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162016.03.30 13:29

 

 

 

3월의 마지막에 쓰는 감상으로는 조금 때늦지만, 새 학기가 시작됐다. 내가 들어가는 방과후수업 강의는 3월 중순이 넘어서나 시작을 한다. 한 반에 4강씩 들어가서 열 반을 다 돌고 나면 한 학기가 끝난다.

 

같은 강의록을 들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교실에 서 있는데도, 한 해는 과연 지나 이제 새로운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구나 하고 첫 번째로 실감이 나는 것은 인사이다. 한 학기나 한 해가 끝나가서 모든 반에 못해도 한 번 씩은 들어간 뒤로는 복도를 걸어가며 인사를 받거나 수업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느라고 정신이 없다. 개중에는 수업을 열심히 듣던, 그래서 눈에 익은 얼굴들도 종종 있어 수시로 반가운 마음도 든다. 그러던 것이 몇 달 간의 겨울방학이 지나고 나면 출석부를 들고 사복을 입은 아저씨가 지나가니까 자기도 모르게 엉겁결에 인사하는 몇몇 말고는 도로 소 닭 보듯 하는 풍경이다.

 

지난주 금요일과 이번 주 월요일. 올 해 처음으로 들어간 두 반의 네 번째 수업이 끝났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들어가는 한 반과 화요일과 금요일에 들어가는 한 반이다. 고작 4강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반에서는 1학기의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고, 또 내 수업은 속도가 빨라서 학생들이 놓친 부분도 있을 것 같아 10분에서 20분 가량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가졌다. 수업내용도 좋고, 진학상담도 좋고, 연애의 고민도 좋다, 무엇이든 물어 보아라.

 

일기장에 몇 차례 쓴 적이 있는데, 내가 맡은 수업의 이름은 한국현대문학이지만 나는 강의 중에 정작 문학작품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당대 한국사회의 현실과 작가 개인의 특성 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 뒤 이런 배경지식을 갖고 작품을 다시 한 번 읽어보길 권하며 끝맺곤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탄생하는 4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강의시간이 좀 더 주어지면 90년대까지의 시간을 10년씩 잘라서 한국근현대사 개괄을 강의하고 그 시대적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작품 두어 개 정도를 소개하는 것이 대강의 커리큘럼이다.

 

이 4, 50년 동안의 한국사회를 두어가지 단어로 규정하라면, 나는 '경제적 발전'과 '국가의 폭력'이라고 답하겠다. 많은 수의 문인들 또한 그랬던 것 같다. 당대의 시장과 후대의 평론에서 살아남아 지금까지 문학적 위상을 갖는 작품들은 대체로 위의 현상에 대한 문제적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첫 4강에서 설명하는, 1940년대의 제주 4.3사건을 고발하는 현기영의 <순이삼촌>, 1950년대의 전쟁과 혁명을 먹고 태어난 이창동의 <소지>나 최인훈의 <광장> 등이 그렇다. 게다가 이 시기는 1960년대 이후에 비해 경제적 발전의 색채는 훨씬 옅고 국가 폭력의 규모는 훨씬 광범위해서, 관련된 내용을 처음으로 듣는 학생들은 수업 중에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거나 아주 드물게는 우는 이도 있다.

 

올 해 처음 들어간 두 반은 무척 분위기가 좋았다. 나는 무심한 얼굴로 빠르게 강의하지만 실은 분위기를 무척 타는 강사여서, 마지막 4강 째 질문과 답변 시간에는 이 학생들이 무슨 질문을 하든 성실하게 답변해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런 시간에 대체로 나오는 질문은, 연대 들어가면 어때요, 선생님은 연애 몇 번 해 보셨어요, 혹은 수업 시간에 가르쳐 주신 그런 것은 어디서 공부해요, 등의 것들이다. 몇 번이나 대답해서 이미 준비되어 있는 내용에다 그날그날 생각나는 것을 덧붙이다 보면 10, 20분 정도의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에는 조금 독특한 질문을 받았다.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은 한 남학생이 선생님, 다음 시간에는 몇 반에 들어 가세요, 라고 물었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나는 네가 뭔 상관이야, 하고 대답했다. 친구들이 왁자지껄하게 웃는 와중에 그 학생은 다시 손을 들고, 몇 반과 몇 반에 강의를 하러 가시면 조심하세요, 라고 말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자 다른 학생 하나가 녹음기 틀어놓았는지 꼭 확인하세요, 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대충 감을 잡은 나는 그 반에 일베가 있니, 라고 물었다. 많은 학생들이 네, 라고 소리쳤다.

 

퇴근하는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올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1999년과 빠른 2000년 출생들인데, 이들은 10대의 대부분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보냈다. 사회의 일반적인 우경화와 인터넷의 우익 커뮤니티 출현 등을 직접 경험하며 자란 세대이다. 그들 중 누군가가 자신이 일간베스트 이용자임을 자랑스레 밝히고, 또 한편에서는 국가의 폭력을 주제로 삼아 한국 근현대사를 강의하는 강사가 일베 학생으로부터 유무형의 피해를 입을까 걱정해 주는 모습 등은, 그들의 상식에서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낯설었다.

 

그리고 그제였던 이번 주 월요일, 두 번째 반의 마지막 4강이 끝났다. 첫 번째 반과 마찬가지로 질문과 답변 시간을 가졌다. 연대 축제는 어때요, 입학 때 술 많이 먹이나요, 등등의 질문이 나오다가, 종치기 1분 전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선생님은 이런 수업 하시면 무섭지 않으세요.

 

강단에서 말문을 잊을 정도로 당황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다시 살펴본 학생의 눈빛은 우려에서 나온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빛을 잃은 눈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 수업에서 전달하는 내용은, 내가 너희의 나이였을 때에는 알고 싶고 가르치고 싶어하는 것이 권장되는 '공부'였었다. 그 내용이 공교육의 공부의 대상이 된 것은, 고작 십 년에서 이십 년 전의 선배들이 젊음과 기회를 희생하며 가져다가 내 입에 넣어준 것이다. 나는 그것을 그저 받아먹고 자랐다. 지금 이 정도는, 받아먹은 염치가 있다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종이 쳐서 그 뒤의 이야기는 잇지 못했다. 학생들은 교실을 나가는 내 등 뒤로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나 나는 몇 마디의 말로 다른 세대의 환심을 샀다는 공명심 따위 보다는, 이 정도의 강의와 소신이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라는 데에서 내 세상과 그들의 세상 사이의 아찔한 거리감을 느꼈다. 그래서 조금 화가 나고 대체로 무섭고 우울했다. 눈이 빛을 잃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학생들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그 반들에 들어가게 된다. 수업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은 학생이 강의를 녹음해서 인터넷에 공개하고 이 블로그의 주소를 공개하고 내 '신상을 털'면, 의기에 찬 강의 내용에 어울리지 않게 허술하게 살아온 내 삶은 낱낱이 까발려질 것이다. 잠시간의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게 해준 지금의 환경도 삽시간에 날아갈 버릴 수 있다.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얼기설기나마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모두 사라진다. 과장된 생각임은 안다. 그러나 어딘가의 누구에게는 분명히 일어났었던 일들인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 앞에서 '쪼는' 것 중의 얼만큼이 현실 감각이고 얼만큼이 비겁함인지 잘 모르겠다.

 

 

 

 

 

'일기장 >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념품  (1) 2016.04.23
유후인 가기 전날 밤  (3) 2016.04.09
강단에서  (12) 2016.03.30
기타  (0) 2016.03.27
  (0) 2016.03.18
160214, <방과후 수업> 제 3회 녹음  (0) 2016.02.16
Posted by 최대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일주일에 구독하듯 한번씩 들러 몰래 훔쳐보는 사람이에요. 무심한 듯 정성스레 솎아낸 "의기"롭고 "허술"한 이야기에서 공짜 위로를 얻어 가곤 했는데, 그 공짜 이야기가 이야기꾼의 목을 조일 수 있다니...그 가능성이 얼마만큼인지를 떠나, 그러한 생각이 가능하게 된 세상이 너무 낯설고 쉬 적응이 안 됩니다.

    2016.03.31 02:35 [ ADDR : EDIT/ DEL : REPLY ]
    • 일이 많아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손에 꼽을 정도로 일기장 업데이트가 뜸해졌는데 아직도 이렇게 읽어 주시는 분이 있다니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2016.04.01 12:53 신고 [ ADDR : EDIT/ DEL ]
  2. 선생님 하신 수업 들은, 지금은 고3 수험생인 학생입니다. 수업 마치고 나가시면서 적어주신 블로그 주소 외워서, 그때부터 종종 들러서 눈도장 찍곤 했어요. 논술을 썼다면 연락도 따로 드려서 수업 받아보고 싶었는데 그러지는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원래 인터넷에 글 잘 안 남기는데, 선생님 블로그에 수업 관련된 글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또, 어... 이 글이 사람을 끄네요, 글을 남기도록. 별 의미 있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선생님, 파이팅예요

    2016.08.01 02:00 [ ADDR : EDIT/ DEL : REPLY ]
    • 방학 때에도 일주일밖에 못 쉬고 또 학교를 나가야 하니 고생이 많겠구나. 에어컨이라도 잘 틀어주는 중이라면 좋겠다. 시험 끝나고 술 얻어먹고 싶을 때 혼자 연락하기 머쓱하면 내 수업 듣는 친구들하고 같이 오너라.

      2016.08.09 13:36 신고 [ ADDR : EDIT/ DEL ]
  3. 비밀댓글입니다

    2016.08.27 19:12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16.09.10 17:46 [ ADDR : EDIT/ DEL : REPLY ]
    • 수능 보고 나면 술 사 줄게. 참.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will810826@hanmail.net 으로 메일 좀 주렴.

      2016.09.11 21:33 신고 [ ADDR : EDIT/ DEL ]
    • 비밀댓글입니다

      2017.04.29 12:53 [ ADDR : EDIT/ DEL ]
  5. 비밀댓글입니다

    2016.11.05 20:50 [ ADDR : EDIT/ DEL : REPLY ]
    • 11월 12일의 광화문 집회를 응원해라. 팟캐스트 <방과후수업>을 들어보아라. 그리고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메일을 보내어라.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겠다.

      2016.11.10 02:35 신고 [ ADDR : EDIT/ DEL ]
  6. 비밀댓글입니다

    2017.03.27 23:44 [ ADDR : EDIT/ DEL : REPLY ]

독서일지2013.12.05 06:23

 

 

 

 

 

1.

 

출판사 '오월의 봄'에서 나오는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시리즈의 열세번째 책. 부제는 '새로운 젊은 우파의

 

생'이며 표지에는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라는 문장이 추가되어 있다.

 

 

 

이 책은 근래의 몇 년간 가장 많은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약칭 '일베'를 분석

 

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필자의 몇 가지 주장들을 함께 묶은 결과물이다. 책의 내용은 일베의 연원, 일베의 사

 

적 기반과 정체성, 그리고 결론의 세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다시 말해, '일베는 어디에서 왔는가', '일베는 무

 

엇인가', 그리고 '(일베가 아닌, 혹은 아니고자 하는) 우리는 어떻게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각각의 답

 

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세 부 모두 일베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접근하는 자세에는 차이가 있다.

 

 

 

1부 '일베와 그들만의 문화'의 필자는 키보드 앞에 앉아 있다. 그는 '1980년대 후반생'으로서 각종 인터넷 커뮤

 

니티의 흥망을 목격해 왔고 현재도 게임과 유머 등을 주요 컨텐츠로 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용자이다. 여

 

기에서 그는 일베의 연원과 시초에 관련된 사건들 가운데 자신이 목격하고 인상적으로 인지한 바를 증언한다.

 

일베는 명확한 기획 의도와 집행 단계를 가지고 창립된 정부 조직이나 학술 집단이 아니다. 그 탄생과 진화에 주

 

요하게 근거하고 있는 것은 재미, 친교, 유대감, 우월감 등과 같은 '감정', 혹은 '감성'의 우발적 발현이다. 가장

 

중요한 기점이 되었던 사건이나 발언, 또는 하나의 댓글은, 긴 시간이 지난 뒤 게시판에 남은 문자의 흔적을 그

 

러모아 일베의 탄생을 학문적으로 증명하려는 어떤 연구자의 눈에는 어쩌면 너무나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라서 동세대로서 그 과정을 직접 체험하였던 저자가 재구의 형식으로 회상과 증언을 택한 것은 무척 효율적인

 

전략이었다.

 

 

 

2부 '일베의 사상은 무엇인가'의 필자는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이제 그는 흥미로운 회고담을 마치고 현재의 일베

 

란 어떤 집단인가에 탐구의 펜 끝을 갖다댄다. 여기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베의 몇 가지 특징, 이를테

 

면 잦은 은어 사용, 소수자 혐오 문화, 사실 관계 검증에 경도된 논술법, 자학과 조롱 등의 현상을 언급하고 그

 

각각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핵심에 접근해 간다.

 

 

 

3부 '일베와 한국의 정치'의 필자는 촛불집회가 끝나고 난 텅 빈 광장에 쓸쓸히 앉아 있다. 앞서 1부와 2부가 일

 

베에 관심이 있는 사람, 일베를 혐오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를 뭐라고 분석했는지 궁금한 일베 유저 등 광범위

 

한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이 3부는 '깨시민'도 아니고 일베도 아니고자 하는,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는, 비교적 축소된 규모의 독자를 위한 글이다.

 

명확히 정리하기는 아주 어렵다. 그들은 2002년의 월드컵과 촛불시위의 기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 한층 커진 집회의 주체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 집회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회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결집했던 것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부터 2012년 대통령 선거까

 

지 이어지는 '나꼼수의 시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는 축, 여전히 회

 

의하는 축, 그리고 아직까지도 촛불을 들고 있는 축 등으로 분화되었다.

 

필자는 이 과정에 꼭 필요했던 것으로 '축제의 밤이 끝난 후에도 개인들을 연루시킬 수 있는 기획들'이었다고 평

 

한다. '집회가 끝난 후 한데 둘러 모여서 집회의 소감을 발언하고 선후배와 경험을 공유하는 운동권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예시되어지는 이 방향성은, 거칠게 정리하자면 '연대'일 것이다. 휘발성 강한 쾌락이 있었을 뿐, 그

 

이후 '자유와 평등이 실질적으로 관철 가능한 집단들을 구성할 능력'을 기르지 못한 것이 의혹과 고민을 가져왔

 

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능력을 조직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그러니까 촛불과 함께 들어졌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 '국가에 의탁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이상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3.

 

그러니까 3부는, 단지 일베에만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다소 열없는 얼굴로 읽을 수도 있는 내용이다. 다소 갑

 

작스럽다고 해도 좋을 이런 방향 선회의 이유로, 필자는 '시간낭비'를 꼽았다. 일베는 유사한 집단으로 간주되는

 

일본의 재특회와 달리 '구체적인 정치적 요구와 강령을 중심으로 결집'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일베는 오히려

 

그런 현실적 행동을 '결여한 채로 상대를 상처주고 비꼬는 방식을 지속'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들

 

의 영향력은 이미 최고점을 지났다는 것이다. 책이 출간된 이후의 한 인터뷰에서 필자는 일베가 이미 사양길에

 

들어섰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일베라는 커뮤니티의 검색 순위가 줄어들거나 서버 유지비가 부족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를 통해 한 차

 

례 생생하게 발현되었던 몇 가지 속성들은 잔존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속성들을 바라보며 하나의 긴 선

 

을 연상해 왔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 선을 뛰어서 넘어가면 지금보다 나은 무언가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을 넘어가는

 

데에는 물리적 시간, 자금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귀찮다'. 그 낭비와 고생을 한 끝에 무언가가 없을 수도 있다

 

는 사실은 '두렵다'. 결국 선을 넘어 가서 얻게 된다는 것들도 따지고 보면 단기적인 쾌락이나 물질적 보상과 같

 

은 당장의 쓸모를 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선 이 쪽에 있는 것이 이익이다. 무서워서 넘어가

 

지 못한다는 마음은 센 척하며 감춘다.

 

 

 

이 선은 작게는 이웃이나 동료와의 친목에서부터 진지함, 양심, 소수자에의 관용 등 내면의 문제 뿐 아니라 사회

 

합의의 준수, 공동체 의식의 확립, 정의 실현과 같은 사회 일반의 문제까지를 포함한다. 옳고 좋은 것임은 듣

 

배워서 안다. 하지만 일일이 힘을 들여 선을 넘어가는 것은 불편하고 귀찮다. 안 넘어가고 하고 싶은 대로 하

 

잘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까 나는 이쪽에 그냥 있을 것이며, 그런 나를 그대로 인정해 달라고 말할 것이다.

 

다. 그런 나는 '병신'이다. 그러나 하기 싫다는 속마음을 감추면서 그 힘든 짓을 하고 있는 너도 병신이다. 따

 

서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

 

 

 

이 주장에는 일단의 논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일베가 단순히 선을 넘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있

 

기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혐오의 권리'는 단순한 의사표현을 넘어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하나의 사상,

 

개념이 갖는 의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구체적 피해자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히고 그의 사회적 관계망을 붕괴

 

시키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게다가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그 공격의 대상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 여성,

 

야당 등과 같이 권력 관계 상의 약자를 향해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우월감과 안온함의 쾌락을 동시에 느끼

 

고자 하는 저열한 의도가 읽힌다. 귀찮음과 두려움으로 시작된 과정임을 감안해 보면 낙폭의 격차에 놀라지 않

 

을 수 없다.

 

 

 

선 위로 한 발을 옮기는 일은 고단하고 피곤하다. 시간과 돈이 들고, 때때로 자괴감과 패배감을 안겨 주기도 한

 

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선이 상징하는 바를 지키고자 했던 것은 그것이 (분명히 나를 포함하고

 

있는) 집단의 공동선에 기여하는 바이며, 아주 작게는 나 자신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쾌락의 원동력이기 때

 

문일 이다. 재미 없는 결론인 것은 안다. 하지만 인생이 순간마다 쾌감을 느끼라고 있는 것이 아님은 일베도

 

안다. '인실좆'인 것이다.

 

 

 

 

 

Posted by 최대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간만에 들렀습니다. 요즘 저도 읽고 있는데 스포를 당해버렸네요 ㅎ 리뷰 재밌게 봤습니다~ 아참! 제 블로그 도메인을 바꿨습니다. 한 번 들러주세요 :)

    2013.12.10 02:14 [ ADDR : EDIT/ DEL : REPLY ]
    • 새 도메인 주소, 외우기 쉽고 참 좋네요! 저도 서운한 말씀 한 마디 올릴게요.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 대출 예약 걸어 놓고 순서 기다리는 중인데, 얼마 전에 올리셨던 독후감을 읽고서는 독후감 안 쓰고 그냥 편하게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2013.12.10 06:56 신고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13.12.13 17:43 [ ADDR : EDIT/ DEL : REPLY ]
  3. 그리고 너무 훈훈한 두 분의 모습...^^

    - 현선 드림

    2013.12.13 17: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반가운 소식, 감사합니다. 그리고 훈훈하게 보아주시는 시선 앞에 어쩐지 낯이 빨개지네요!

      2013.12.13 20:18 신고 [ ADDR : EDIT/ DEL ]

독서일지2013.10.02 21:28

 

 

 

 

 

1.

 

기자 출신인 프리랜서 작가 야스다 고이치의 2012년 작. 책날개의 소개에 따르면 작가는 이 책으로 2012년 일

 

본저널리스트 회의상과 제 34회 고단샤논픽션상을 수상했다 한다.

 

 

 

이 책에서 주된 취재의 대상으로 삼고 그 연원과 활약, 의의를 다루고 있는 모임은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在日特権を許さない市民の会', 약칭 '재특회'이다.

 

 

 

일어로 '자이니치'라고 읽는 '재일在日'은 일본에 살고 있는 남한과 북한 국적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

 

래대로라면 '재일 한국인'이나 '재일 조선인'이라는 말이어야 할텐데도 그저 '재일'로 통칭한다는 데에서 그 사

 

회적 맥락이 간단하지 않은 용어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개인적 차원의 차별, 멸시 등은 물론 참정권이나

 

공무담임권과 같은 행정적 절차에서까지 한, 일 양국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해 왔다. 특히 3세대, 4세대

 

에 이르면 부모로부터 국적을 승계했을 뿐 정체성은 일본인인 이들이 나타나면서 이들이 일본 사회와 맺는 갈등

 

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Go', '박치기!', '우리 학교'등의 일본 영화에서는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서, 그 때까지 '자이니치'를 대체로 소수자, 피해자로 인식해 왔던 일본 사회에 새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들이 '보통의 일본인'에 비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 가운데 단

 

눈에 띄는 것은 블로그 활동을 통해 주목을 모으기 시작해 출판, 방송으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한 사쿠라이

 

코토(桜井 誠)였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보우타이를 매고, 냉정한 태도로 주장을 펼치다가 격정적인 화술로 선

 

을 하는 그는 곧 인기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07년 1월, 사쿠라이 마코토는 온라인 상의 지지자들을 규합

 

여 실제 단체를 구성했다. '재특회'의 시작이다.

 

 

 

온라인의 '동호회'가 오프라인에서의 단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뉴스였다. 게다가 재특회는

 

해가 갈수록 크게 성장하여 몇 년 만에 전국 단위의 지부를 두었으며 2010년도에는 1,500만엔이 훌쩍 넘는 기

 

부금을 받기도 했다. 일본 내의 '혐한(嫌韓)' 기류와 맞물려 이 단체는 사회 각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재특회 활동의 중심에 카리스마적인 리더 사쿠라이 마코토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체의

 

구성원들이 보여준 '행동력' 또한 여타의 시민사회 활동에 비하면 대단히 적극적인 것이었다. 이들은 지하철 역

 

앞이나 공원 등의 일반적인 시위 장소를 벗어나 '자이니치' 어린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또는 '자이니치' 학생

 

들이 다니는 학교에 기부금을 보낸 교직원 조합 사무실 등에 직접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사회는 이들의 활동

 

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2.

 

사회 문제를 다루어 온 저널리스트로서 저자 또한 이 소재를 주목하였다. 저자는 1인 저널리즘의 결과물인 이

 

책을 통해 취재와 연구의 과정 및 성과를 자세히 소개하였다. 탄탄히 구성된 책의 목차를 읽어 보면 이 책이 단

 

순한 흥미 본위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재특회란 무엇인가'에 답해 나가는 과정이다. 1장 '재특회의 탄생'에서는 제왕적 리더인 사쿠라

 

이 마코토의 이력과 함께 이단체의 연원 및 발전상을 소개한다.  2장 '회원들의 본모습과 속마음'에서는 그를 따

 

르는 회원들이 실제로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단체의 활동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는지를 밀착 취재하였

 

다. 3장 '범죄 또는 퍼포먼스'에서는 이들이 벌였던 활동 가운데 논란이 되는 사건의 전말을 정리하였고, 4장 '반

 

재일(反在日) 조직의 뿌리'에서는 일본의 여러 우익 세력들을 소개하고, 그 가운데에서 재특회가 갖는 위상, 다

 

른 단체와 맺고 있는 관계를 분석한다.

 

 

두 번째 부분은 이들의 주장에 대한 검증이다. 5장 '재일특권의 정체'에서는 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4대 특권',

 

그러니까 '특별 영주 자격', '조선학교 보조금', '생활보호 우대', '통명 제도'에 대해 논박하고 있다.

 

 

세 번째 부분은 현재의 재특회에 관한 것이다. 6장 '떠나가는 어른들'에는 활동의 방식과 방향에 환멸을 느끼고

 

나가고 있는 참가자와 동조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7장 '리더의 표변과 허실'에서는 점점 더 비논리적이고

 

공격적이 되어가고 있는 리더 사쿠라이 마코토를 취재하였고, 8장 '늘어가는 표적'에서는 원전 반대, 파친코,

 

후지 TV 등, 마음에 들지 않는 주제라면 '재일 특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더라도 모두 '반일'로 몰고 가는

 

현재 재특회의 파행적 활동상을 고발했다.

 

 

네 번째 부분은 나가는 글이다. 9장 '재특회에 들어가는 이유'를 통해 저자는 재특회라는 단체의 출현이 일본

 

사회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는 것인지, 그 안에 들어가 활동하거나 혹은 먼 발치에서 응원하는 행위들이 현대 일

 

본인의 어떤 정서를 반영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찰한다.

 

 

 

3.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 스스로 고백하고 있듯, 이 글을 발표하고 난 뒤 그에게 쏟아진 비난은 재특회 쪽

 

에서만이 아니었다. 재특회 회원 개개인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너무 온정적이었다든지, 재특회가 보여주는

 

파시즘적, 인종차별적 메시지들에 대해 진지한 비판이 부족했다든지 하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나도 읽는 과

 

정에서 재특회 회원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객관적 비판이라기보다는 연민이나 구제해 주고 싶다는 시선이 전제

 

되어 있는 것을 지나치게 자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취재와 분석을 통해 얻어지는 인식, 판단의 과정을 촘촘히 적고 있고, 독자는 그런 재료들을 통해

 

충분히 저자와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시의성 있는 소재 뿐 아니라 사려 깊은 접근 방법의 선택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저널리즘인 셈이다. 

 

 

 

전통적인 우익과의 차별성, 온라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극단적 성차별이나 인종주의 등의 특성에 있어 재특회

 

는 한국의 '일베'와 관련해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나 또한 가까운 나라에서 앞서 발생한 사례의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논쟁적 현안인 일베 현상의 이해를 깊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시작한 독서인데, 읽는 도중 문득문득

 

떠오른 모습들은 단지 일베 뿐은 아니었다. 그 가운데에는 내 지인, 내 친구, 그리고 나도 있었다. 찜찜하고 불쾌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인 작가 특유의 곰살맞은 문체 덕에

 

쉽게 읽히는 메리트가 있으니, 주위에 가을 독서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4.

 

여기에는 독서를 하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두 부분을 인용해 둔다.

 

 

 

재특회가 (강한 신뢰와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와 같은)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재특회

 

와 간사이 팀의 구성원이었던 30대 남성이다. 그는 "동지들과 있을 때만큼은 즐거웠다."라고 솔직하게 말했

 

다.

 

 

"집회 중에 갑자기 훼방꾼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모르게 '쫓아내라!'라고 외쳤는데, 그때 주위 동지

 

들이 다들 동조해 주었어요.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을 때의 쾌감과 동지들이 지켜 준다는 안도감, 한때 재특

 

회에 빠졌던 건 그런 기분 때문이었어요. 살면서 그만큼 도취된 적도 없었어요. '아, 동지는 좋은 것이구나.'

 

하고 진심을 생각했어요. 솔직히 우리는 부모에게도, 세상에서도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잖아요. 그런데 활동

 

할 때 동지들은 반드시 저를 인정해 주었어요..."

 

 

 

(중략) 그러나 그런 성취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간사이에 살다 보면 아무래도 재일 코리안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처음에는 '조선인을 쫓아내라.'라고

 

외치면 기분이 좋았는데, 머릿속에 점점 재일 코리안 친구들이 떠오르는 거예요. 제 친구가 어릴 적에 재일

 

코리안 동네에 있는 판자촌에 살아서 저도 그 근처에서 같이 놀았는데, 거기 사람들 얼굴도 떠올랐어요. 도대

 

체 그 사람들에게 무슨 특권이 있단 말인가. 차츰 냉정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

 

면 어쩔 수 없어요. 아무와도 상담할 수 없죠. 제가 적으로 규탄당해 버리거든요. 같은 길을 똑바로 의심 없이

 

걸을 때만 가족이고 형제인 거지, 활동 그 자체를 의심하면 용서받을 수 없어요. 뭐,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가

 

족이죠."

(p 326 - 327)

 

 

 

 

교토 시내의 고깃집에서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 졸업생들을 취재했을 때였다. 그중 하나인 김성규(36세)가

 

짧게 말했다.

 

 

"근데 진짜로 무서운 건 재특회가 아닌 것 같아요."

 

 

그는 이미 상당히 취해 있었고 "술 취한 사람의 헛소리라고 생각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런 '헛소

 

리'에서 인간의 절실한 생각을 발견한다.

 

 

"재특회는 명쾌하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지만, 너무 명쾌해서 공포를 느끼지는 않아요. 제가 무서운 건 재

 

특회를 인터넷에서 칭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

 

솔직히 너무 괴로워요. (중략) 단지 정치적인 문제라면 다양한 의견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인

 

들은 속으로 '지금까지 재일 코리안에게 너무 잘 대해 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재일 코리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가신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 김성규는 교토 시내에서 분위기가 좋은 작은 술집을 발견했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몇 번

 

다녔고, 점장과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되자 자신이 재일 조선인임을 밝혔다. 그러자 점장의 태도가 어딘가 서

 

먹서먹하게 변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점장이 돌연 "자네들, 일본에 살게 해주고 있으니까 일본에

 

더 감사해야 해."라고 김성규에게 말했다.

 

 

"아무 말도 못했어요. 점장은 착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저를 적대시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의 주장 자체는 재특회와 별로 다를 바가 없죠. 쫓아내라거나 바퀴벌레라거나 그런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을 좋은 사람이지만, 저는 그 점장이 재특회보다 더 무서웠어요. 무엇보다도 그런 주장이 일상적인 대

 

화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게 안타깝지요."

(p 368 - 369)

 

 

 

 

 

 

 

 

Posted by 최대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얘기만 듣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는데 다시금 읽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하는 소개였습니다.
    -
    내용 상 몇 가지 집고 넘어갈 부분이 있긴 합니다.

    먼저, 현 일본헌법에서 규정하는 재일동포의 국적은 '조선적'과 '한국적'의 두가지 입니다.
    여기서의 '조선'은 북한 국적이 아니라 분단 이전의 '조선 왕국 혹은 대한제국'을 의미합니다.

    원래 재일 동포들은 자신들의 국적을 인정받지 못했고, 한일 수교가 이루어진 뒤에야 선택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민단 측 지도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당시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자신의 조국은 '조선'이라고 생각해서 조선적으로 택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실례로 총련계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원 고향은(부모나 조부모의 고향) 대부분 제주도, 부산, 등 남쪽 지역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지리적으로 남쪽 지방의 사람들이 일본으로 많이 건너갔고, 북쪽은 만주로 많이 건너 갔으리라는 것은 쉬이 짐작할 만 한 대목입니다.

    현재는 국적을 일본국적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 이유에는 하나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더욱 안좋아진 점. 둘, 한국 정부가 재일 동포들에게 일본국적을 얻어 불편없이 지내라고 제안했던 점. 셋째, 이러한 사정들로 민족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가 상실되어 민단이나 총련계 학교에 기부금이 줄어든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총련계 학교들은 현재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여 대학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하며
    민단계 학교 중 일부는 일본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국제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이나, 조선 같은 명칭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학교 운영의 문제였다고 합니다. 이는 '일본교육법 제 1조"에 명시된 사항에 따른 것으로 이후 이렇게 국제학교화 된 민단계 학교들은 통칭 "일조교 (1조교)"라고 불리운다고 합니다. 일조교가 되면 일본 교원 자격시험을 통과한 교사만 써야하고, 정해진 만큼의 국사와 국어(일본사와 일본어) 수업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현재 민단계 학교들은 이를 준수하며 추가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및 역사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재일교포문제의 핵심은 첫째가 남북 분단이고, 둘째가 북한, 남한, 일본 삼국 간의 입장차가 큰 점이 있고, 한국 정부가 너무오랜 기간 동안 이 문제를 미루어 두었던 게 문제인 듯 싶습니다.

    많은 재일교포들이 한국에 들어올때 외국인 체류 허가서를 내주게 되는데 그걸 받고 충격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
    재특회 문제를 살피는 데 있어서 먼저 자이니치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한 듯 합니다.
    책을 읽어보지 않아 핵심은 자이니치보다는 재특회의 행보에 있을 듯 합니다만 .

    처음의 국적 문제만 일단 지적해봅니다.

    2013.10.02 21: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최근 자이니치 관련 영상 전사 작업을 했었더니 그러네요.^^:;

    2013.10.02 22: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좋은 정보다. 시간이 나면 읽어보고 또 다른 피드백을 해 주기 바란다.

    2013.10.03 09: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관련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눈물이 납니다.
      국적의 개념도 제대로 안잡힌 한국 사람들의 태도에서
      무서움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언제 차분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3.10.03 10:43 신고 [ ADDR : EDIT/ DEL ]
  4. 2013년 10월 7일자 업데이트.

    일본의 법원이 재특회의 혐한 시위에 대해 처음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교토 지방법원은 오늘인 10월 7일,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 주변에서 혐한 시위를 벌인 재특회 간부 9명에게 1226만엔(약 1억36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과 학교 반경 200m 안에서 집회를 벌이지 말 것을 명령했다.

    하시즈메 히토시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재특회의 일련의 행동은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있어 인종차별 철폐 조약에 명시된 인종차별에 해당된다”며 “이런 행위에 대한 구제 조처가 되도록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선고하였으며, 이에 대해 재특회의 대변인은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의 원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606097.html?_fr=mt3

    2013.10.07 23: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비밀댓글입니다

    2013.10.11 14:51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오랜만입니다. 계속해서 지켜봐 주고 계신다니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산 밑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방에 갑작스레 모기가 늘었습니다. 현선 님은 어떠신지요? 부디 모기 없는 3/4분기 되소서.

      2013.10.11 23:33 신고 [ ADDR : EDIT/ DEL ]
  6. 독후감을 쓴지 약 넉 달 후인 2014년 1월 28일, MBC의 <PD 수첩>은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사쿠라이 마코토와 재특회의 활동을 다루는 한편 현지의 분위기와 혐한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등을 취재하여 함께 방송하였다. 983회 <혐한, 일본은 무엇을 노리나?>편이다. MBC는 <PD 수첩>이나 <100분 토론>과 같은 몇몇 시사 프로그램에 한해 무료로 다시보기를 제공하고 있으니 책을 읽을 여유가 나지 않는 분은 해당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주요한 내용을 접하실 수 있겠다.

    2014.01.29 06: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독후감을 쓴지 열한 달 후인 2014년 9월 중순.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시위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해 오던 '일간베스트'의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아 피자와 치킨을 먹는 '폭식시위'를 벌인 바 있다. 사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는 인면수심의 행위라는 의견과 그들에게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위의 책을 읽은 내가 특히 주목하였던 사실은 그간 한국의 '일간베스트'과 일본의 '넷우익'을 구분하는 주요한 기준이었던 '오프라인에서의 집단행동의 유무'가 마침내 깨졌다는 것이다. 그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진, 경향신문의 도쿄 특파 기자가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저자, 야스다 고이치를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주소를 링크해둔다.

    http://media.daum.net/foreign/japan/newsview?newsid=20140919212515781&RIGHT_COMM=R3

    2014.09.19 22: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