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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시간을 달리는 소녀 지난 생일에, 도환 형으로부터 생일선물로 nds를 받았다. 사실 산지 며칠 되지도 않은 형으로부터 형은 플레이스테이션도 있고 엑박360도 있고 psp도 있으니 이 거지에게 적선 좀 하라고 강탈해 온 뒤 돌려주지 않은 것이 반년째의 일이다. 형은 (아마도 더러워서) 새 것을 사고 내가 쓰던 것을 선물 삼아 주었다. 생애에 받은 선물 중 액수상으로는 가장 비싼 것이었고 무척이나 좋아하는 물건이었 지만 아무래도 가지고 있던 것을 선물로 받자니 뛸듯이 기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왕에 내 것이 된 참이라 이것저것 그 용도를 면밀히 살펴 보다가 동영상 재생이 된다는 것 을 발견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주위 nds 유저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는데, 나와 기계와의 인연은 항상 이렇다. 덕분에 심슨가족과 프리즌 브.. 더보기
28회 공연 <굿 닥터> 자투리 사진 역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는 것인데, 예전의 그 공연들도 열심히 열심히 찍어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 . 기획이 동아리 홈페이지에 새로이 올려준 사진들 중 몇장을 올린다. 숙제하기 어지간히 싫어하는 중. 더보기
2007. 09. 25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기 위해 해 본 시도이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글을 쓰기가 영 불편해서. 더보기
<굿 닥터> 사진 모듬세트 2007年 9月 더보기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연극동아리 연극과 인생 제 28회 정기공연 '굿 닥터' 시간은 넉넉하였는데도 갑자기 찾아온 가을과 복학 2학기째의 게으름, 그리고 공연후유증이 겹쳐 오랫동안 일기를 적지 못 했다. 속해 있는 연극동아리 '연극과 인생'이 어느덧 28회 공연을 치뤄 내었다. 처음 참여했던 작품이 제 17회 공연 '대머리 여가수'이니, 세월을 느끼게 하는 시금석이 여기 또 하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굿 닥터'. 이러구러 5년째 적고 있는 이 홈페이지도 2002년 '굿 닥터'를 끝내고 공허해 하던 차에 선물로 받아 이날 이때껏 굴리고 있는 것이니 그 이름을 다시 적는 감회가 자못 새롭다. 여러차례 술회하지만, 2002년의 '굿닥터'는 정말 축복같은 공연이었다. 갖가지의 내외적 난.. 더보기
???? 가을이 오려나 보다. 바람이 휘잉 하고 불어 여름내 열려져 있었는지 닫혀 있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 했던 창문을 밀어 반 쯤 닫는다. 창문이 있던 자리는 먼지가 쌓이지 않아 깨끗하다. 집안에서는 팬티만 입고 있는다는 엄격 한 가풍을 어기고, 입고 나서 몇번을 굴러봐도 개어져 있던 선이 지워지지 않는 긴팔 상의를 꺼내 어다 입는다. 팔뚝 위를 덮는 옷의 느낌이 고작 두어달만인데 낯설다. 개강 첫 날 학교까지 못 가게 만든 피아노곡들을 들으며 책을 읽자니 야릇한 느낌은 한층 더한다. 삼사백년 전의 갈색 역사에서 잠시 눈을 떼고 몇달째, 아니면 몇년째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무채색의 주위로 눈을 돌린다. 비록 홀로 지내는 처지가 되어 소일하는 요즘이지만, 눈에 닿는 물건들에서 지나간 사람들과 다시 마주하며 드는 감.. 더보기
자고 일어나면 개학 첫날인데 우연히 다운받은 피아노곡에 넋이 나갔다. 길게도 못 적겠다. 가을이 오려는 밤에 빗소리와 피아노라니. 살아있어도 좋은 밤이다. 고맙다. 더보기
미랑님 엎드려 감사드리옵니다. 더보기
개학을 앞두고 고등학교 친구, 회사인 미랑양, 대학교 후배들로부터 레고 선물 폭탄을 단 하루만에 미친듯이 얻어 맞았던 충격도 지나가고 (아마 생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겠지.), 어느덧 개학이 코앞으로 다 가왔다. 15학점만 들으면 졸업인데다 사실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면 지난 학기까지의 성적만이 포함 되기 때문에 그리 부담이 없는 학기였음에도 국문과의 수강편람때문에 모두 1교시나 2교시에 하루 일정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표가 되어버렸다. 생각해 보면 학점에 대한 부담 없이 전혀 다른 전공의 대학수업을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수강변경 기간에 과감한 시도를 해 볼까도 생각 중이다.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자면 휴학하고 책이나 좀 흡족하게 읽어 보거나 아프리카나 남미로 날아 가거나 백보 양보하여도 학부 수.. 더보기
생일 내일은 이 몸의 스물일곱번째 생일. 본인의 가열찬 홍보 탓에 이미 축하해 주신 분들과, 알고 있었 더라면 축하해 주셨을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곳에 들러 이 글을 읽게 될 분들 중 대부분의 지인들은, 태어나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던 추억을 반드시 하나 정도는 함께 했던 사이일 것입니다. 다시 또 만나 그런 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때까지, 당신도 나도, 열심히 살아갑시다. 걸어오며 만난 어느 누구는, 우리는 서로 만나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했고, 어느 누구는 자신 이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간다고도 했고, 요새 주변의 대다수는 죽기는 좀 곤란하니까 살아가거나 수 도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해 보겠다고 산다고도 합니다마는, 아무튼, 당신도 나도, 각자의 긴 이야기가 끝나고 책의 뒷표지가 덮힐 때까지는 아.. 더보기
주희양 졸업을 축하해요. 이왕에 이렇게 된 것 한학기 더 기다렸다 함께 졸업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같이 졸업하자고 농담 반 희망 반으로 이야기했던 것이 무려 사오년 전의 일이건만, 이렇듯 씩씩하게 졸업 생이 되다니. 이전에도 졸업한 동기들은 있었겠지만, 아무튼 특별한 사이의 동기가 졸업하는 모양새 는 처음 보는군. 덕분에 마음이 아주 싱숭생숭. 인천시 남구 관교동 동아아파트 3동 1405호, South Korea. 우편번호 402-705 물놀이 중이라고 귀찮아하지 말고 뭔가 괌 느낌이 물씬 나는 엽서로 부탁해. 생일축하의 말도 잊지 말도록 하여요. 다시 한 번, 무사졸업을 축하드립니다. 내년엔 대학원에서 다시 만나요. 안녕안녕. 더보기
상원의 애인을 만나다 점심 무렵부터 시작한 과외를 저녁 나절에야 모두 끝내고 인천으로 내려올 차비를 하던 중에 상원에 게서 문자가 왔다. 5박 6일의 휴가 중인 상병 말호봉 남팬더와 홍기, 그리고 상원의 애인과 함께 신 림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오라는 내용이었다. 근래 과외비를 받아 목돈은 아니지만 적어도 반가운 사 람들 만나는 약속을 일부러 피하지는 않게 된 터라 흔쾌히 가마고 했다. 만날 장소인 신림이 과외 하는 집에서 썩 멀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기상의 휴가에 맞춰 다 같이 얼굴 본 것이 며칠 되지 않은 일인데도 만나니 반가웠다. 스물다섯 넘어 서는 서로 군대나 학업이나 치이는 바람에 보고 싶은 만큼 못 봐 왔던 것이 사실이다. 애당초 상원은 신림의 명물인 백순대를 먹여 보겠다고 부른 듯 했으나 군인아저씨가 피자가.. 더보기
어흑흑 며칠에 한 번, 인터넷을 켰다 하면 띄워 놓고 몇십분동안 쳐다 보는 그림. 죽기 전에 내 사고 말거야. 치토스 형님의 울부짖음이 남의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가르쳐 주는 물건들. 정말이지 타인의 마음을 이렇게나 움직이는 물체를 만들어 내다니, 레고의 디자이너들은 아마도 악마일 것이다. 더보기
8월 19일 일요일 무척이나 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방학도 딱히 기억나는 일 없이 이제 그 끝을 열흘정도 앞으로 하고 있고, 해는 다시 돌아 1주일만 있으면 헛되이 또 한살을 먹는다. 이러구러 지내다 보면 제대 후 1주년 도 그리 멀지 않은 시일의 일. 시간은 점점 어처구니없게 빠르게도 간다. 어제 저녁 INK 여섯명이 남상병의 휴가에 맞춰 신촌에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모두 모였는데,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한 말은 '다들 늙었다'였다. 편차야 있었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 늙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십대의 초반에 함께 뛰어다니며 놀던 것이 어제같은데 정말 이러다 서른도 될 판이니, 이런 때의 오랜 친구란 괜한 상념에 젖게 만드는 것이 별로다. 더보기
수강신청 학부에서의 마지막 수강신청이 끝났다. 원하는 과목을 다 넣고 나서도 고민하다가 다른 과목으로 바 꿀 정도였으니 비교적 수월하게 끝났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과목 당 남은 좌석수가 대부분 0이었던 것으로 보아 경쟁이 적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클릭하는 운때가 좋았던 모양. 지난 학기도 그렇고 이번 학기도 그렇고, 4학년의 수강신청이 이렇게 힘들다니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싫어 졸업을 늦 추고 있다는 것은 괜한 소리가 아닌 것 같다. 지난학기로 전공이수학점을 모두 수료해 놓았기에 이것저것 다른 수업들을 들어 봐도 좋았겠지만, 결국 국어국문으로 다섯개를 채우고 말았다. 딱히 다섯개의 수업 모두가 마음에 와 닿아서는 아니고, 다른 전공이나 교양과목에 별달리 끌리는 것이 없었던 것이나 교내에서의 동선을 줄이려는.. 더보기
근황 컴퓨터가 고장났었다. (우습기도 하지만) 다 나은 듯한 손은 비가 내리기 한시간 전쯤 되면 욱신거린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 도 하는 허리보다 훨씬 고성능의 예측계가 생긴 셈. 과외를 구했다. 알선사이트를 통해서 구했기 때문에 수수료는 60%. 35만원을 받아 21만원을 입금 하고 나니 남은 것은 밀린 전화세와 교통비 몫 뿐. 자신을 위해 5000원짜리 레고 하나 못 사줬다. 곧 남상병이 휴가를 나온다. 스물여섯에 입대하는 것만 해도 어처구니 없었는데, 그 군생활도 곧 끝 난다니. 물론 반년 남은 본인은 결코 제대를 실감하지 못 하고 있겠지만. 내일은 드디어 학부의 마지막 수강신청. 딱히 듣고 싶은 수업은 없지만 아무튼, 마지막이라니 기 분이 조금 이상하다. 모든 졸업한 분들이 다 거쳐가신 것일텐데. 나는.. 더보기
연암 박지원, <伯姉贈貞夫人朴氏墓誌銘 (백자증정부인박씨묘지명)> 유인孺人의 이름은 아무이니, 반남 박씨이다. 그 동생인 지원 중미仲美가 묘지명을 쓴다. 유인은 열여섯에 덕수이씨 택모宅模 백규에게 시집을 가서 딸 하나 아들 둘을 두었는데, 신묘년 구월 1일에 세상을 뜨니 얻은 해가 마흔 셋이었다. 지아비의 선산이 까치골인지라, 장차 서쪽 자리에 장사지내려 한다. 백규가 그 어진 아내를 잃고 나서 가난하여 살 길이 막막하여, 어린 것들과 계집종 하나, 솥과 그릇, 옷상자와 짐궤짝을 끌고 강물에 배를 띄워 산골로 들어가려고 상여와 더불어 함께 떠나가니, 내가 새벽에 두포에서 이를 전송하고 배 가운데서 통곡하며 돌아왔다. 아아, 누님이 시집가던 날 새벽 화장하던 것이 어제 일만 같구나. 나는 그때 갓 여덟 살이었다. 멋대로 드러누워 말처럼 뒹굴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새 신랑.. 더보기
손가락이 부러졌다 지금은 나아가는 중. 아무튼 자판 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별 일 없는 요즘임에도 일기가 뜸한 것 이다. 왜 부러졌는지는 묻지 마시고, 다만 빠른 완쾌를 빌어주시라. 더보기
조선 형사 홍윤식 기웅이형이 쓰고 재엽이형이 연출한 을 보고 왔다. 한다는 소식은 듣지도 못 하고 있다가 조선일보에 난 호평을 보고야 그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후배인 K군이 어디서 표가 났다 고 하길래 가 본 것이다. 공연은 대학로 이다 홀. 정보 소극장 옆에 있다는데 대학로에서 공연장을 찾는 것은 무척 오랜만의 일이라 혼자서 한참을 헤맸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도 공연 시작 한시간 반 전에 도착한 탓에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소영이 누나가 시간이 좀 있는지 삼십여 분 정도 놀아줬다. 기말고사 때문에 정신이 없어 결혼식에 못 갔던 것을 두 사람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었는데 재엽이 형은 몸이 안 좋아서 공연장에 못 왔다고 한다. 기대가 컸다. 오랜만에 보는 연극이기도 했지만 기웅이형이 쓴 작품들은 .. 더보기
오늘의 단상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것을. 오랫동안 억지로 외면해 왔던 가슴속 레고랜드에 대화재가 일어난지 수삼일째. 시간도 많고 하여 각 종 레고 사이트들을 뒤지며 혹 조립 설명도라도 나와 있는 곳에서는 한장 한장을 클릭하여 넘기며 이 미지 트레이닝으로 조립하는 경지에 다시 복귀하게 되었는데.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한 지존격 사 이트. 말하자면 팬시계의 텐바이텐이나 프라모델계의 건담샵처럼, 일반인은 모르지만 그 쪽 세계 의 사람들에게는 권위를 갖는 그러한 사이트. 주니어용 사이트가 따로 있고 성인용 사이트에서는 통 신체나 무례한 말을 사용했다간 당장 강퇴당한다는 사이트. 열과 성을 다하여 가입승인요청서를 제출하였더니 흔쾌히 승낙해 준 마스터. 보통 일주일이 걸린다는데 마스터가 내 글에 감격하여 일찍 승인해 줬다는.. 더보기
레고 크리에이터 주위의 분들은 익히 알고 있으시겠지만, 본인은 유럽에서 태어났더라면 덴마크 레고 본사에 취직하 여 뼈를 묻었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레빠이다. IMF에 밀려 레고코리아가 철수하던 때 피눈물을 흘리 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모르실 테지만 피규어에 비할 바는 못 되어도 레고는 장난감계에서 나름 이름 난 명품이신지라 집으로 모시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배트맨 시리즈나 스파이더맨, 해리포터 시리즈 처럼 레고에서도 라이센스를 따로이 지불하는 시리즈들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 (개중의 왕된 자는 뭐니 뭐니 해도 스타워즈 시리즈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최고가 상품은 무려 오십만원을 상회한다. 게다가 이것은 공산품 기준. 수제품의 세계로 가면 이것은 이미 정상적인 경제기준의 차원이라 할 수 없다... 더보기
한문학 입문 수업의 MT 임하는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으니 이번 학기 수업들이 대부분 특별한 의미로 남은 것은 그리 놀라운 결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무영 선생님의 은 내게 개중 각별한 수업 이었다. 수업 자체로서도, 이제까지 취미 이상의 선을 넘지 못 하던 고전문학에서 생生과 이을 수 있는 고 민거리들을 찾게 해 주었고 그 생각의 과정에서 예기치 못 했던 양의 행복을 주었다. 화목했던 수업 분위기도 쉽게 잊기 어려운 미덕이었다. 다른 전공이나 교양 수업에서 느끼던 전투적 분위기야 복학 생으로서 흘러가 버린 옛 시절을 슬퍼한다 하더라도, 전공수업에서까지 학우들간에 경쟁이 조장되 는 것은 단지 피곤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쉼터를 잃어 버린 깊은 상실감을 주었다. 그 와중에 '공 부' 자체에 즐거워하는.. 더보기
배상면 주가 숙소로 향하는 길에 말로만 듣던 배상면 주가에 들렀다. 이왕에 온 거 재미있게나 놀고 가자, 하고 자 못 힘차게 차에서 내려섰지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 하고 있었다. 서로 썩 가깝다고는 할 수 없는 여남은 명의 사람들이, 고등학교 수련회에서 오듯 이런 박물관에 줄줄이 서 서 얼마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신각이는 '얼음술 축제'라는 행사가 따로이 있길래 일정에 넣었다고 했다. 그냥 숙소에 가는 것보다 무언가 의미를 넣고 싶었다는 그 의도를 어여삐 여 겨 불퉁거리지 말고 배울 게 있으면 배워두고 가자는 마음으로 들어섰는데. 안내원 분의 친절한 설명은 물론이거니와 잘 형상화된 주조과정도 흥미로웠고, 구성원 모두가 다 같 이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나.. 더보기
산정호수 도착한 숙소 앞에는 작은 시내가 있었다. 산정호수는 밤에 가 보도록 하고, 일단 저녁을 먹기 전에 물 에 발이나 담궈 볼까 하고 나섰다. 너비로 보고는 시내라고 생각했던 물은 막상 들어가고 보니 계곡 이라고 불러도 약간만 민망할 정도로 흐름이 빨랐다. 처음 서로 물방울을 던질 때에야 민망하기도 하고 물이 차갑기도 하고 해서 조심스러웠지만 물이라는 것이 던지면 던질수록, 맞으면 맞을수록 사람 사이 거리나 느껴지는 온도나 따스해지는 것이라, 해가 제법 기울 무렵까지도 재미있다고 놀 았다. 갈아입을 것은 티셔츠 한 벌뿐이라 속옷과 바지가 젖는 것은 곤란한 일이었지만 그런 것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 할 만큼 재미가 있었다. 저녁을 먹고는 산정호수에 갔으나 몇차례 길을 잘못 든 데다가 모두들 약간 피로해져 있었고 .. 더보기
근황 딱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기만 했던 7월도 이제 끝나간다. 앞으로 도움이 될 책들을 몇 권 읽었다 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보면 세상에 하등 도움 될 것 없는 나 개인의 취미에 지나지 않는 것. 살아 가면서 이런 느낌은 자주 갖게 될 것 같다. 내가 상경을 달았을 때쯤에 입대했던 후임으로부터, 제대하고 방청소를 하다가 내 메일 주소를 찾 아서 보내 본다며 이메일이 한 통 왔다. 군번이 1년 정도 차이가 지는 터라 그 녀석이 상경을 달고 좋아하는 것을 보며 나는 제대를 했던 것인데, 그 긴 상경과 억겁과 같은 수경을 다 견뎌내고 다시 사람이 되었다니 신기하기 그지 없다. 시간이 잘도 흘러 간다는 것을 갑작스레 느끼게 되는 계기 가 유난히도 많은 요즘이지만, 아들뻘 후임의 제대 소식은 자못 신선했다. 이것저것.. 더보기
얼마 전 있었던 우람과 소리씨의 환송회 소리씨는 캐나다로 돌아가고, 우람이는 논산으로 끌려가게 되었기에 겸사겸사 모였던 환송회였다. 귀여운 연극과 인생 장난꾸러기들. 이번 정기공연은 굿닥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무한한 축복 있길. 정말 시간만 많다면 계급장 떼고 오디션에 달려들고 싶은 마음. 더보기
도망 공부로부터, 책임으로부터, 일상으로부터, 인생으로부터, 최대호로부터, 도망 와 있다. 곧 돌아간다. 더보기
. 좋은 꿈을 꾸었다. 고맙다. 더보기
연극과 인생 제 27회 정기공연 '라디오의 시간' 연출의 글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갠지스 강가에서 머물며 산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로 소요하던 나는 며칠 전부터 눈여겨 보던 보트를 흡 족하게 그리고는 신이 나서 걷고 있었다. 거리에서 산 인도옷의 허리춤에는 인도피리가 꽂혀져 있었고, 짐이라 고는 바지끈에 매달아 놓은 숙소의 열쇠 뿐이었다. 화장터를 지날 무렵 강가에 앉아 있던 늙은 힌두교 사제가 그 쪽으로 가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 보다가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가 되자 ‘너는 참 행복해 보이는구나’라고 말을 건네왔다. 이전의 나였다면 멈춰 서서 감사의 인사를 하든지, 혹은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겠지만, 그날의 나는 웃음을 짓거나 멈추지도 않고, 자신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는지조차 의식하지 못 한 채, 마치 들이마쉰 숨 을 내뱉는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그렇소.. 더보기
이하곤(李夏坤, 1677-1724) [산보고문집성서刪補古文集成序] 가슴속은 텅 비어 든 것이 없는데 한갓 겉만 꾸며서 이를 취한다. 번드르하게 바르는 것을 문사로 생각하고 아로새겨 꾸미는 것을 글이라고 여긴다. 스스로는 천하의 공교로움을 다하였다고 여겨도 아무 쓸데없는 빈말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보건대, 식견이 높은 사람은 글도 높고, 식견이 낮은 사람은 글 또한 낮다. 글이 좋고 나쁨은 문장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식견에서 생겨난다. 식견 이라는 것은 뿌리이고, 글이라는 것은 가지와 잎새다. 뿌리가 튼튼한데도 가지와 잎새가 무성하지 않 은 것은 없고, 또한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서 가지와 잎새가 무성한 것도 없다. 그렇다면 식견 기 르기에 힘쓰지 않고, 문장 잘하기만을 구하는 자는 망령되다 하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