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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談

머리 없는 사람 - 『일하구문(日下舊聞)』中

 

 

 

 

 

 

 

먼 동쪽 지방에서, 한 병사가 싸우다 죽었다. 머리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죽지 않고 그 머리를 들고는 걸어서 집

 

으로 돌아왔다. 머리는 비록 썩게 되었지만 그 몸은 살아서 꼿꼿하게 앉아, 먹고 싶으면 손으로 飢(배고플 기)

 

자를 썼고 목마르면 渴(목마를 갈)자를 썼다. 그 처는 묽은 죽과 물을 목구멍에 흘려 넣어 주었는데, 배부르면

 

손을 휘저었다. 이렇게 하기를 삼 년, 두 아들을 낳고서는 마침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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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없는데도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목구멍으로 죽과 물을 흘려넣어 계속 살아있을 수

 

있었다는 데에서는 자못 과학적인 논리성도 엿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머리란 없어도 좋은 것일까? 아니면, 머리

 

가 없고보니 식욕과 성욕 등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하고 그나마도 천명을 다하지 못한 채 죽었으니 머리는 필요

 

하다는 것일까? 아들을 낳고서야 '마침내' 죽었다고 하니 아들을 낳기 위해 자연의 도리를 거슬러 살아있던 것일

 

까? 짧게 읽자면야 그저 파적거리에 불과하지만 괜한 흥미를 붙여 씹어 보자면 여러가지 질문이 떠오르는 재미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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