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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는 오늘 났지만, 실제로는 그제인 12월 17일 오전에 전용 열차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출생에 관해서는 여러

기록이 있지만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1941년 생이니 향년 71세.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에 비하면

남한 사회는 그의 죽음을 훨씬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반나절 동안은 다소간 멍해져 있었지

만, 전쟁이 날까봐 엄마의 손을 잡고 라면과 부탄 가스를 사기 위해 수퍼에서 긴 줄을 서 있던 십수년 전에 비하

면 당혹감이나 두려움 등의 커다란 감정은 거의 없다.




이제 북한의 독재 체제는 김정일의 삼남인 김정은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김정일은 2008년에 한 차례 쓰러진 뒤

로부터 후계자 계승에 박차를 가하여 내년인 2012년을 승계 구도 완성의 해로 보고 있었다고 하니 고작해야 한

해 정도 차이라 큰 혼란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적국'의 예비역으로서는 김일성의 '혁명 1세대'들도 이빨을

감추고 여전히 살아 있는 가운데 권좌에 오르게 된 83년 생의 지도자를 보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그

의 건승을 빌 수도, 몰락을 바랄 수도 없는 기묘한 상황. 청춘의 2년을 몽창 갖다 박아넣었어도, 분단국의 국민

이라는 멍에는 벗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편 남한에서는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정원까지 그의 사망을 몰랐다는 데에 대해 재야와 야권은 물론 집권 여

당에서까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오늘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생일 잔치를 열고 있었다고 한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물러날 자리이긴 하지만, 앉아 있는 동안 최소한의 역할 만큼은 해 줬으면 좋겠다. 적국의

수괴가 죽었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첩보를 받지 못하다니.




북한 국민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보며 드는 의아함, 이런 때에만 넉넉하게 볼 수 있는 평양 시내의 모습을 시청

하며 드는 신기함, '못난 3대'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큰 인물이 3대씩이나 지속되기란 어려운 일인데 나보다

도 어린 이가 저 괴상한 나라를 손에 틀어쥐게 된 상황에 대한 불안함 등등. 정리할 것이 있으면 이후 정리해서

차차 덧붙이기로 하자. 오늘은 부고만을 전한다. 고민해 봤는데, 명복은 빌어주기 어려울 것 같다. 눈물로 보내

는 이들도 있는 것 같으니 그 강물 타고 잘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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