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2012.06.12 23:59

 

 

 

 

 

 

야릇한 감정에 길게 썼다가 다시 읽어보니 영 후져서, 다 지우고 짧게 다시 쓴다.

 

 

책. 섹시한 제목과 잘빠진 표지 디자인 외에, 별 거 없다. 50여 개의 '사물'의 기원과 얽힌 이야기가 전부. 그 가

 

운데에는 '엉클 오스카!'의 아카데미 상 이야기와 같은 리더스 다이제스트 급 일화도 상당하다. 얽힌 이야기도,

 

네이버나 구글을 몇 번 툴툴 털면 나오는 수준의 것들이다.

 

 

그런데도 읽었던 건 저자 김지룡 씨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명문대를 졸업하고 무사히 취

 

업하였으나 인생이 재미없고 때마침 일본 만화에 미쳐있기도 하고 해서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는 그의 책의 서

 

사는 서두부터가 컬쳐 쇼크였다. 다음도 없고 네이버도 없고 케이블도 우리 집에는 없던 시절에, 잘 나가던 어른

 

이 만화책이 좋아 일본에 갔다가 백수가 됐다든지, 백수가 된 김에 수천 권의 만화를 읽다 보니 일본어가 트였다

 

든지, 시간이 남아 빠찡꼬에 갔다가 건달과 싸움이 붙은 끝에 친해졌다든지, 자격증도 없는데 한국인을 상대로

 

일본여행 가이드를 해서 큰 돈을 벌었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도무지 듣도보도 못하던 것이었다. 제대로 된 일

 

탈 한 번 해 본 적 없이 곧 고3을 맞이하게 될 내게 그의 진진한 술회는 구원과도 같았다. 이후로, 그는 '나는 솔

 

직하게 살고 싶다', '망가진 서울대생의 유쾌한 생존법', '인생 망가져도 GO' 등의 책들을 통해 '밑바닥에 떨어져

 

도 자기가 잘 하고 재미있는 것만 찾아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세기말적 메시지를 전했다. 책들은 대체로 꽤나

 

성공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문화평론가'라는 직종으로 여러 방송에 출연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때 내가 그에

 

게 보낸 것은 대체로 응원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잊고 살다가 십 년만에, 영 섭섭한 이 책의 저자로 다시 만났다. 책을 덮고도 못내 야릇한 기분에 책날개

 

를 뒤적거리다가, 저자 소개를 보았다.  

 

 

책임 크리에이터 김지룡.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이른바 '신의 직장'에 입사했지만 재미가 없어 4년 만에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오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은 책으로는 ......이 있다.

 

 

김지룡을 김지룡으로 만들어줬던 게 서울대나 게이오였던가? 찾아보니, 그 사이에 그는 일본어 교재를 내기도

 

하고, 어느 때부터인가는 '아동 경제 교육 전문가'가 되어 '21세기 내 아이를 위한 재테크 10계명'등의 책을 내

 

기도 했던 모양이다. 탓할 수야 없는 노릇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내가 그 형 입에다 밥을 한 숟가락 넣어준

 

것도 아니고. 그래도 '게이오 경영학 박사 과정 수료'를 보면서 나는 좀, 형,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하는 마음이

 

들었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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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써도 후지다. 기분이 후지기 때문이라고 자위해 본다.

    2012.06.13 00: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바나나

    안 후진대요? 최근 읽은 서평 중에 제일 유쾌해요. ㅎㅎ

    2012.06.20 18:11 [ ADDR : EDIT/ DEL : REPLY ]
  3. 지나가다..

    저는 김지룡씨를 님과 반대과정으로 알게 된 케이슨데요..부모60분이란 프로그램에서 이 분 강연을 듣고 감명받아 이 분 책을 사서 읽었거든요.. 아마 애들 상대로 경제교육이나 하는 나부랭이가 되어 실망하신 듯 하네요 애 낳고 보니 모든게 아이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더라구요. 아마 작가 역시 그랬을꺼라 추측해봅니다 이 분 성향상 자신이 가장 관심있는 분야에 몰두하시다 보니 이쪽으로 업을 삼지 않았나 싶어요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분 강연이 남다르게 느꼈을꺼라 생각합니다. 서문 잘 읽었습니다. 이분이 책제목을 과하게 섹쉬하게 뽑는 스탈인건 저도 동감이랍니다 전교 1등하는 법...이라니..ㅜㅜ

    2012.09.20 22:30 [ ADDR : EDIT/ DEL : REPLY ]
    • 2

      나중에 애가 생기시면 다시 관심이 생기실지도 ...ㅎㅎ

      2012.09.20 22:34 [ ADDR : EDIT/ DEL ]
  4. 네. 사회 일반의 김지룡 씨에 대한 평가에 대해 쓴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에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해 주었던 분이 예전과는 무척 다른 방향의 가치관을 보여주시는 것에 대해 개인적인 소회를 적은 것입니다. 본문 중에 소개했던 그의 예전 책들은 돈보다는 자신의 희망, 특기, 열정 등을 먼저 개발하고 그 과정을 즐길 것에 대한 내용이었거든요. 몇 달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보다는 오래 전에 헤어진 첫사랑이 변한 모습을 보았을 때 더 실망하게 되는 그런 기분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012.09.21 0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이 글을 쓴지 약 1년 반 후인 2013년 12월, 김지룡 씨는 변희재 씨와 손을 잡고 '우파청년포털'을 표방하는 사이트인 '수컷닷컴'을 열었다. 문을 연지 한 달 정도가 지난 2014년 1월 현재 수컷닷컴은 정치적, 문화적으로 비슷한 색채를 띄고 있는 '일간베스트'의 이용자들을 상당수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당초 언론에는 변희재 씨가 수컷닷컴을 기획하고 런칭한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후에 김지룡 씨가 인터뷰를 통해 이는 자신이 2009년부터 기획해 온 사이트이며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내오던 변희재 씨를 내세우면 지명도를 높이고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 홍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변희재 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인 '미디어워치'에 실린 김지룡 씨의 인터뷰 주소이다.

    http://www.mediawatch.kr/news/article.html?no=243875

    2014.01.14 17: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일기장/20122012.05.02 20:39

 

 

 

 

 

 

인터넷 서점 '반디앤루니스'로부터, 얼마 전 <독서일기>란에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편이 '반디 & view 어워

 

드'에 선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우선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런 행사에 딱히 응모를 한 기억이 없고, 나는 십

 

년 가까이 인터넷 서점으로는 '알라딘'만을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안내의 글을 읽고 사정을 검색해 보니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포털 티스토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내 블로그의 기사는, 작성 완료 후 블로거들의 글을 통합하는 Daum view로 자

 

동 송고된다. 이러한 Daum View의 기사들 가운데, 반디앤루니스는 Daum과 제휴하여 특히 독후감만 매주 열한

 

씩을 뽑아 '반디 & view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시상을 하고 또 자사의 사이트에 게시를 해 왔던 모양이다. 그

 

러니까, 여기에 뽑힌 사람들은 나처럼 난데없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반디앤루니스 사이트에 가

 

을 하여 직접 그곳에 올리는 독후감은 '반디어워드'라는 수상 내역이 따로 있었다.

 

 

 

안내해 준 주소를 따라가서 살펴보니, 기존에 반디앤루니스의 회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타는 '반디어워드'의

 

포상이, 당연하겠지만, '반디 & view 워드'의 포상보다 훨씬 컸다. 1등이 어떤 작품인지는 게시되지 않았지만

 

내 글이 11개 가운데 다섯 번째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1등은 아닌 것 같다. 말인즉슨 적립금 5천 원이 생

 

겼다는 것인데, 실제로 따진다면야 영화 주간지 한 권 사고 잔돈이 좀 남는 정도이겠지만, 그래도 글로 칭찬을

 

는 것이 오랜만의 일이라 무척 기뻤다. 봄날 대청소를 하며 진땀을 흘리다가 덕분에 설레는 마음으로 몇 시간

 

을 보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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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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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2.04.24 18:47

 

 

 

 

한 줄 평. 쉬워서 즐겁다.

 

 

이 책은 '죽음', '연애', '행복' 등과 같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

 

그 문제를 깊이 탐구한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들의 사상을

 

요약해 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서 쉽게 전달하려고 한 것이 이 책의 뛰어난 장점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장치. 철학자들은 일본의 어떤 교실에 '직접' 등장하여 인물들의 구체적인 고민에 답한다. 예를 들어 선

 

생님께 혼나서 성질이 난 고등학생 앞에 미셸 푸코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권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

 

식이다. 이러한 소설적 형태는, 저자가 직접 고민에 답하다가 철학자들의 원론을 거론하는 방식보다 -다소 유치

 

하긴 하지만- 훨씬 친숙하고 또 재미있다. 철학자들은 일상적인 언어로 강의를 하지만, 때로 내용의 진행상 그들

 

의 핵심 개념어들을 설명해야 하는 때가 있는데, 분위기가 딱딱해질 수 있는 이런 때에는 '필기'라는 장치가 사

 

용된다. 

 

 

 

요런 식. 왼쪽은 헤겔 선생님, 오른쪽은 칸트 선생님.

 

 

이 '필기'의 행위 앞에는, 반드시 '하이데거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칠판에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라든지 '그렇게

 

말하고 헤겔은 분필을 한 손에 들고 이야기를 꺼냈다'와 같은 소설적 묘사가 덧붙어 있다. 독서를 하다 보면, 실

 

제 '역사' 속의 '거대한 지성'들이 말한 '어렵고 위대한' 개념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기 보다는, 삶의 구체적인

 

고민들에 대해 쭉 친근하게 설명을 이어 온 강사가 자기의 말을 잘 정리하려고 잠깐 적는 어떤 단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즉, 철학자가 실제로 내 앞에 와서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소설적 환상'이 깨어지지 않는

 

이다. 

 

 

 

한 차례의 강의가 끝난 뒤, 철학자들은 편지지에 짧은 '메시지'를 적어 전달한다.

 

 

 

 

상냥한 헤겔 선생님.

 

 

강사와 학생 간에 오고가는 따뜻한 메모. 실물보다는 덜 따뜻하겠지만 아무튼 충분히 훈훈한 모습. 내가 강의를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몰입한 것일까? 아무튼 이 장치는 책 내에서 강사와 학생들 간에 유대 관계를 보여주는 데

 

에 유용하게 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삶의 질문들에 철학은 어떻게 답변할 수 있는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한 줄 요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장치. '철학의 교실'에 앉아 있는 다섯 명의 인물에게는 '캐릭터'가 있다. 세 명의 고등학교 2학년은 서

 

로 친구 사이로 '우등생', '미인', '불만쟁이-토론가'이고, 30대 중반의 미혼 직장인인 '영화광'과, 말 안 듣는 아

 

이들과 무관심한 남편에 지쳐 만사가 귀찮아진 40대 초반의 주부가 있다.

 

이들은 '선생님에게 질문하거나 선생님과 토론'하는 행위를 통해 각기 캐릭터에 따른 일정한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우등생'은 선생님이 다소간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비유법 등을 통해 '선생님 말씀은 이런 것이죠?'라

 

고 해설한다든지, 선생님의 논의를 한층 더 심화시키는 형이상학적 질문 등을 던진다. '불만쟁이-토론가'는 선생

 

님이 자기 이론의 전제를 설명하고 나면 '선생님. 그런데 이런 건 잘못된 것 같아요'와 같은 쟁점적인 질문을 함

 

으로써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는 기점을 만든다. 영화광은 강의 전체의 내용이 잘 반영되어 있는 영화 제목을

 

대고 관련된 지식을 뽐내면서 독자에게 해당 주제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2차 자료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엔, -즐겁게 읽었기 때문에- 굳이 단점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고, 각 장치에 대한 불만을 적어보자.

 

 

 

 

 

첫번째. '철학자' 장치에 대한 불만. 기껏 여러 장치를 통해 친숙하게 만들었는데, 열네 명의 철학자들을 서로 구

 

분할 수 있게 하는 개성이 전혀 없다! 무척 아쉽다. 챕터가 시작할 때 철학자의 캐리커처가 한 장 실려있기는 하

 

지만, 더 살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예를 들어, 등장의 방식이라든지, 어투라든지, 필기의 글씨체라든지, 등등.

 

마르크스가 신경질적으로 신용카드사의 독촉 전화를 끊으며 교실로 들어왔다거나, 칸트 선생님이 모델처럼 꼿

 

꼿한 걸음걸이로 교실을 왔다갔다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갔다거나, 레비나스가 칠판에 필기를 하다가 끼-익 소리

 

를 내고는 돌아서서 '죄송합니다'라고 격식을 갖추어 인사를 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캐릭터를 더 잡아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열네 명의 철학자는 말투도, 논의를 진행시키는 방법도 똑같다. 저자가 이름표만 바꿔 단 꼴이라고 해

 

도 좋다. 비록 소설적 형식을 차용했지만 그들의 캐릭터를 새로 만들 정도로까지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철

 

학자의 학문적 양심 때문이었을까?

 

 

 

 

 

두 번째 장치, '인물들'에 대한 불만. 360쪽 가량에 14개의 챕터가 들어가야 하고, 분량상 한 챕터 안에서 한 캐

 

릭터가 몇 번씩 질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기껏 캐릭터의 설정까지 정해서 추리소설처럼 맨 앞 부분에

 

'주요 등장인물'로 소개까지 한 것 치고는 그리 많이 써먹지 못했다. 예를 들어 '미인'에게는 '우등생'을 몰래 좋

 

아하지만 연애 자체를 두려워 한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 설정은 고작 플라톤의 '연애' 강의를 듣고 자기 감정을

 

긍정하게 되었다는 몇 줄에만 쓰였다. '영화광'은 30대, 미혼, 직장인이라는 현실적인 캐릭터는 거의 쓰지 못하

 

고 영화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만 충실한 경우가 많았다. '불만쟁이-토론가'에게는 우등생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낀다는 설정이 있지만 별로 부각되지 못했는데, 굳이 소년을 둘 씩이나 쓰지 말고 이 캐릭터를 '우등생' 캐릭

 

터와 합쳐서 '미인'과의 갈등 관계를 형성시켰더라면 좀 더 소설적 긴장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총평. 한 권 안에 철학자들의 사상 중 핵심 부분만을 쉽게 전달한다는 기획의도. 거기에서 비롯된 태생적 한계이

 

긴 하지만, 아무튼 '행복'이나 '죽음', '인생'등에 대해 실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답게 살아라'나

 

'고민을 멈추면 반드시 행복해진다' 등의 메시지를 통해 서양 철학 원론을 짧게 소개하는 건 그리 마음에 와 닿

 

지 않을 것 같다. 삶의 구체적 고뇌에 대한 해답을 바라고 심리학 서적이나 철학 에세이 등을 찾고 있는 사람이

 

라면 피해서 가실 것. 이 책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들을 품기 시작했으나, 어떤 주제

 

에 대해 생각하면 좋을지, 또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면 좋을지, 공부를 하려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등에 의

 

문을 갖는 청소년, 대학생 등이 읽으면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따금 철학 이론을 언급하면서도 대체로 시정

 

의 언어로 연애사, 일상사 등에 감칠맛 나는 조언을 주던 철학박사 강신주 씨의 라디오 상담을 떠올리며 즐겁게

 

읽었다. 다음 번에는 철학자의 수를 줄여 강의의 수준을 심화시키고, 캐릭터를 잘 부여해 재미를 높이고, 이미

 

만든 다섯 인물의 설정들을 더 잘 살린 후속작이 나와 주길, 바란다. 진짜로 기대하고 있다. 나와 주려나?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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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지

    저도 저 책 읽었어요!! ㅎ 원래 철학 싫어하는데 저 책은 재밌게 잘 읽었던 기억이 나요ㅋㅋ

    2012.04.28 00:24 [ ADDR : EDIT/ DEL : REPLY ]
  2. 응. 지성인이구나.

    2012.04.28 17: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독서일지2012.04.21 00:47

 

 

 

 

 

저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따로 검색을 하였는데 한글 정보는 별로 없다. 아무튼 건축 디자이너이자 '세

 

계 최고의 자전가 수집가 중 한 명'이라는 미하엘 엠바허 씨의 2011년 작. 이 책은 그가 수집한 자전거들을 소개

 

하는, 일종의 컬렉션 북이다. (홈페이지인 http://www.embacher-collection.com 에 가 보면 그의 소장 목록을 확

 

인할 수 있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인터페이스도 간료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한국 제목. 원제는 'Cyclepedia : A tour of iconic bicycle designs'이다. 나는 원제 쪽이 건조하

 

고 단아하여 훨씬 마음에 든다.

 

 

 

 

짧은 서문과 자전거 디자인의 약사(略史)에 몇 장을 할애한 뒤, 책은 곧장 자전거의 박람회로 뛰어들어간다. 구

 

성은 간단하다. 한 자전거에는 보통 한 장에서 한 장 반 정도가 할애된다. 제품이 등장한 시기나 디자인의 특성,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의 소개글이 넉넉한 여백을 두고 실려 있고,  나머지 부분은 매끈매끈한 종이 위에 탐미적으

 

찍힌 자전거를 늘어 놓았다. 한 쪽은 부분 사진, 한 쪽은 전신(全身) 사진이다. 220 쪽이 약간 넘는 분량에

 

100 대의 자전거가 소개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자전가 수집가'라는 호칭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독서의 과정에서이다. 그는 단지 비싸

 

고 이름난 자전거만을 모은 것이 아니라, 자전거 디자인의 역사, 혹은 자전거 기능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

 

을 지속적으로 모아 왔다. 그래서, 개인의 컬렉션에서 100 대를 뽑았을 뿐인 이 결과물에 '자전거 백과사전'이라

 

는 다소 오만한 이름도 허용되었을 것이다. 건조한 문체는 길지 않은 분량에 집요하게 들어차 있는 정보들과 합

 

쳐져 오히려 저자의 자전거에 대한 애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생소한 기술적 표현들과 함께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곡선이라니!' 따위의 영탄법을 나열했다면 디자인의 미학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을 것

 

이다.

 

 

 

 

마음에 드는 자전거의 제원을 메모해 두거나, 예쁜 배색 등을 보고 가벼운 즐거움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면 누구

 

라도 한두 시간 내에 독서를 마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독서를 더욱 즐겁게 누리는 길은, 한

 

권을 따로 구입하여 침대맡에 놓아두고, 자기 전에 짬을 내어 두어 개 정도의 자전거를 천천히 그리고 탐욕스럽

 

게 살펴보는 것이다. 과연 소개글에서 설명하는 기능을 실현해낼 수 있을까, 앞 장의 자전거와 같는 디자인 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색 말고 이런 색이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자전거는 누가 타는 것이 어울릴까 등등을

 

상상하면서.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유혹하는 자전거'라는 한국 제목도 영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물건이 아름다움과 실용성이란 두 가지 미덕을 동시에 간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

 

양자를 완벽히 겸비한 사물을 만났을 때에는 그 감동이 지극하다. 자전거가 바로 그런 물건이라고 생각해 오

 

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구입하고 볼 일이다. 나도 읽는 내내 꿀 같은 침이 주루룩주루룩. 단 좋은 종이질

 

탓인지, 아니면 제품 사진에 저작권료가 있는 탓인지 가격은 낮다고는 할 수 없는 28,000원. 나는 오늘부터 중

 

고서점에 매복 들어간다. 넉넉한 분들은 두 권 사시라.

 

 

 

 

 

 

 

 

 

 

크기의 비교를 위해 뒷표지에 손을 대고 찍어보았다. 남자 중에서 손이 큰 편은 아니지만 아무튼 눈대중으로도

 

30cm는 너끈히 넘을 것 같은 세로길이. 펼쳐놓고 읽으면 책상에 꽉 찬다. 흐뭇하다. 아래부터는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끌었던 자전거들의 사진을 소개한다. 제품명을 함께 적어두니 관심이 있는 분은 따로 검색하여 보시라.

 

표기의 순서는 <회사, 제품명, 제조명>이다.

 

 

 

 

 

<SCHULZ, Funuculo, 1937>

 

 

 

 

 

 

<MERVIL, Mervilex, 1949> 

 

 

 

 

 

 

<GARIN, 1952>

 

 

 

 

 

 

<BREEZER, Beamer, 1992>

 

 

 

 

 

 

<UMBERTO DEI, Giubileo, 1996>

 

 

 

 

 

 

<HASE SPEZIALRADER, Pino Tour, 2010>

 

 

 

 

 

 

<SHORT-BIKE 3R, 1996>

 

 

 

 

 

 

<SMITH & CO., Long John, 1983>

 

 

 

 

 

 

<SIRONVAL, Sportplex, 1939>

 

 

 

 

 

 

<SKOOT INTERNATIONAL LTD, Skoot, 2001>

 

 

 

 

 

 

<T &C, Pocket Bici, 1963>

 

 

 

 

 

 

<Inconnu, 1950>

 

 

 

 

 

 

<DUEMILA, Duemila, 1968>

 

 

 

 

 

 

<BICKERTON, Portable, 1971>

 

 

 

 

 

 

<ELECTROMONTAGGI SRL, Zoombike, 1994>

 

 

 

 

 

<SACHS, Tango, 2000>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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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1.10.27 16:31





부제는 '당신도 꼼수PD가 될 수 있다'. 목사아들돼지, 돼지아들목사, 최근에는 목사돼지아들로도 불리우는 시

사평론가 김용민 씨의 10월 말 최신작.



한 줄 평부터 하고 들어가자. 이 책은 '나는 꼼수다' 팬북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특별한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서, 고등학교 참고서 형식으로 목차를 소개하고 각 소챕

터 별 주요한 내용을 정리하기만 해도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구매해야 할지 아닐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

이다. 책은 총 5장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을 따라 순서대로 요약해 본다.



1장. 정치방송의 새 지평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제작 뒷담화 


주요내용 : 나꼼수와 관련된 잡다한 사실


- 나꼼수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가벼운 접근.

- 나꼼수의 각 회별 요약.

- 트위터에 올라온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 멤버 인기투표,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 투표.



2장. '나는 꼼수다' 흥행 ! 5가지 배경


주요내용 : 나꼼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기술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 즉 외적 요인.


- 팟캐스트 소개.

- SNS 소개.

- 무선인터넷 환경 소개.

- 정치의 실상을 알려주는 나꼼수의 역할.

- '꼼수'를 내보내지 않는 수구적인 언론 환경.



3장. '나는 꼼수다' 힘! 5가지 비결


주요내용 : 나꼼수 성공의 내적 요인.


-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의 캐릭터 분할.

- 관건은 '주장'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즉, '소설쓰는 능력'.

- 재미.

- 아무도 안 하는 정권비판.

- 편집.



4장. '꼼수 PD' 김용민이 방송쟁이 되기까지


주요내용 : 라디오 키드였던 김용민이 <극동방송> 사원, <CTS> PD, 시사평론가를 거쳐 나꼼수 PD가 되기까지

의 인생 역정.


- 손에는 신문, 귀에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이어폰을 끼고 다니던 '시사 소년'.

- 조용기 목사를 비판하다가 2000년 <극동방송>에서 해고.

- 노조를 구성해 감경철 사장의 비리에 항거하다가 2002년 <CTS>에서 해고.

- '이 대통령' 발언 사건으로 2008년 <CBS>에서 해고.

- 2011년 '나는 꼼수다' 제작 및 제작 노하우 소개.



5장. '나는 꼼수다' 스타일! 닮는 법


주요내용 : 정치에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혹은 시사평론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일종의 지침서.


- 주간지, 월간지를 꾸준히 읽어라.

- 의문을 가져라.

- 사건에서 인간의 욕망체계를 발견하라.

- 남이 한 번도 하지 않은 내 주장을 가져라.

- 쫄지 말라.



부록. 언론에 비친 '나는 꼼수다'


주요내용 : 나꼼수 관련 인터뷰, 평론, 기고문 모음.




독후감 쓰자. 단점부터 주루룩 나간다.
 

하나. 수많은 철자법 오류와 편집 오류. 특히 몇십 페이지에 걸쳐 왼쪽 괄호인 ( 가 생략되어 있는 것은 치명적

이다. 예를 들면   

'최대호(연세대학교 대학원생)는' 이  

'최대호연세대학교 대학원생)는'  

으로 표기된 식이다. 인물이나 단체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 책인만큼 그 횟수를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

건 '주국을 조국으로 다시 고쳤습니다' 정도의 애교로는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둘. 역시 편집의 문제. 목차에 나와있는 페이지 수와 실제 내용의 페이지 수가 일치하지 않는 곳이 있다. 사소한

꼬투리 잡기일까? 위의 오류와 합쳐서 생각해 보면, 성의의 문제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만약 내용 중에

10.26 서울 시장 선거나 10.28 FTA 인준과 같이 시급을 다투는 이슈가 있어 반드시 그 전에 출간해야 하느라고

서두르다가 그렇게 되었다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위의 목차 소개에서도 보았듯이 이 책은 나꼼수가 유행하는
 
한 언제 나오더라도 별 상관없는 책이었다. 혹시 '닥정'과 '조말'의 흥행에 편승하려는 것이었을까?  


셋. 멤버의 사진이나 특별부록인 '나꼼수 로고송 악보' 등을 제하고 나면 내용은 200쪽 남짓. 판형이 A4 사이즈

가 아니라 조금 큰 문고본 사이즈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아마 150장에 못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가격

은 11,500원.


넷. 나꼼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김용민의 개인사. 물론 사회에 나온 뒤 그의 개인사는 한 언론인이 종교, 자

본,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탄압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굳이 이 책의 한 장을
 
통째로 차지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섯. 분량 배분의 문제. 팟캐스트 소개나 SNS 소개, 나꼼수 캐릭터 배분, 혹은 시사평론가가 되기 위한 지침
 
처럼, 제목만으로도 그 분석이 기대되는 소챕터들은, 실제로는 많아야 두 장, 심하게는 한 장 분량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자세히 말해보자. 전체 5장 220여 쪽 가운데, 나꼼수 성공의 외적 요인을 다섯 가지로 분석한 2장의 분량은
 
18쪽, 내적 요인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3장의 분량도 18쪽, 시사를 읽는 법에 대한 지침 5계명인 5장은
 
11쪽에 불과하다.

한편,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부록에 실려 있는, 나꼼수와 관련한 여러 사람들의 평론, 기고

문, 인터뷰 등을 합쳐 놓은 '언론에 비친 '나는 꼼수다''(p178 - p 209, 총 32쪽)이다. 공동 2위 중 첫번째는 ('제

일 잘 생긴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등의 질문이 섞여 있는) 트위터러들의 질문을 소개하고 구어체로 답

글을 쓴 '트위터러가 보는 '나는 꼼수다''(p33 - p64. 총 32쪽)이고, 두번째는 나꼼수와 직접 관련 있는 부분을
 
빼고도 31쪽에 달하는 김용민의 개인사(p117 - p147)이다.



이외로 굳이 소챕터로 분류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가는 곳이 몇 군데나 있고, 소챕터의 제목과는 큰 관련이

없는 내용이 기술되고 있는 등의 단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모든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맨 처음 한 줄 평에 소개했듯이, 이 책은 '나꼼수의 팬북'이다. 편집이 됐든 말았든, 분석이 얕든 아니든, 책으로
 
읽을만한 내용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정봉주 전 의원과 주진우 기자가 싸우는 것은 컨셉인지 진짜

인지, 김어준 총수는 헤어관리를 며칠에 한 번씩 하는지가 얼마나 궁금했었는데. 적어도 나는 '용민이 형, 돈 쉽

게 버네'하고 생각하면서도 즐겁게 읽었다. 저자 서문과 책의 뒷표지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의 판매수익금은
 
'나는 꼼수다' 제작에 지원된'다고도 하니, 어떤 예능프로보다도 재미있는 '상품'을 무료로 즐기고 있어 미안하

던 차에 녹음실 대여와 편집 비용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게 되어 기쁘기도 하다.



총평. 판형이 작고, 어려운 분석도 없고, 여성지 수준의 흥미성 글도 많고 하니, 나꼼수 콘서트 현장에서 팜플릿

이나 팬북 차원으로 팔았더라면 누구도 큰 불만 갖지 않았을 것 같다.


'닥정'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어 더 공부하기 위해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는 분, 제 2의 나꼼수를 꿈꾸며 김

용민의 제작 시크릿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는 언더그라운드의 1인 프로듀서들, 나꼼수에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정계의 뒷이야기가 실려 있을까 궁금한 반 가카 세력, 혹은 친 가카 세력이라면 사지 말자.


예비군 훈련을 받으며 마음 속으로 '오직 한 분 가카를 위해'를 흥얼거렸던 소년이나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바람에 '잠깐 바람쐬자 해 줘요'를 읊조리는 소녀라면 나꼼수의 장수를 위해 구매할 것. 끝.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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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용민 씨가 꼭 한번은 읽어보셔야 할 독후감이로군요. 특히 대놓고 팬북으로 내는 게 나았으리란 말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멤버들 사진도 그럴싸하게 올컬러로, 럭셔리하게 만들어 팔았으면 훨씬 남는 장사가 되었을 것 같네요.

    2011.11.03 19:19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닥치고 정치'의 표지 퀄리티로 각 인물들 사진을 찍었더라면 반응이 더 뜨거웠을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무척 심각한 색조로 냉장고와 차임벨을 찍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네요.

      2011.11.03 20:1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