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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홍길주(洪吉周, 1786-1841) 마음에서 나온 것이 말이다. 그 말을 간추린 것이 글이다.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말은 거짓말이고, 말에서 얻지 못한 글은 가짜 글이다. 더보기
시험공부 중에 잠깐 점수가 매겨지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시간이 많다면 서예학원과 피아노학 원 외에 미술학원에도 다녀보고 싶다. 더보기
여름방학 대학교의 마지막 여름방학 더보기
두통 어제오늘 합쳐 일기를 세개나 쓰고 있는데도, 이번 학기가 시작한 뒤 쓴 일기는 20개가 채 못된다. 고민하는 바가 적었던 것도 아니고, 부르고 싶은 노래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남들도 다 하는 것을 무얼 그리 치인다고 이리 티를 냈을까 싶어 혀를 차게 된다. 아주 오랜만에, 적어도 2년 정도만임은 확실하다, 후배인 정아와 통화를 했다. 5월 초에 돌아왔다는 정아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덕분에 이번 학기 또래들의 지친 투정만 듣던 나는 적지않이 기운을 얻 었다. 입대영장이 안 나와 애가 탄다는 비록석훈이와도 전화를 하고, 직장인 영전이 형과도 오랜만의 통화를 하였다. 입으로는 오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4년 전, 5년 전, 6년 전 의 일들이었다. 서로 변한 모습이라도 그때의 기억억을 .. 더보기
우리소설읽기 종강 이번 주가 기말고사라 지난 주에 모든 수업은 종강을 하였지만, 나는 오늘 마지막 수업이 하나 있어 학교로 향하였다. 사실 나는 기분이 좀 이상해져 있었다. 지난 주의 수요일은 현충일, 금요일은 주4파라 원래 수업이 없었던 나는 깊은 고심 끝에 목요일의 수업을 마음에서 떠나 보낸 뒤 화요일 저녁에 대범하게 자체종 강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는 학기 내 바빠서 찾지 못 했던 도환 형의 자택을 찾아 각종 게임기들 을 껴안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간 장렬히 자폭해 있었다. 시간이 가거나 말거나, 끼니때가 되거나 말거나, 오락이 지겨우면 만화를 보고 만화가 지겨우면 영화를 보고, 영화가 지겨우면 잠을 자고. 단 5일 뿐이었는데 TV볼 시간조차 없이 분을 아껴 살던 지난 반년간의 이야기가 쯧쯧 하고 혀를 차는 .. 더보기
예술기획경영 종강 이럴 때에는 본인의 컴퓨터실력이 형편없음을 탓하는 수밖에 없다. 기껏 취업이나 불륜등의 흥미로 운 소재로 스토리를 구성하여도 사진배치나 글씨를 삽입하는 등의 재주가 없으니 그저 주욱주욱 늘어 놓는 수밖에. 아무튼, 예술기획경영 수업의 종강 날 우리조 Bon Voyage와 찍은 사진이었다. 예술기획경영은 연계전공인 디지털예술학의 한 수업으로, 디지털예술학의 모든 수업은 학기가 끝날 무렵 'YONsei Digital Art festival', 대문자들을 따서 '연다 페스티벌'이라는 일종의 합동발표회를 여는 것으로 끝을 내 왔다고 한다. 기획부터 팜플렛 디자인, 스폰서, 심지어 장비대여까지 학생의 힘으로 이루어 내게 하는, 실로 경악할 만한 구성의 발표회였다. 꾀가 많거나 .. 더보기
예술기획경영 세월이 많이 지나면 지옥같았던 이 수업은 물론 함께 정을 나누었던 사람들의 얼굴까지 기억에서 지 워질지 모르지만. 아무튼 무척 치이는 일이 많았던 이번 학기 마음의 위안까지 되어 준 예술기획경영 수업의 조모임, Team Bon Voyage. 정작 이 수업을 듣자고 끌어들인 건 나인데 리서치나 발표준비보다 내게 프로젝트 설명하는 데 더 애 를 먹어 준 김신각 어린이, 날카로운 발톱을 동안의 표정 아래 숨기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적들을 해 주는 희극지왕 경은씨, 소년만화의 악당 보스들처럼 언젠가부터 두고보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지수씨, 막판에 큰 힘 되어 준 고운정씨. 비록 우리 앞에 이제까지의 어떠한 고난보다 더 큰, 연다 페스티벌이라는 파도가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처럼 마지막까지 즐거운 여행이길. 더보기
5월 24일 부처님 오신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이 있었다. 연계전공인 디지털예술학의 한 수업으로, 상업 영화 한 편을 기획하는 것이 주 내용인 영상문화기획이라는 수업이다. (그 수업의 필드가 디지털예술 학이라는 것이지 내 연계전공이 디지털예술학이라는 것이 아니다. 승인은 못 받았지만 아무튼 내 마 음 속의 연계전공은 언제나 일본학.) 학교에 7년쯤 몸 담으면서 볼 수업 못 볼 수업 다 겪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세상에는 아직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 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 준 수업. 아버지의 직장이 공기업인지라 등록금을 따박따박 국고에서 헐어다 먹었기에 이날 이때 껏 아무리 심한 수업을 들어도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수업은 그 생각을 180분동안 하게 해 준다. (.. 더보기
성년의 날 시월의 마지막 밤처럼, 시간은 지났지만. 기억하고 있어요. 더보기
5월 13일 생각하는 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에 말로 뱉고 또 뱉고, 듣는 사람이 지겨워질 때까지 뱉고 돌 아다니는 터라 일기에 적지 못한다. 내용도 별 대단할 것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면 가볍든 무겁든 누구나 해야 하고 혹은 주위 많은 사람들이 이미 끝내고 지나간 것이라 더더욱 부끄러워 적지 못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간혹 원하는 것이 있어도 행하지 못하고. 이렇 게도 인생은 살아지는구나, 하고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며 응응 고개를 끄떡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무엇이든 적응하기 나름이라, 하루하루 지날수록 고민이든 소원이든 무거워지면 무거워졌지 가벼워질 수 없는 것들에 조금씩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곧, 다시금 사납게 눈을 치뜨고 달려드는 날이 올 것이라고, 느낀다. 혹.. 더보기
만시 한시의 장르 중에 만시輓詩라는 것이 있다. 죽은 이에게 부치는 시이다. 말하자면, 받을 이 없는 시로,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 더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순환하는 이와 기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 있지 않고서는 애당초 그 성립이 허용되지 않는 문학인 것이다. 그러한, 만시다. 근래 한 수업의 발표를 위해 혜환 이용휴라는 문장가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다. 18세기에 문장가 둘을 꼽으라면 연암과 혜환이라고 할 정도로 당대의 으뜸가는 문사였지만 아들인 금대 이가환이 서학자 로 몰려 집안이 멸문당한 뒤로 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한문학사에서 그의 글 을 다루기 시작한 것도 고작 10여년 전이라고 하니 명성에 비해 오랜 세월 받아온 냉대를 짐작할 만 하다. 18세기는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파격의 문학이.. 더보기
사월의 마지막 밤 두시간만 있으면 그토록 고대하던 복학의 5월인데, 쌓인 숙제와 발표준비는 해도해도 끝이 안 보 이누나. 그나마 머리라도 짧게 잘라 다행이지, 자르기 전처럼 고개를 숙일 때마다 눈을 찔렀다가는 짜증이 나서 그 오랜시간 책상과 컴퓨터 앞에 못 앉아 있었을 것이다. 중순쯤 지나가면 그래도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 어차피 트이든 말든 그때쯤까지는 진로도 결정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고. 남들도 다 지나간 4학년이고 남들도 다 살고 있는 인생이잖냐,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다시 마음을 추스려 본다. 더보기
숙제하기 싫여 동그라미 쳐진 부분을 보라. 무려 16세! 일반인이 생각하는 '레고'의 연령기준이 보통 4-6세, 적정한 경제 수준의 성인 레고 매니아들이 접할 수 있는 제품의 연령기준이 대범하게 설정하여 6-12세임 을 고려해 보면, 이것은 단순히 제품군의 난이도에 의한 분류가 아니라 레고를 하나의 사회적 현 상-문화적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식구조, 그리고 다변화하는 인간양상을 상호존중의 차원에서 모두 인정해 줄 수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단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 보통 한시간 사십분에서 두시간이 걸리는 레포트를 24시간 내에 여덟편을 써 야 하는 현실에서 잠시 도피하던 중 시야를 장악한 저 장대한 16이라는 수치. 이 두 눈으로는 평생 에 본 적이.. 더보기
열심히 살아 주십시오 날씨는 어제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인과 전화를 하던 중 바람이라도 잠시 쐴까 하고 창문을 열었는데 큰 바람이 훅, 하고 뺨을 후려쳤던 것이다. 나는 신이 나서 중간고사 공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읽고 싶 던 책들을 잔뜩 쌓아 놓고는 침대로 뛰어 들었다. 비오는 날 오전 내내 침대에서 뒤척거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냥도 각별하지마는, 지난 겨울이 끝날 때쯤 엄마가 내 방 창문의 커텐을 걷어버린 탓에 요새는 쭉 잘 수 있는 시간이 생겨도 빛 때문에 깨는 일이 잦았었던 터라 더욱 유별했다. 마음껏 책을 읽은 뒤 눅눅한 암회색의 방 안에서 깨어나는 것은 과연 천금의 가치가 있었다. 더 누워 있을 수도 있었지만 바람소리가 워낙에 셌던 탓에 부슬부슬 일어나 앉았다. 멍하니 손바닥을 쳐다 보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몇달째.. 더보기
식목일 진로 고민만 해도 머리가 터지고 하루에 열두번씩 장이 뒤집히는데, 과제니 조모임이니, 마음에고 머 리에고 와 닿지도 않는 것들을 붙잡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더보기
3월 25일 (2)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수업이 대여섯시에 끝나도 집에 오면 여덟아홉시. 책 읽고 TV 보고 하면 하루가 끝나는 통에 밀렸던 집안일들을 했다. 설겆이나 빨래는, 막상 마음먹고 달려들자면 군에서 하 던 양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니라 금세 끝났다. 한 후배가 빌려 준 책을 읽느라 늦게 잔 터였다. 애당초 알람에 상관없이 푹 자려고 시계도 꺼 놓았는 데, 아침나절에 엄마의 병원으로 가는 아빠의 준비소리에 깨 버린 것이다. 하루는 충분히 길었다. 일찍 일어났고, 주말동안 해야 할 두개의 숙제 중 좀 더 부담스러운 것을 금요일에 해 둔 터라 큰 걱정거리도 없었거니와 일도 빨리 끝났는데, 하루 종일 어쩐지 멍한 기분이었다. 방에 누워 천장을 보았다. 제대하고 복학하기까지 쭉 백수였지마는, 대낮에 방의 천장을 보고 있.. 더보기
3월 25일 나는 자신을 속였다. 날씨가 갠 것이 도리어 마음에 걸렸다. 또 한 주가 시작되려 하는 것이 기껍지 않다. 숙제 때문에 이광수의 '무정'을 읽었다. 예전보다는 재미있게 읽혔으나 여전히 독후감은 쓰고 싶지 않은 소설이었다. 계몽의 폭력성이야 정치적으로 위험한 것이라 생각해 왔지만 그 따위의 것 이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비실비실해져 있는 자신에 적지 않이 지쳤다. 더보기
3월 20일 스스로 느끼지도 못 하면서, 김현철의 물망초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같은 비라도 봄비의 전이라면 하늘이 맑다가 갑자기 쏟아져도 반가울 것을. 우중충한 하늘 덕에 집 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영 별로였다. 더보기
3월 18일 인식하지 못 한 채 900번째 글이 지나가 버렸다. 생각해 보면 사진을 올린답시고 하루에 수십개의 글 을 썼던 적이 있는가 하면 쓰고 싶었던 내용이 차고 넘쳤음에도 사정상 쓰지 못 했던 날도 잔뜩이라, 수를 따지는 것이 일견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어쩐지 요즘의 어지러운 마음이 드러난 한 모양새인 것 같아 과히 마음이 좋지 않다. 더보기
3월 16일 엄마가 입원을 했다. 급환이 아니고 지병이어서 꽤나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복학 첫주 에, 컨디션 난조에 이래저래 마음 치이던 차에 겪게 되니 심난하지 않기가 어려웠다. 아홉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엄마 옆 자리에서 자지 뭐, 하고 길을 나서는데, 문득, 인도에서 만났던 한 누나 생각이 났다. 갠지스 강이 있는 바라나시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된 누님이었다. 여행 1주차였던 나는, 시간이 지남 에 따라 약간씩 익숙해졌음에도 여전히 빨리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만을 궁리하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갠지스강으로 유명한 바라나시였는데, 가이드북에서는 형편없이 소개해 놓았지만 현지에서 만난 여행객들의 절찬 강추를 받아 택하게 된, 말하자면 반신반의 행 목적지였다. 밤 10시 기.. 더보기
다시 돌아온 학교는 무척이나 적응하기 어렵다. 입대하기 이전에도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는 면학의 분위기는 있었지만 취업 등의 목적이 아니라 학업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충분히 수용되었었는데. 나는 기대했 던 것과 다른 수업내용보다도 그 수업을 듣는 이들의 가열찬 취업욕에 오히려 질려 버리고 말았다. 더보기
3월 8일 제 27회 정기공연 [라디오의 시간]이 끝났다. 어른스럽게 하나씩 껴안아주고 무대 뒤쪽에서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는 어르신이 컨셉이었는데, 어쩐지 눈물이 나왔다. 화장실로 가 3월에 나리는 정신나간 눈을 쳐다 보고 있었다. 많은 생각이 스쳐 가고, 또 많은 생각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 거대한 빈 공간을 버텨낼 수 있게 받침목부터 세우련다. 드디어, 시작이다. 더보기
3월 1일 의식하지 못 한 채, 3월이 시작되었다. 공연이 다음주 월요일. 무악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 하는 일요일을 제하면 이제 이틀 남았다. 공연 을 앞두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매 번 있었지만, 이번만큼 절실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 그로부터 수많은 인간관계가 촉발될 것이라는 것, 소소한 추억들 등을 떠올리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보지만 아무튼 한숨이 나온다. 미연 누나가 죽었다고 한다. 미연 누나는 언젠가 이 곳에도 적었던 완재 아저씨의 딸이다. 사고이든 자살이든 어린 아이를 남긴 서른 남짓의 나이이니 호상일리 없다. 새해 들어 연달아 있었던 부고 소 식에 '죽은 사람들도 있는데,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번만은.. 더보기
졸업식 '07년도 졸업식엘 갔었다. 기왕에 연극연습이 학교에서 있으니 그저 두어시간 일찍 찾은 것 뿐이었지 만, 어쩐지, 근래의 학교는 신입생들이 어디든 신입생들과 그 근처 학번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그 엄청난 혈기와 젊음 탓에 나는 도리어 소외감을 느끼며 주변을 돌아 목적지로 향하였었는데, 그 같은 공간이 20대 초반을 같이 채웠던 이들로 채워져 고개를 돌릴 때마다 아는 얼굴을 발견하는 것은, 무척이나 이상한 경험이었다. 굳이 입으로 꺼내어 말하지 않아도 얼굴을 볼 때마다 전 생애에서 손꼽을 만큼 즐거웠던 추억들이 떠올랐는데, 서로의 나이를 알고 시간이 지났음을 알고 그것이 추억 이 되었음을 알고 나자, 무척이나 쓸쓸해졌다. '그들'과의 추억만으로도 그렇게 되었는데, 나는 그래 서 .. 더보기
역시 근황 공연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찌 되었든, 꽤 오래 마음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하나 곧 떠난다. 머리를 잘랐다. 말년 때부터 별 생각 없이 놓아 두던 머리라 치렁처렁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자랐 는데, 딱히 잘라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놓아 둘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기왕 기른 김에 파마라도 해 볼까, 하다가 조용히 공부나 하려는 이번 학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내일은 지희와 빛나가 졸업을 한다. 둘 다 성에 차지 못 한 채로 청춘의 한 장을 덮게 된 것이 오빠 로서도, 그리고 같은 처지의 취업전선 전사로서도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을 웃으면서 돌아 볼 만큼의 여유는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 공연을 끝내고 정신을 좀 차려볼까 한다. 멍하니 있었는데, 어느 샌가 흐름에 휩.. 더보기
근황 2월 들어 처음 쓰는 글이라니, 어쩐지 머쓱하다. 일기는 말할 것도 없이 컴퓨터 앞에 앉는 것도 너무 오랜만의 일이라 어색하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생각보다 적은 결과가 나오는 연극 연습 탓에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도 컴퓨터를 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매일아침마다 집을 나서며 마치 습관처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적을까 생각해 보지만, 돌아오는 밤길에서는 얼른 침대 에 누웠으면 하는 심정이다. 인천에서 이대나 고대를 휴학 한 번 없이 다닌 분들에겐 정말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더보기
놀라운 사실 포탈 사이트 다음에서 '최대호'로 검색을 하면, 웹페이지 상에서 가장 먼저 이 사이트 주소가 뜬다. 내용은 놀랍게도 '월 400원 웹호스팅'. 더보기
감기 며칠 불안불안하더라니, 마침내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신촌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를 삼십분이 넘게 서서 기다리며 식어버린 몸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정신없이 잠들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약보다는 자연히 치유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오래 사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평소의 신념대로 그냥 꾹 참고는 있지만 몸살로 번질 것 같은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몇시간 있으면 2월인데, 2월도 시작이 영 좋지 않다. 더보기
고양이 이모네 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이모네 집 식구들이 대범하게 '양이'라고 부르는 이 고양이 외에도 실은 한마리가 더 있었는데 비교적 어린 나이에 가출해 버렸다. (따져 보면 두마리 다 밖에서 기어 들어 왔으니 가출했다는 말보다는 며칠 신세지고 제 갈 길을 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 르겠다.) 잠시 묵고 간 고양이는 노란 색이었는데, 사람 손길 타는 것을 좋아해서 시종일관 근처에 와서 비벼대거나 엉덩이를 붙이고 자는 모습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내게도 정감을 주기 충분했다. 한편 남아있는 녀석은 얼룩인데 근처에 안 오는 것은 물론 이따금 친해져 보자고 손을 내밀어 봐도 사납게 깨물거나 할퀴려 드는 탓에 나로서도 대부분의 고양이에게 하듯 안 보이는 방향에서 물건을 던져 맞추거나 고.. 더보기
근황 새로 시작한 연극연습. 내일이면 2주차가 끝나간다. 매일 두시부터 대여섯시까지의 이 연습이 요새 나의 일상이라 하겠다. 함께 연극을 하는 이들과는 어느덧 대여섯살 차가 지게 되었다. 그들과의 관계에서도, 연극을 하면서도 열린 자세를 유지하기란 값지지만 무척 지치는 일이라 집으로 돌아 오는 버스에서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잠들기 일쑤다. 마음이 다소간 초조해지는 것 같아 인도여행기를 몇 권 읽었다. 딸기케이크의 딸기를 아끼듯이, 힘들거나 지칠 때 읽어 보려고 일부러 도서관의 여행기 파트 쪽에는 가 보지 않았던 것인데. 아무튼 덕분에 힘이 좀 났다. 보고 만지고 걷고 누웠던 곳들의 사진이 보이자 입에서 꺄악꺄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느 정도는 그 지옥같은 인도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보름째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