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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야밤에



애 아버지인 친구가 만취하여서는 전화를 걸어왔다. 삼성역 한복판이라는데, 삼성역 한복판에서 이렇게 소리를 지를

수가 없을 것인데 하고 갸우뚱할 정도로 괴성을 질러댔다.


익명으로 처리할 해당 애 아범은 십여년 전에도 폭우가 쏟아지는 경포대에서 흰자가 칠 할 이상이 되도록 술을 처먹고
 
울부짖던 바 있는 이이다. 빗소리가 없었어도 반은 못 알아들었을 포효의 대강은, 넌 왜 미팅이나 헌팅 때마다 내가 마

음에 둔 여자만 매처럼 채 가느냐 뭐 그런 내용이었다. 진정성은 있으나 개그 타율은 부진한 그를 위해 열 번 웃길 것

도 여덟 번 웃기고, 욕망은 가득하나 표현에 머뭇대는 그를 위해 재색이 좀 부족한 분을 택하여 먼저 모시고 나가던 나

로서는 그리 듣기 편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여 말리고 말리다가 나도 술을 먹고 말새끼 소새끼 찾아가며 한 판 붙었

던 것이 생생하다.


친구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소리로 안녕이나 바이바이 같은 소리만 십 분 넘게 했다. 말하고 싶지 않았는지, 말해봐야
 
소용이 없어 그랬는지, 무슨 일이 있는 것은 분명했으나 나도 묻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어봐도 퍽치기 당하기 딱 좋은

스텝으로 걷고 있을 것 같아 얼른 택시 타고 제수한테 전화를 걸라 하고는 내가 먼저 끊었다. 오랜만에 별 일 없는 주

말을 앞두고 있었는데, 없는 돈 싸들고 강 넘어 보시라도 가야 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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