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2014.05.07 19:51

 

 

 

 

 

출판사 미디어트리거의 기획작.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세 명의 패널을 초대하여 '대통령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토론을 하고 그 결과물을 정리해서 출간한다. 부제는 '윤여준, 이상돈, 이철희, 대통령을 이야기하다.'.

 

 

 

중앙집권형 국가에서 정치를 말할 때 대통령을 논하는 것은 당연한 첫걸음이다. 그 기획의 패널으로 굳이 이 세

 

명을 부른 이유로는 아마도 '합리성'이나 '관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 명에게는 모두, '속해 있는' 진영의 논

 

리와 완결이 일치하지는 않은 언행을 보인 공통점이 있다.

 

 

 

윤여준은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으며 16대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소장을 지낸 바 있고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 캠프의

 

전략을 짠 '책사'로 유명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무조건 사과하라'는 전략

 

을 지도하여 참패 위기에 있던 한나라당을 구원했던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는

 

안철수와 박경철의 '희망콘서트'를 후원하기도 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을 지지하는 연

 

설을 하기도 했다. 그 뒤로는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함께 하다가 2014년 3월,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합당을

 

하는 과정에서 결별했다. (이 책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이전인 2월에 출간됐다.)

 

 

 

중앙대 법대 교수인 이상돈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조선일보>의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

 

시 대통령이던 김대중, 노무현에게 날린 신랄한 독설은 보수층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 이후 보수의 재집권에 성공한 MB정부 하에서, 이상돈은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의견을 내놓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추진되고 있는 중에도 그 의도와 부작용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하여, M

 

BC 100분 토론에서 화면 왼편에 자리잡은 패널이 정부를 공격하는 진기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진짜 보수'

 

를 표방하던 그는 19대 대선에서 김종인, 안대회와 함께 박근혜 캠프의 참신함과 합리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활약했지만 대선 이후로는 그에 값하는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가 지난 뒤부터는

 

'비상식적 인사'나 '무너진 신뢰' 등을 근거로 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인 이철희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냈고, 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당대표인 김한길 의원의 보좌관 직을 수행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에 몸을 담기도 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소장을 거쳐 현재는 1인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특히 19대 대선을 전후하여 활

 

발한 방송 활동으로 이른바 개혁-진보 진영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평론가가 되었다. 인생 대부분의 이력이 민

 

주당에 놓여져 있지만, 사안을 논함에 있어 당략이나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공과를 비교적 공정하게 가늠한다

 

는 평을 받아, 급격히 보수화된 방송 환경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평론가로 자리잡았다.

 

방송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본인이 진행하는 라디오나 팟캐스트, 그리고 인터뷰 등에서는 현재의 민주당

 

전략팀에 대한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는 면도 있다.

 

 

 

이런 이들의 언행은 일각에서 '변절'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논거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또 자

 

신이 설득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자세'는 진영 간의 극단적인 대립과 정략이 심화되는 정세에서 많은 사람들

 

에게 '합리성'과 '관용'을 지닌 것으로 보여졌다. 특히 그런 일면이, 논쟁적일 수 있는 이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명된 까닭일 것이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최종 제목인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와 달리 토론의 주제 이름은 <대통령의 과

 

거,현재, 미래>였다. 제목 그대로 이 책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은 대부분 전현직 대통령에 관한 평가와 서로에 대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호명되는 대통령은 4대 윤보선과 10대 최규하를 제외한 9명이다.

 

 

 

총 11장 중 1장부터 9장까지가 각각의 대통령을 다루고 있다. 보통 20쪽에서 30쪽 가량의 분량인데, 가장 짧은

 

장은 전두환 대통령을 다룬 10쪽의 4장이며 가장 긴 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38쪽의 7장이다.

 

 

 

각 장은 다시 세 개의 소챕터로 나뉘는데, 책에서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소챕터는 대체로 '그 대통령

 

정권이 갖는 의미', '그 정권의 공', '그 정권의 과'로 구분되어 있는 듯 하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는 이 구

 

분이 엄밀하게 지켜지지는 않는다. 아울러 세 개의 소챕터라는 기준의 예외는 공이 빠지고 평가와 과만 있는 4

 

장 전두환 대통령이다.) 이 소챕터의 제목만 읽어봐도 -세 명이 파악하는- 한국 현대사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책 목차를 이 독후감의 댓글로 첨부하려 한다.

 

 

 

윤여준이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을 높게 평하거나, 이상돈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를 인정하거나, 이철희

 

가 김대중의 전략적 면모를 재조명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평이다. 똑같이, 윤여준이 노무현의 '뺄셈 정치

 

'를 지적하거나, 이상돈이 DJP연합의 정략성을 비판하거나, 이철희가 박근혜의 불통을 거론하는 것도 놀랍지 않

 

다.

 

 

 

러나 윤여준이 김대중의 탁월한 식견을 칭찬하는 한편 이회창의 반개혁적 면모를 공개하는 장면, 이상돈이

 

노무현의 상대방에 대한 관용을 인정하는 한편 박근혜 정부 임기 1년에 대해 혹독한 점수를 내리는 장면, 이

 

철희가 이승만의 정치력이 김구보다 위였다고 평가하는 한편 노무현 정부의 아젠다 세팅 능력을 비판하는

 

장면 등은 무척 신선했다. 특히 여기에 이 패널 조합의 특장점이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토론 과정에서 합의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 세 인물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공과이다.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유신 전 박정희가 이룬 성과, 노태우의 북방외교, 김영삼의 하나회 숙청과 금융실명

 

제, 김대중의 IMF극복 등이다. 반대로 입을 모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승만의 권력욕, 박정희의 유신, 김영

 

삼의 IMF, 김대중의 측근 비리 등이다. 이렇게 한 명의 대통령이 공이든 과든 대체로 확실한 명암을 갖는 한편,

 

의미와 장단점을 논하는 데 있어 일관되게 부정적 평가를 받는 두 대통령도 있다. 각각 해당 장의 소챕터 제목으

 

로 문장을 만들어 보자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며 '업적은 없고 후유증은 큰' 전두환 대통령과, '건설사 CEO

 

스러웠'으며 '미디어법, 4대강, 대기업 편중'의 과오를 저질렀고 결국 '최악의 경제정책, 최악의 공공부채'를 남

 

긴 이명박 대통령이다.

 

 

 

각각의 대통령에 대한 9개의 장이 끝나고 나면 시점을 한국사회로 옮겨 문제점과 대안을 논해 본 10장 '미래를

 

말하자'와 11장 '지금 선 이 자리'가 시작된다. 여기에서는 정치 구조와 경제 구조의 개혁 방향을 토론하고 향후

 

크게 성장할 정치 인물들을 평가하며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총평한다.

 

 

 

정리하자. 먼저 장점부터. 하나. 역대 대통령이 집권 순서대로 호명되며 그 공과가 평론의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

 

에 한국 현대사에 처음 접근하는 사람에게 거칠게나마 큰 그림을 그리는데 아주 유효할 것이다. 둘. 어떤 형태로

 

든 권력의 최정상에 닿아 본 이들의 '뒷담화'가 섞여 있어 정보의 가치가 높다. 셋. 대담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읽기가 편하다. 넷. 억지 주장을 펴지 않는 패널들이기 때문에 모범적인 토론을 공부하는 데 좋은 참고서가 되어

 

준다.

 

 

 

단점은 장점을 그대로 뒤집은 데서 나오는 것이 많다. 하나. 강연이 아니고 '알 만큼 아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얘

 

기라서, 평가의 논거로 사용되는 인물, 사건에 대한 정보가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현대사의 굵직한 정보들을 미

 

리 알고 있지 않다면 어려운 독서가 될 수 있다. 둘. 언급한 것처럼 어떤 형태로든 권력에 맞닿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 본인이 특히 활약했던 시기의 이야기가 나오면 다소간 감정적이거나 양보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

 

일 때도 있다. 셋. 대담의 녹취록 형식이라 막상 읽어보면 분량이 그리 길지 않다. 정리된 글이 아니라 발언한 것

 

을 받아쓴 것이라 입말체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발언자가 바뀔 때마다 한 줄씩 떼어서이기도 하다. 넷. 억지 주

 

장을 하지도 않지만 강한 반대를 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하나하나의 주제를 놓고 하는 끝장토론이 아니고 정해

 

진 시간 내에 9명을 다루어야 하는, 현실적 한계를 갖는 토론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총평.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독자가 독서의 목적만 확실히 정해두고 읽기 시작하면 확실한 성과를 거

 

둘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경험을 풍부하게 갖고 있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패널들의 발

 

언을 접하는 것 또한 여러 책에서 만나기 어려운 특장점이다. 각 패널들의 팬인 독자나 약간 깊이 있는 현대사

 

개괄서를 원하는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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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문에서 언급한, 이 책의 목차를 따서 붙인다.


    1. 이승만 대통령
    초대대통령 이승만을 말하다
    부인이 한국인이기만 했어도
    불행이 시작되다

    2.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 그 선연한 빛과 그림자
    유신, 전과 후
    유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다

    3. 전두환 대통령
    태어나지 말았어야
    업적은 없고 후유증은 크다

    4. 노태우 대통령
    민주화의 가교/물통령
    북방정책, 통일정책은 분명한 공
    역사의 의미를 읽어라

    5. 김영삼 대통령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로 박수 받고
    씻을 수 없는 과오, IMF

    6. 김대중 대통령
    26년만에 당선된 집념의 사나이
    햇볕정책, IMF극복은 공
    게이트로 날이 저물다

    7. 노무현 대통령
    이회창이 진 선거일 뿐?
    개혁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
    ‘참여와 평등’의 가치를 심다

    8. 이명박 대통령
    건설사 CEO스러운
    미디어법, 4대강, 대기업 편중, 그리고
    최악의 경제정책, 최악의 공공부채

    9. 박근혜 대통령
    야당이라는 인식으로 당선?
    변했나, 원래 그랬나
    변화는 가능한가

    10. 미래를 말하자
    개헌은 가능한가
    대한민국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 사람을 주목하라

    11. 지금 선 이 자리
    다시 이곳과 현재를 말하다
    뭔가 변하고 있다
    윤여준, 안철수의 새정추로

    윤여준·이상돈·이철희 인터뷰

    2014.05.07 19: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재밌는 조합이네요 윤여준, 이상돈, 이철희라니.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언제까지 대통령 개인의 한계로 국가가 흔들흔들 대는 걸 지켜봐야 하는지 걱정됩니다. 여담이지만 아마 MB가 2년만 더 해먹었으면 전두환만큼 분량이 적어지지 않았을가 싶습니다.

    2014.05.10 15: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세 사람은 공히 그 분을 너무 싫어해서, 2년이라는 시간을 더 같이 보냈더라면 정말 한 쪽 분량만큼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2014.05.11 04:43 신고 [ ADDR : EDIT/ DEL ]

독서일지2014.04.25 23:38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 씨의 신작. 연구소나 저자의 이름이 낯설다 할지라도 사진을 보면 '아, <썰전>

 

서 강용석 맞은편에 앉은 그 아저씨' 할거다. 부제는 '알아서 기지 맙시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합시다.'.

 

 

 

책은 총 2부 4장으로 나뉜다.

 

1부는 주로 '리더급 정치인'에 관한 인물 평론이다. 먼저 1장에서는 '진보' 진영을 다룬다. 전임 대통령인 김대중

 

과 노무현에 대한 분석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현재 야권의 대선 후보급 정치인 3명을 언급한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로 경합을 벌였던 안철수, 문재인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먼저 호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장에서는 '보수' 진영의 인물들을 다룬다. 전임 대통령인 이명박과 현 대통령인 박근혜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이어서 현 정부의 시스템을 관장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언급한 뒤, '차기권력'의 자리에 가장 유력한 한

 

사람으로 김무성 의원을 해부한다.

 

2부에는 3장과 4장에 걸쳐 한국정치의 문제점과 제언, 대안이 실려있는데, 그 내용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아 다소 아쉽다.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문제는 정당정치의 중요성, 지역주의의 폐해, 부활하는 관료

 

주의, 정언유착, 지금 필요한 리더쉽 등등이다. 

 

 

 

오늘의 독후감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책장을 덮고 가장 먼저 든, 다소간 사적인 독후감부터. 썩 신선하

 

지 않다. 나는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있어 정치/시사 분야의 도서, 논문, 기사, 팟캐스트 방송 등을 접하는 데 여

 

가 시간의 대부분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런 쪽에 나보다 관심이 덜 있거나 시간을 덜 투자하는 이라 할지라도,

 

책날개의 소개에 나오듯 '지난 대선 정국에서 가장 많은 방송 출연 횟수를 기록한 바 있는 시사 평론가'인 이철

 

희와 그의 주장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평론계에서 가장 명성 높고 영향력

 

큰 이 가운데 한 명이므로 그의 의견은 거의 모든 사안마다 지면과 방송을 통해 자세히 발표되고, 또 언론 등에

 

의해 수차례 재확산된다. 이런 다종한 루트를 통해 이미 대강의 내용을 접한 바 있는데도 활자로 굳이 다시 접하

 

는 건, 좀 더 깊거나 새로운 분석을 원했던 독자에게나 '<썰전>의 귀여운 이 소장님'을 상상하며 책을 집어든 독

 

자에게나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애석하지만 이건 유명 평론가가 내는 평론집의 필연적인 한계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에 깊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진보 계열의 평론가' 들이 지난 정권부터 시작해

 

하나둘씩 방송가에서 퇴출되고 지금은 출판이나 팟캐스트에서 암중모색하고 잇는 한 때, 공중파는 물론 종합편

 

성채널, 그리고 퇴근길 라디오에서까지 이철희가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의 화술에

 

허허실실의 전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의 유산을 날로 받은

 

상속자'로 폄하하지도 않고, 문재인 의원을 '노무현 정신의 현현자'로 치켜세우지도 않는다. 독재 정권에 저항하

 

고 지역주의 조장에 분노하고 부당한 대통령 탄핵에 절망했던 이라면 같은 하늘을 이고 싶지도 않을 김기춘 비

 

서실장이라 하더라도 그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어떤 정책을 냈다면 이철희는 그 정책에 한정해 분

 

명히 칭찬을 한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과 국민 주권 실현의 전위에서 싸웠던 투사라 할지라도 그가 국회의원

 

이 되어 자리 보전이나 계파 형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면 이철희는 실명을 들어 비판을 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분노와 저주의 목소리가 오가는 말의 전장에서 '여유'와 '소통'의 자세를 갖추었다는 인상을 얻었으며 나아가 평

 

론가서는 최대의 찬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공정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런데 작심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많은 중에 상대방을 인정하면서도 조곤조곤 맞는 말을 하는 그의 자세가 꼭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본질보다는 전략을 앞세우는 '화술꾼'으로 폄하하는 이도 있고, 뼈가 없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보다 분명한 자기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특히 인물의 분석이나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시하는 분야를 살펴보면 그가 고민하고 탐구해온 바와 지향하는 방향이 선연하게 드러난다. (사실 앞 문단에

 

서 소개한 '평론가 이철희의 특성'은 대체로 MBC <100분 토론>이나 JTBC <썰전> 정도만을 통해 그를 접한 이

 

들이 갖는 인상에 지나지 않는다. 프레시안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철희의 이쑤시개>나 TBS에서 방송 중인 <퇴

 

근길 이철희입니다>를 들어보면 때로 허지웅 뺨치게 시니컬한 지경에까지 이르는 그의 날카로움과 냉철함을 한

 

껏 맛볼 수 있다.)

 

 

 

묶어서 다시 한 번 총평. 나는 사실 '이철희 빠'에 가깝기 때문에 아무러나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바를 읽고 우려의 마음이 드신 분이라면 굳이 이 책의 독서를 강권하지는 않겠다. 특히 1부 인물평론 같은 경우

 

는,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고려해 볼 때 3년 후인 다음 대선 쯤에 가면 이미 다시 읽어야 할 필요가 크지 않은 글

 

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치의 주요한 문제점과 몇몇 제언 등을 포함한 2부는 정치에 막 관심을 갖게 된 이

 

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추가로 덧붙이는 아쉬운 점 하나. 일단 글은 쉽게 읽힌다. 전문 분야에 관한 글을 쉽게 쓰는 것은 보통 내공이 아

 

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철희의 '말'은 쉽게 이해되는 수준을 넘어 강렬한 재미나 큰

 

감동, 카타르시스를 주는 경지에 르러 있다. 무의식 중에 그 경지를 기대하고 있었던 탓에 글로 쓰여진 이 책

 

의 독서가 덜 재미있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쉬운 점 둘. 인물평론과 사회평론보다 내가 정말로 읽고 싶은 이철희의 저작은 화술과 정치에 있어서의 전략

 

에 관한 것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한 토의의 형식이거나 혹은 외국의 참모들이 보여준 전략을 케이스 스터디한

 

저작들은 있었지만,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전략이나 혹은 지금 여기에 꼭 필요한 전략을 제시한 것은 아직 없었

 

다. 사회인으로서의 마지막 목표로 '2017년 대선 전략가'를 꿈꾸는 이이자 '가장 토론을 잘 하는 패널' 중 하나

 

로 꼽힌 그가 직접 말해 주는 자기 이야기가 듣고 싶은 것이다.

 

방대한 정치전략을 여기서 거론하기는 어렵고, 보다 범위를 좁혀 화술에 관해서 그의 전략의 한 예를 들자면. 평

 

소 <100분 토론>을 보면서 내가 의문점을 가졌던 것은 그의 '웃음'이었다.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 때,

 

'말씀하신 것 가운데 이런이런 것은 분명히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이라고 발언하는 것은 무작정 싸울 것이 아

 

니라 일단 줄 건 주고 받을 걸 확실히 받아오자는 그의 허허실실 전략이다. 그 뿐 아니라 많은 평론가, 정치인이

 

취하고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들으면서도 해

 

맑게 띄고 있는 그 미소. <이철희의 이쑤시개>나 <퇴근길 이철희입니다>를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이철희라면, 속

 

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썩소'도 아니고, 저렇게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라니. 와

 

중 얼마 전 <딴지일보>와 함께 한 인터뷰를 읽고 마침내 그 의문이 풀렸다. 부분 인용을 해 보자.

 

 

 

 

김창규 (이하 김): <썰전> 때문에 일반 사람들 머리 속에 강용석의 반대는 이철희, 이철희의 반대는 강용석. 이런 구도가 있잖아요. 그런데 강용석의 반대는 절대 이철희가 아닌데?

이철희 (이하 이): 강용석 류가 내 카운터파트라고 한다면 그건 좀 불만이지. 대중적인 평가를 떠나서. 난 그건 아니라고 봐. 더 멋진 보수와 맞짱 뜨고 싶어.

김: 그럼 누가 반대편에 앉아 있음 좋겠어요?

이: TV토론 했던 사람 중에 젤 상대하기 힘들었던 사람은 이혜훈이에요. 잘해. 테크닉도 좋고 관점이 좋아. 쉽지 않은 사람이야.

김: 상대로 인정이 된다?

이: 난 그런 과들은 해 볼 만해요. 막 투지가 생겨. 함 붙어보자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급도 안 되는데 주장만 내세우는 사람 있잖아.

김: XXX같이?

이: 그런 사람은 그냥 웃어버리면 돼. 한 번 해맑게 웃고 한 번 비릿하게 웃으면 끝나. 사람들이 다 평가해. 논박할 것도 없어요.

 

 

 

 

'한 번 해맑게, 한 번 비릿하게'. 풀어 설명하자면, '무슨 말을 하든 일단 들어줄게'라고 포용력을 보여 일단 전략

 

적 우위에 올라선 뒤, '네가 하는 말이 그렇지 뭐'나 '여러분,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다 들으셨죠?'라고 승부를 

 

끝내버린다는 것이다. 나는 한 번 칼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상대가 제풀에 힘이 빠져 쓰러져버린 셈이다. '싸우

 

지 않고 이긴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전략을 체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대 일급으로 활용

 

하고 있는 사람이 쓴 전략의 비술서. 돈 주고 열 권이라도 사고 싶다. 기회를 봐서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게

 

시판이나 관심 있어 할 출판사에 건의 메일이라도 한 번 보내봐야 하겠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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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에서 인용한 인터뷰의 전문이 궁금한 분도 계실 것 같고 출처를 정확히 밝혀두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원문의 주소를 적어둔다.

    http://www.ddanzi.com/ddanziNews/2327205


    책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으니, 책과 인터뷰를 둘 다 보시면 '좋은 글, 더 좋은 말'이라는 내 감상에 공감은 못 하셔도 이해는 하실 수 있을 것이다.

    2014.04.25 23: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신사동 고양이

    고려대, 이철희 논문 표절로 판정

    2014.07.18 15:35 [ ADDR : EDIT/ DEL : REPLY ]
    • 나는 이철희 씨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음에도 계속해서 공적 활동을 해주어야 한다고 우길 정도로 그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해당 기사에 소개된 고려대의 공식 답변을 보면.

      “(이철희 씨 석사논문에서) 다른 저작에 사용된 ’도식‘ 등의 인용없는 사용은(논문의 56쪽, 59쪽) 표절에 관한 규정의 위반 사항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이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의 필자가 논문작성법을 위시한 각주처리 방식 등에 소홀하였거나 이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논문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라는 의견도 있으나,

      “표절로 의심받는 자료(허종호 등)에 대해 논문작성자가 인용부분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쪽수까지 각주 등에 기재하였다는 점”

      “논문의 필자가 사용한 자료가 당시 비공개 자료 등으로 분류될 수 있어 표절 여부에 관한 판단은 최종 확인을 거쳐야 할 것”

      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고려대, 이철희 표절 공식 판정'이라는 기사 제목이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


      아울러,


      고대에 논문 표절 여부 문의는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서. 고대의 답변 단독 보도는 미디어워치에서. 해당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 의견은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께서.

      서로 다른 세 주체에서 정말 고생 많으셨다.

      2014.07.18 21:2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