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2014.05.07 19:51

 

 

 

 

 

출판사 미디어트리거의 기획작.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세 명의 패널을 초대하여 '대통령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토론을 하고 그 결과물을 정리해서 출간한다. 부제는 '윤여준, 이상돈, 이철희, 대통령을 이야기하다.'.

 

 

 

중앙집권형 국가에서 정치를 말할 때 대통령을 논하는 것은 당연한 첫걸음이다. 그 기획의 패널으로 굳이 이 세

 

명을 부른 이유로는 아마도 '합리성'이나 '관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 명에게는 모두, '속해 있는' 진영의 논

 

리와 완결이 일치하지는 않은 언행을 보인 공통점이 있다.

 

 

 

윤여준은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으며 16대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소장을 지낸 바 있고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 캠프의

 

전략을 짠 '책사'로 유명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무조건 사과하라'는 전략

 

을 지도하여 참패 위기에 있던 한나라당을 구원했던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는

 

안철수와 박경철의 '희망콘서트'를 후원하기도 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을 지지하는 연

 

설을 하기도 했다. 그 뒤로는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함께 하다가 2014년 3월,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합당을

 

하는 과정에서 결별했다. (이 책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이전인 2월에 출간됐다.)

 

 

 

중앙대 법대 교수인 이상돈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조선일보>의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

 

시 대통령이던 김대중, 노무현에게 날린 신랄한 독설은 보수층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 이후 보수의 재집권에 성공한 MB정부 하에서, 이상돈은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의견을 내놓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추진되고 있는 중에도 그 의도와 부작용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하여, M

 

BC 100분 토론에서 화면 왼편에 자리잡은 패널이 정부를 공격하는 진기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진짜 보수'

 

를 표방하던 그는 19대 대선에서 김종인, 안대회와 함께 박근혜 캠프의 참신함과 합리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활약했지만 대선 이후로는 그에 값하는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가 지난 뒤부터는

 

'비상식적 인사'나 '무너진 신뢰' 등을 근거로 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인 이철희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냈고, 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당대표인 김한길 의원의 보좌관 직을 수행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에 몸을 담기도 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소장을 거쳐 현재는 1인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특히 19대 대선을 전후하여 활

 

발한 방송 활동으로 이른바 개혁-진보 진영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평론가가 되었다. 인생 대부분의 이력이 민

 

주당에 놓여져 있지만, 사안을 논함에 있어 당략이나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공과를 비교적 공정하게 가늠한다

 

는 평을 받아, 급격히 보수화된 방송 환경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평론가로 자리잡았다.

 

방송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본인이 진행하는 라디오나 팟캐스트, 그리고 인터뷰 등에서는 현재의 민주당

 

전략팀에 대한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는 면도 있다.

 

 

 

이런 이들의 언행은 일각에서 '변절'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논거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또 자

 

신이 설득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자세'는 진영 간의 극단적인 대립과 정략이 심화되는 정세에서 많은 사람들

 

에게 '합리성'과 '관용'을 지닌 것으로 보여졌다. 특히 그런 일면이, 논쟁적일 수 있는 이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명된 까닭일 것이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최종 제목인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와 달리 토론의 주제 이름은 <대통령의 과

 

거,현재, 미래>였다. 제목 그대로 이 책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은 대부분 전현직 대통령에 관한 평가와 서로에 대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호명되는 대통령은 4대 윤보선과 10대 최규하를 제외한 9명이다.

 

 

 

총 11장 중 1장부터 9장까지가 각각의 대통령을 다루고 있다. 보통 20쪽에서 30쪽 가량의 분량인데, 가장 짧은

 

장은 전두환 대통령을 다룬 10쪽의 4장이며 가장 긴 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38쪽의 7장이다.

 

 

 

각 장은 다시 세 개의 소챕터로 나뉘는데, 책에서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소챕터는 대체로 '그 대통령

 

정권이 갖는 의미', '그 정권의 공', '그 정권의 과'로 구분되어 있는 듯 하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는 이 구

 

분이 엄밀하게 지켜지지는 않는다. 아울러 세 개의 소챕터라는 기준의 예외는 공이 빠지고 평가와 과만 있는 4

 

장 전두환 대통령이다.) 이 소챕터의 제목만 읽어봐도 -세 명이 파악하는- 한국 현대사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책 목차를 이 독후감의 댓글로 첨부하려 한다.

 

 

 

윤여준이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을 높게 평하거나, 이상돈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를 인정하거나, 이철희

 

가 김대중의 전략적 면모를 재조명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평이다. 똑같이, 윤여준이 노무현의 '뺄셈 정치

 

'를 지적하거나, 이상돈이 DJP연합의 정략성을 비판하거나, 이철희가 박근혜의 불통을 거론하는 것도 놀랍지 않

 

다.

 

 

 

러나 윤여준이 김대중의 탁월한 식견을 칭찬하는 한편 이회창의 반개혁적 면모를 공개하는 장면, 이상돈이

 

노무현의 상대방에 대한 관용을 인정하는 한편 박근혜 정부 임기 1년에 대해 혹독한 점수를 내리는 장면, 이

 

철희가 이승만의 정치력이 김구보다 위였다고 평가하는 한편 노무현 정부의 아젠다 세팅 능력을 비판하는

 

장면 등은 무척 신선했다. 특히 여기에 이 패널 조합의 특장점이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토론 과정에서 합의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 세 인물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공과이다.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유신 전 박정희가 이룬 성과, 노태우의 북방외교, 김영삼의 하나회 숙청과 금융실명

 

제, 김대중의 IMF극복 등이다. 반대로 입을 모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승만의 권력욕, 박정희의 유신, 김영

 

삼의 IMF, 김대중의 측근 비리 등이다. 이렇게 한 명의 대통령이 공이든 과든 대체로 확실한 명암을 갖는 한편,

 

의미와 장단점을 논하는 데 있어 일관되게 부정적 평가를 받는 두 대통령도 있다. 각각 해당 장의 소챕터 제목으

 

로 문장을 만들어 보자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며 '업적은 없고 후유증은 큰' 전두환 대통령과, '건설사 CEO

 

스러웠'으며 '미디어법, 4대강, 대기업 편중'의 과오를 저질렀고 결국 '최악의 경제정책, 최악의 공공부채'를 남

 

긴 이명박 대통령이다.

 

 

 

각각의 대통령에 대한 9개의 장이 끝나고 나면 시점을 한국사회로 옮겨 문제점과 대안을 논해 본 10장 '미래를

 

말하자'와 11장 '지금 선 이 자리'가 시작된다. 여기에서는 정치 구조와 경제 구조의 개혁 방향을 토론하고 향후

 

크게 성장할 정치 인물들을 평가하며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총평한다.

 

 

 

정리하자. 먼저 장점부터. 하나. 역대 대통령이 집권 순서대로 호명되며 그 공과가 평론의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

 

에 한국 현대사에 처음 접근하는 사람에게 거칠게나마 큰 그림을 그리는데 아주 유효할 것이다. 둘. 어떤 형태로

 

든 권력의 최정상에 닿아 본 이들의 '뒷담화'가 섞여 있어 정보의 가치가 높다. 셋. 대담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읽기가 편하다. 넷. 억지 주장을 펴지 않는 패널들이기 때문에 모범적인 토론을 공부하는 데 좋은 참고서가 되어

 

준다.

 

 

 

단점은 장점을 그대로 뒤집은 데서 나오는 것이 많다. 하나. 강연이 아니고 '알 만큼 아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얘

 

기라서, 평가의 논거로 사용되는 인물, 사건에 대한 정보가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현대사의 굵직한 정보들을 미

 

리 알고 있지 않다면 어려운 독서가 될 수 있다. 둘. 언급한 것처럼 어떤 형태로든 권력에 맞닿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 본인이 특히 활약했던 시기의 이야기가 나오면 다소간 감정적이거나 양보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

 

일 때도 있다. 셋. 대담의 녹취록 형식이라 막상 읽어보면 분량이 그리 길지 않다. 정리된 글이 아니라 발언한 것

 

을 받아쓴 것이라 입말체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발언자가 바뀔 때마다 한 줄씩 떼어서이기도 하다. 넷. 억지 주

 

장을 하지도 않지만 강한 반대를 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하나하나의 주제를 놓고 하는 끝장토론이 아니고 정해

 

진 시간 내에 9명을 다루어야 하는, 현실적 한계를 갖는 토론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총평.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독자가 독서의 목적만 확실히 정해두고 읽기 시작하면 확실한 성과를 거

 

둘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경험을 풍부하게 갖고 있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패널들의 발

 

언을 접하는 것 또한 여러 책에서 만나기 어려운 특장점이다. 각 패널들의 팬인 독자나 약간 깊이 있는 현대사

 

개괄서를 원하는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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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문에서 언급한, 이 책의 목차를 따서 붙인다.


    1. 이승만 대통령
    초대대통령 이승만을 말하다
    부인이 한국인이기만 했어도
    불행이 시작되다

    2.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 그 선연한 빛과 그림자
    유신, 전과 후
    유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다

    3. 전두환 대통령
    태어나지 말았어야
    업적은 없고 후유증은 크다

    4. 노태우 대통령
    민주화의 가교/물통령
    북방정책, 통일정책은 분명한 공
    역사의 의미를 읽어라

    5. 김영삼 대통령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로 박수 받고
    씻을 수 없는 과오, IMF

    6. 김대중 대통령
    26년만에 당선된 집념의 사나이
    햇볕정책, IMF극복은 공
    게이트로 날이 저물다

    7. 노무현 대통령
    이회창이 진 선거일 뿐?
    개혁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
    ‘참여와 평등’의 가치를 심다

    8. 이명박 대통령
    건설사 CEO스러운
    미디어법, 4대강, 대기업 편중, 그리고
    최악의 경제정책, 최악의 공공부채

    9. 박근혜 대통령
    야당이라는 인식으로 당선?
    변했나, 원래 그랬나
    변화는 가능한가

    10. 미래를 말하자
    개헌은 가능한가
    대한민국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 사람을 주목하라

    11. 지금 선 이 자리
    다시 이곳과 현재를 말하다
    뭔가 변하고 있다
    윤여준, 안철수의 새정추로

    윤여준·이상돈·이철희 인터뷰

    2014.05.07 19: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재밌는 조합이네요 윤여준, 이상돈, 이철희라니.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언제까지 대통령 개인의 한계로 국가가 흔들흔들 대는 걸 지켜봐야 하는지 걱정됩니다. 여담이지만 아마 MB가 2년만 더 해먹었으면 전두환만큼 분량이 적어지지 않았을가 싶습니다.

    2014.05.10 15: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세 사람은 공히 그 분을 너무 싫어해서, 2년이라는 시간을 더 같이 보냈더라면 정말 한 쪽 분량만큼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2014.05.11 04:43 신고 [ ADDR : EDIT/ DEL ]

독서일지2014.03.29 06:52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인 사학자 한홍구의 신작. 부제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저자 서문'에 집필 동기가 밝혀져 있다. 2011년 모처에서 한국사 학자 몇 명이 모여, 다음 해인 2012년이 유신

 

이 선포된지 40년이며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고 또 그 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유력한 후보로 나서

 

는 때에, 한국사 학자들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다 한다. 학자들은 그 시대를 체험하

 

한 세대들을 위해 특히 유신 시대를 개괄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데 중지를 모았고, 모임의 막내인 한홍구

 

그 일을 맡게 되었다. 한홍구는 오랫동안 여러 일을 같이 해 왔던 <한겨레>의 에디터 고경태를 찾아가 취지를

 

명하였고 고경태는 <한겨레> 토요판에 새 코너를 개설해 주었다. 1년 반 가량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한홍구의

 

신과 오늘'의 시작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과 함께 대선 분위기가 겹쳐 해당 코너는 큰 화제를 모았

 

다. 나 또한 한 편 한 편 즐겨찾기에 추가해 가며 애독했던 기억이 난다. 이 코너는 2013년 5월 31일, <직설>을

 

함께 펴냈던 소설가 서해성과 개그우먼 곽현화와 함께 나눈 대담인 41편 '마지막 이야기꽃'으로 끝을 맺었다.

 

코너의 특성 상 분명히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나와 주리라 기대하였는데 연재 종료 반 년 후가 지난 2014년 1

 

월, 이렇게 <유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책 제목 그대로, '유신시대'를 기록하였다. 총 5부로 나뉘는 본문은 '유신 전야'인 1971년에서 시작하여 '유신의

 

심장'을 쏜 김재규의 사형일인 1980년 5월 24일에서 끝난다. 여기에 선거 기간 중 '5.16과 유신의 시비는 역사

 

의 판단에 맡기자'고 했던 박근혜 당시 후보의 발언을 듣고 쓴 '박근혜 후보에게 드리는 공개장'과, 박근혜 후보

 

가 당선된 다음날 썼던 글인 '신유신의 밤', 이 두 편의 글이 부록으로 덧붙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의 이름들은 시사/역사 부문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들었거나 혹은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 시를 몇 차례 읽기만 했어도 크게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만이 갖는 특장점은

 

독자를 거듭 이끄는 그 끈질기고 가열찬 손길에 있다.

 

 

 

4부 '유신의 사회사'에서 국방/행정/교육 등에 걸쳐 사회 전반을 살펴본 것을 제하면, 책의 대부분은 유신 시

 

대에 일어난 정치적 사건, 그리고 그 사건과 청와대/중정/국회와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유신

 

세력과 저항 세력의 이력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과 이력이란 인과를 통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정리하기만 하면 그 나름으로 훌륭한 집필 전략이 된다. 71년에는

 

이런이런 사건이 있었다, 다음 해인 72년에는 이런이런 사건이 있었다, 하고.

 

 

 

그러나 한홍구는 몹시 끈질기다.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고 나서는 그대로 넘어가지 않고 앞에서 설명했던 다른

 

건들을 연결하여 다시 언급한다. 예를 들어 1974년에 있었던, '언론'에 관련된 한 사건을 소개했다 치자. 관련

 

물이 나올테고 사의 경과가 나올테고 결과와 영향이 나올 것이다. 그렇구나. 74년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 때의 '언론'에 대해 잘 알겠다, 하고 다음 장을 넘기려는 독자의 팔목을, 한홍구는 한 차례 더 그러쥔다. 아직

 

안 끝났어. 그리 앞에서 이미 설명하였던, 해당 시기 국내의 정치 상황, 국외의 외교적 상황 등을 다시 꺼내

 

어 거론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앞에서 했던 얘기를 왜 또 하지?', '언론 얘기 잘 끝났는데 왜 갑자기 정치 얘기지?'

 

, 혹은 '응, 다시 한 번 설명해 주니 외우기도 좋고 편하네' 정도의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야말로 '현실'을 재구하는 의미 있는 방식이다. 그때 뿐 아니라 지금도, 아니 언제라도, 인간은 '언론', '사회',

 

'국방'의 카테고리로 나뉜 삶을 살지 않는다. 카테고리의 총합인 '74년'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 해에는 언론의

 

사건도 있고 사회의 사건도 있고 외교의 사건도 있다. 그 하나하나가 섞여 개개인의 삶, 그러니까 죽간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삶 뿐 아니라 박정희의 삶, 이후락의 삶, 차지철의 삶 등에 중층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

 

홍구의 끈덕진 손길의 동력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오는 듯 하다. 역사란 몇 가지 사건의 단선적 연결이 아니

 

다. 당대의 모든 사건이 인간과 교섭하여 토해 내는 총체적 결과물이다. 알아다오. 부디 알아다오.

 

 

 

한홍구는 저술과 강연을 통해 종종 '유신시대를 끝내지 못하'고 '민주화를 완성시키지 못한' 기성세대로서의 부

 

채의식을 토로하곤 한다. 나는 앞서 이야기한 '끈덕진 손길'에서 그 부채의식에서 발로한 사죄의 실천을 발견한

 

다. 이것은 몹시 주관적인 인상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런 사학자가 있어서 고맙다'라는 전작들의 독

 

후감과 달리, 이 책의 독서를 통해 처음으로 '이런 스승이 있어서 고맙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본인의 직능 활동

 

이나 영달, 경제적 성공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인 나의 이해와 공감, 그리고 각성을 위해 이렇게까지 끈덕지

 

게 노력하는 이를 스승으로 인정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70년대의 한국사를 '유신'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낸 것이기에, 본인이 취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호불호

 

가 크게 갈리는 책일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의 별점 평가란을 보면 대부분의 평점이 만점과 최하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홍구의 시각에 찬성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주장에 논거를 더 하고 또 한 명의 스승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장의 객관성을 검증해 보기 위해서라도 독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덮고, 오래 전에 훑어보았을 뿐인 긴급조치 1-9호의 전문을 다시 찾아 읽었다. 마지막으로 선포된 긴급조

 

치 9호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적어둔다. 1975년 5월 13일부터 시행되었던 이 조치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

 

로 판정난 것은 38년 후인 2013년 3월의 일이다.

 

 

 

 

 

- 긴급조치 9호

 

 

①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 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다.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예외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 관여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②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⑦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⑧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

 

⑪ 이 조치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주무부장관이 정한다.

 

⑫ 국방부 장관은 서울특별시장, 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부터 치안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출동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이에 응하여 지원할 수 있다.

 

⑬ 이 조치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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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4.03.27 07:34

 

 

 

 

 

 

열 살 무렵까지 살았던 동네에는 기묘한 건물이 있었다. 교도소도 아닌데 철책은 높았고 드나드는 차는 하나같

 

이 80년대의 인천에는 흔치 않았던 중형 세단들이었다. 유년기의 관찰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위압적인

 

인상을 풍기는 각그랜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공교육 과정에 영어 과목도 없었고 동네에 학원이라고는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학원 정도 뿐이었던 시

 

절이라 우리의 방과후는 자기 전까지 대개 동탐험과 저녁 식사, 그리고 제 2차 동네 탐험으로 이루어져 있었

 

다.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와중에 문방구에서 혀가 새빨개지도록 불량 식품을 사먹어도, 뒷산 절간에 바쳐진 사

 

탕을 훔쳐먹어도, 심지어는 네의 무고한 창문을 깨먹어도 꿀밤 몇 대로 끝나곤 했지마는, 앞서 말한 '기묘한

 

건물' 근처에서는 서성거리기만 해도 모르는 어른에게조차 크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그 건물이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안전기획부의 인천 지부였던 것을 알게 된 것은 20여 년 후의 일이다.

 

 

 

국가정보원의 시초는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자 쿠데타의 참모 격인 김종필

 

에 의해 고안된 중앙정보부이다. 중정은 이후 1980년 12월, 12.12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신군부 세력에 의해

 

안전기획부로 개편된다. 김삼의 문민정부 시기인 1995년, 안기부는 그간 둥지를 틀고 있던 '남산'을 떠나 현

 

재의 위치인 내곡동의 신청사로 이사를 하였다. 김영삼을 이어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은 1999년, '중

 

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라는 명칭이 국민 일반에게 주던 부정적인 느낌을 없애고자 '국가정보원'이라는 새 이

 

름을 붙였다.

 

 

 

지나간 근현대사에서 뿐 아니라, 2014년 현재에도 국가정보원은 정치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는 주체 중 하나이다. 2011년 서울시청에 재직 중인 화교 출신 새터민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증거

 

를 조작했던 사건,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인터넷 게시판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건, 2013

 

남재준 원장이 정국의 전환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을 폭로한 사건 등이 현재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이다. 이러한 한때. 벼르고 별러 왔으나 부록을 합하여 88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 부담스러워 미뤄 오던

 

이 책의 독서를 감행했다.

 

 

 

앞서 국정원의 연원 요약에서 밝혔듯, 정보기관이 '남산'에 있었던 것은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 때이다. 책의

 

저자 김충식은 그 가운데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중앙정보부 시절에 남산에서 있

 

었던 일들을 기록했다. 책의 표지에 사격 연습 중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책이 기획되고 출간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은 노태우 정권 때인 9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러나 생생한

 

현장감을 그대로 담아낸 취재 자료들은 값진 사료적 가치를 갖고 있어 그 이후로도 근현대사를 다루는 서적과

 

프로그램 등에서 활발하게 인용되어 왔다. 그리고 18대 대통령 선거를 3주 가량 앞둔 2012년 11월 말에 개정

 

증보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오늘 독후감을 쓰고 있는 책은 바로 이 개정증보판이다.

 

 

 

책의 본문은 총 2부 20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61년 5월 김종필이 이화여고 앞 정동호텔의 방에서 새로운

 

정보기관의 체제를 짜기 위해 고심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72년 유신의 선포와 그 직후의 분위기까지를 다룬다.

 

2부는 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에서 시작해 80년 12월 유학성 대장이 예편과 동시에 초대 안

 

기부장에 취임하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한 장은 보통 15쪽에서 45쪽 정도의 분량을 갖는데, 장을 나누는 기준은 대체로 부장의 취-퇴임이거나 정계

 

주요한 사건 전후이다. 여기에 중정과 관련된 '10대 사건',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간단한 약력을 정리해

 

놓은 '정치 파워엘리트 인맥사전' 등의 내용이 실린 부록이 덧붙여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를 다루는 근현대사 도서는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당시 체제 안정에 주된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 중앙정보부이므로, 그러한 도서들에서 중정의 활약상을 빈번히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당연

 

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특장점은 그 모든 일들을 '중정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데에 있다. 근현대사

 

를 압축해 놓은 한두 권 분량의 도서에서는 아무래도 집권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저항 세력의 대표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이 가장 상징적인 인물들의 행적을 중심으로 내용의 흐름이 짜여질 수

 

밖에 없다. 대체의 맥락을 이해하거나 해당 도서의 저자가 전달하려 하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

 

이 없지만, 현실의 인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는 누락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러한 '껍질'을 들춰 내고 그 밑에서 정략과 음모 등을 통해 가장 활발히 암약했던 세력인 중정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준다.

 

 

 

이 '보여주기'는 관련 인물들의 직접 증언, 회고록 등을 통한 간접 증언, 그리고 유출되거나 공개된 각종 문서들

 

을 인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특히 사건의 발생 일시나 경과 등과 같은 건조한 자료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 발언 인용과 현장 묘사 등을 통해 마치 현장에서 함께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히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20여 년 전 이전에 출간되었음에도 꾸준히 인용되고 마침내 증보 개정판까지 나오게 된 것

 

은 그래서일 것이다.

 

 

 

한편 단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책의 초판이 출간된 것은 92년의 일로, 당시 이러한 사회과학 서적을 접할 수 있

 

는 연령의 독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정치적 사건들을 직접 체험한 이들이었다. 그러니까 이들에게는

 

'중정이 뒤에서 이러이러한 계략을 꾸며서 마침내 그 사건이 터졌다'까지만 말해주면 되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터진 그 사건의 자세한 경과나 이후에 정계와 사회에 끼친 영향 등까지 일일이 다 설명하고 비평해줄 필요는 없

 

었을 것이다. 당시의 독자들도 다 아는 얘기였을테니 말이다. 당연히, 당시를 체험하지 못했거나 공부하지 않은

 

오늘날독자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경험을 못 했든 공부를 안 했든 아무튼 그 시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독서가 어려워지는 지점 하나 더. 저자

 

는 한 장에서 인물이나 단체를 다룰 때 종종 그 장이 다루고 있는 시기 이후까지의 행적을 함께 소개하곤 한다.

 

이를테면 73년 윤필용 사건을 소개하면서 하나회를 언급한 뒤, 그 하나회가 70년대에 어떻게 성장했으며 80년

 

대에 어떻게 집권했고 90년대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정리해 주는 식이다. 몰랐던 하나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 것은 고맙지만, 이렇게 한참 몰입하며 읽다가 어느새 다시 73년과 74년으로 돌아가버린 내용을 접하

 

면 조금 혼란스럽다. 나는 현대사 강의를 위해 정리해 두었던 연표를 꺼내어 옆에 두고 같이 읽었다. 지금은 이

 

때 얘기하는 중이지, 지금은 한 해 넘어가서 이 때 얘기하는 중이지, 하고 손으로 짚어가며. 이왕의 개정증보판

 

인데 챕터의 첫머리마다 간단한 연표라도 넣어 줬더라면 무척 고마웠을 것이다.

 

 

 

하기사 단점이라지만 그 또한 다른 책들로 공부를 쌓고 나면 불편하지 않을 터. 다만 선뜻 권하기 어려운 것은

 

앞서 고백한 것처럼 소도 때려잡을 만한 880여 쪽의 분량 때문이다. 즐겨 근현대사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이에게

 

는 오히려 즐거움이겠지만 시험 삼아 도전해 보려는 이에게는 이래서 학교 다닐 때 국사 공부가 하기 싫었었지,

 

하는 새삼의 깨달음을 줄 수도 있겠다. 긴 분량이지만 결국 요약하면 '중정은 나빴다'이고, 핵심은 '어떻게 나빴

 

나'와 '얼마나 나빴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떻게'와 '얼마나'는, 독서와 팟캐스트 청취 등을 통해 당대

 

의 물정을 어느 정도 아는 이에게조차 충격적인 수준일 것이다. 이 땅에 있었던 일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게 되

 

는 이 거리감, 이 거리감에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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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자인 김충식 씨는 동아일보 기자로 30년 간 재직하였고, 2011년에는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에 임명되었다. 이후 교수직을 휴직하고 그제인 2014년 3월 25일로 임기가 종료된 2기 방송통신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활동하였다. 2기 방통위의 최대 이슈였던 종합편성채널의 재승인을 두고 여당 추천 위원들과 강한 설전을 벌였으나 석연치 않은 과정 끝에 끝내 재승인 허가가 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전국언론노조에서는 그 책임을 물어 그의 연임을 반대하기도 하였다. 결국 3기 방통위에서는 물러나게 됐다.

    2014.03.27 07: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독서일지2012.09.09 15:25

 

 

 

 

정치평론가 임병도 씨, 필명 '아이엠피터'의 2012년 7월 작.

 

 

 

저자는 정치시사 블로그 계의 거목이다. 책날개에서는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월평균 50만 명'이라

 

고 소개하는데, 정치시사 블로그의 독자들이 비교적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50만 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숫자인 것은 틀림없다.

 

 

 

나도 이따금 블로그 계의 풍향을 살피기 위해 포털 DAUM의 블로그 서비스인 'View'란을 방문하곤 하는데, 지속

 

적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글들은 대체로 연애, 맛집, 연예 카테고리에 국한되어 있다. 그 외의 카테고리

 

에 속하는 글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대체로 하나의 폭발력 있는 이슈가 있을 때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국제 카테고리라면 연평도 피격 사건이나 독도 문제가 터졌다든지, 육아라면 보육원 음식에서 식중독 균이

 

나왔다든지, IT라면 아이폰의 새 모델이 발표되었다든지 하는 등, 특정 사건과 관련하여 일시적인 관심이 집중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큰 관심이 집중되었던 블로그를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고 그 후로 며칠 동안 꾸준히 방문해

 

보면 대체로 조회수가 급감하는 것이 목격된다.

 

 

 

특히 정치 블로그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언론사의 뉴스를 그대로 퍼나르기만 하는 것이라면, 포털의 메인 화

 

면에서 온갖 신문사들의 뉴스를 대부분 볼 수 있는 우리 나라의 누리꾼들이 그 블로그를 골라 따로이 방문할 필

 

요가 없다. 따라서 언론사 이상의 정보력을 갖추지 못 한 이상 각 언론사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만의 관점,

 

그리고 그 관점으로 행한 '분석'만이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정치의 이벤트들은 대체로 단일 사건으로만 볼

 

수 없고 어떠한 맥락 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글의 성격이 논증적이고, 또 길어질 수

 

에 없다. 번잡한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읽기도 어렵고, 출근 직후나 점심시간 직후의 어수선한 짬에 대놓고

 

읽기도 어렵다. 글의 내용 자체가 접근성이 낮다는 말이다. 게다가 임병도 외에도 몇몇 정치 블로거들이 이따금

 

성토하는 바에 따르면, 'BEST 게시물'로 선정되어야 더 많이 노출되어 접근성이 높아지는데, 이 선정의 기준이

 

모호하며, 정치시사 카테고리의 글들은 특히 더 홀대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근래 속속 제기되고 있는 '네이버

 

연관 검색어' 관련 의혹들을 참고해 보면, 단순히 음모론만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분명한 개연성이 존재하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월평균 50만'이다. 뚝심만 있으면, 컨텐츠는 언젠가 스스로 빛을

 

발한다.

 

 

 

 

이 책은 그 블로그인 아이엠피터(http://impeter.tistory.com/)에 연재되었던 게시물들을 소주제 별로 묶어 출간한

 

것이다. 블로그에는 하루이틀 상간으로 그날그날의 가장 큰 이슈들에 대한 분석 게시물들이 올라와 그 양이 이

 

미 적지 않은데, 중요한 인물로 묶은 것도 있고, 이벤트로 묶은 것도 있고, 흥미 위주로 묶은 것도 눈에 띈다. 총

 

6장이다.

 

 

 

1장 '문재인의 운명'에서는 정치평론가인 필자가 오래 전부터 대통령감으로 지목해 온 문재인에 대한 여덟 개의

 

게시물들을 묶었다. 일종의 인물론으로, 특정일의 특정 이벤트 등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인간 문재인과 대통령감

 

문재인을 평하였다.

 

 

 

2장 '독재정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전두환'도 역시 인물론이긴 한데, 각기

 

다른 의도로 쓰였던 게시물들을 출간을 목적으로 하나로 묶으려다 보니 제목이 길어진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삼인을 묶은 것에 일정한 유기성이 있긴 하다. 거칠게 나누어 보자면, 총 여덟 개의 게시물 중 하나는

 

박정희, 하나는 박정희와 박근혜, 두 개는 박근혜, 하나는 박근혜와 전두환, 두 개는 전두환에 관한 글이다.

 

박정희와 관련된 게시물은 그의 만주군 이력에 관한 것이고, 박정희와 박근혜에 관련된 것은 정수장학회에 관한

 

글이다. 박근혜에 관련된 것은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이력과 지지세력에 관한 것이고, 박근혜와 전두환에 관련된

 

것은 박이 전을 '오빠'라고 불렀던 사이이며 신군부 쿠데타 이후로 금전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내용이

 

다. 전두환에 관련된 것은 그가 거액의 추징금을 '29만원' 운운하며 회피하고 있는 와중 그의 가족들이 보여준

 

수상쩍은 재산 관계와, 법적 근거 없이 혈세를 들여 '국가내란범'이자 추징금을 회피하는 '범죄자'를 경호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글이다.

 

 

 

3장 '대한민국을 사유화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패밀리들'에서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초기 폭발적 원동

 

력이 되기도 하였던 '가카'와 그의 인맥, 인척들의 비리상을 다루었다. 청계재단, 자이드 국제환경상 상금, 지하

 

철 9호선 요금 인상, 인천공항 민영화, 내곡동 사저, 그리고 여사님의 '한식세계화추진단' 문제가 언급되었다.

 

 

 

4장 '세금이 아깝다 국민 모독 3종 세트'에서는 강용석 전 국회의원, 전여옥 전 국회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세 인물에 각각 두 꼭지가 할애되어 총 여섯 개의 게시물이 묶였다. 칼로 자르듯 나누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두

 

꼭지 중 하나는 그 인물의 언행이나 이력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이벤트에서 드러난 그 인물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

 

강용석과 관련해서는  '아나운서 성추문 언행' 사건과, 국회의원으로서의 그의 미미한 활동상에 대해 다룬 게시

 

물이 실렸다. 전여옥의 경우에는 지지의 대상이 자주 바뀌었던 그의 정치이력상과, 대표저서 '일본은 없다'가 긴

 

시간의 공방 끝에 결국 표절로 판명난 사건을 다루었다. 김문수에 대해서는 그의 '변절의 역사'와, '도지사 김문

 

숩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겼던 남양주 소방서 통화 사건을 언급하였다.

 

 

 

5장 '서울을 망친 남자, 서울을 노린 여자, 서울을 시민에게 돌려준 남자'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의 세 인물을 축으로 삼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과를 설명하였다. 시간 순서

 

를 따라 열한 개의 게시물이 묶였는데, 주요한 이벤트들을 중심으로 하여 현실의 역사를 재구해 낸 이 장이야말

 

로 이 책이 빛나는 순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1장부터 4장은 일종의 인물론으로, 해당 게시물들은 그 인물의 특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계기를 제공할

 

뿐 하나가 빠지거나 하나가 더 들어가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다시 아이엠피터

 

의 블로그를 찾아가 느긋하게 하나하나 찾아 읽어도 될, 굳이 책으로 묶을 필요는 크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5장은 특정 이벤트와 관련하여 서로의 인과관계가 밀접하게 얽힌, 하나의 '역사'이다. 이 과정

 

을 한 권의 책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순서를 따라가기만 하면 배울 수 있는 것은 독자에게 허락된 큰 혜택이라

 

고, 나는 생각한다. 놈놈놈 2권은, 이런 챕터가 좀 더 늘었으면 한다. 혹은, '놈놈놈' 브랜드는 인물론으로 가고,

 

'건건건'과 같은 브랜드를 따로이 만들어 이러한 사건과 역사의 재구를 묶어도 좋겠다.

 

 

 

6장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현주소 닥치고 법 VS 닥치고 권력'에서는 법조계에 관한 게시물들이 실렸다. 이 정권

 

하에서 법조계 뉴스가 정치계 못지 않게 많이 등장했던 것도 한 원인일 수 있겠지만, 필자의 다른 블로그 게시물

 

들을 살펴 보면 우리 정치 개혁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사법 개혁을 꼽아온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 관심

 

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에 관한 5개의 장과 함께 실린 것이 아닌가 한다. 신영철 대법관이나 김홍일 부산고검장,

 

이인규 전 중수부장 등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총평. 아이엠피터를 접한 적이 없거나, 접했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그의 글을 읽기가 어려웠거나 하는 분들

 

이라면 구매의 의미가 분명하다. 평소 그의 글을 꼼꼼히 읽어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 다시 책으로 읽을 필요가

 

없는 분들이라도 그와 같은 정치블로거가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있어주길 바라고 있다면 또한, 구매의 의미는 분

 

명하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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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도 오십만 명 중 한 명이다. 임병도 씨와 아이엠피터의 건승을 기원한다.

    2012.09.09 15: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