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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2

우리 집으로 오세요

 

 

 

 

 

 

침대에 엎드려서 어려운 책을 읽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꿈의 시작에, 나는 내 발걸음을 보고 있었다. 여기가 어

 

디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걸어온 것은 2층짜리 목조 건물의 현관 계단이었다. 처음 보는 집인데 꿈답게 '내 집

 

인데 왜 못 알아 봤을까'라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집의 양쪽으로는 비슷한 모양의, 그러나 각자 소소한 특

 

색이 있는 다른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왼쪽 끝은 쭉 이어져 어디까지 간지 알 수 없고, 오른쪽 끝은 얼마 가지

 

않아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보이지 않는 쪽으로 꼬리를 틀었다. 뒤를 보던 시선을 돌려 고개를 앞으로 향하자 눈

 

앞에는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조용한 이차선 도로가 있었고, 그것을 타박타박 건너니 무릎과 허리 사이 정도 높

 

이의 나무 울타리들이 있었다. 울타리와 울타리 사이의 틈을 지나자 잡풀들이 밉지 않게 자란 경사가 완만한 각

 

도로 내려가고 있어 걸음을 옆으로 하여 조심조심 내려갔다. 경사의 끝에는 시내보다는 좀 크고 강보다는 많이

 

작은 개천이 있었다. 문득 손이 차가와 내려다 보니 한 손에는 살얼음이 맺힌 유리 맥주병이, 다른 손에는 맥주

 

잔 두 개가 들려 있었다. 꿈을 꾸는 내가 왜 잔이 두 개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꿈 속의 내가 머리를 돌려 '여기

 

야'하고 웃음 섞인 소리를 냈다. 시선의 끝에는 꽃이 그려진 예쁜 옷을 입은 아내가 경사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

 

. 역시 꿈답게, '내 아내로구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올려다 보니 해는 봄날, '팔자 좋구나...'하고 맥

 

주병의 냉기를 즐기다가 잠에서 깼다. 몇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광경이 생생하지만 그려낼 재주가 없어, 언젠

 

가 써먹어야지 하고 그려 두었던 꿈 몽(夢)자의 캘러그래피를 붙여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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