋밋한 맛

의 라거였다. 더운 날씨 탓인지 평소 라거 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도 잘 넘어가고 빨리 취했다.



 

 

 

 




 






드래곤 뭐시기라는 현지 과일. 실제로 보니 무척 신기하기는 했지만 떠나기 전 보았던 캄보디아 요리 다큐멘터

리에서 딱히 맛은 없다는 내용을 이미 보았던 터라 사진만 찍고 말았다. 그나저나 남국은 역시 남국. 과일들이

참 역동적으로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나라에선 그래도 미모로 끝발 좀 날리는 편인 수박도 여기에선 영락

없이 풀떼기 취급. 털이나 뿔 정도 없으면 과일도 아닌 거다.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싸다는 아보카도. 나중에 호텔 방에서 먹으려고 두 개를 샀다.



 

 

 

 



 






도착한 시간이 이미 오후였기 때문에, 도심처럼 보이는 지역을 한 바퀴 어슬렁거리고 나니 금세 저녁 시간이 되

었다. 위의 사진은 저녁 식사를 하려고 찾은 압살라 댄스 부페. 압살라 댄스를 보면서 부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압살라는 힌두교의 일종의 창조 신화에서 태초에 6억 명이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천계의 무희, 그러니

까 춤추는 선녀 정도 된다. 인도에서 발원한 힌두교가 이 지역의 토착 신앙인 뱀신 숭앙과 결합하면서 압살라의

춤이 뱀을 모사한 것으로 변형되었다. 큰 홀에서 밥을 먹으면서 축약판을 보면 십 달러, 전용 극장에서 완전판

을 보면 삼십칠 달러라고 하기에 일단 십 달러짜리를 먼저 보았다.


 

 

 

 





 






다큐멘터리 등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보니 손 끝과 목의 사근사근한 흔들림

이 마치 진짜 뱀을 보는 것 같아 무척 신기했고, 또 묘하게 에로틱했다.



 

 

 

 




 






춤 자체가 박자를 딱딱 맞추어 끊어지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일정한 속도로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라, 한 번

다른 사람들과 움직임이 어긋난 무희는 계속해서 어긋났다. 한편으로는, 이러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 그룹들의 자로 잰 듯한 군무에 열광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좀 틀려도 이쪽

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좋은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는 괜찮았지만 썩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을 때를 골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출국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났고,

현지 시간이 한국보다 두 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한나절이 넘게 잠을 못 잔 셈이라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