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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5 교토

6일차 - 3. 우지의 맛

 

 

 

 

물론 도지에 역사적인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큰 절인만큼 부적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다른 절과 신사보다는 큰 것이 있다.

 

위의 사진은 그 중 오미쿠지おみくじ를 찍은 것이다. 일본의 영화나 만화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 중 하나로, 포장은 제각각이지만 결국에는 그 안에 운세가 적힌 종이를 뽑는 것이 목적이다. 첫 번째 오미쿠지는 복을 부르는 고양이 마네키네코 미쿠지.

 

 

 

 

 

 

 

 

두 번째는 단출하게 행운 오미쿠지.

 

 

 

 

 

 

 

 

세 번째는 리락쿠마 오미쿠지.

 

 

 

 

 

 

 

 

 

네 번째는 칠복신 오미쿠지. 칠복신이나 마네키네코 등의 전통적인 캐릭터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미쿠지와 같은 전통 문화에 리락쿠마를 접합시키는 세련된 손길에는 무척 놀랐다. 나중에 돌아다니면서 보니 도라에몽 오미쿠지도 있고 건담 오미쿠지도 있고. 나는 여행이 끝날 무렵 한 번에 살 생각이라 여기에서는 뽑지 않았다.

 

 

 

 

 

 

 

건물 안에 들어가 잠시 비를 긋는다. 등 뒤로는 대일여래 등의 멋지고 거대한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지만 촬영 금지라서 찍지 못하고 비오는 경내만 잔뜩 찍었다. 도지의 특별 전시회와 여행 일정을 맞출 수 있는 분이라면 꼭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여기 오기 전까지 내가 본 최고의 불상은 대부분 교토 국립 박물관에 전시된 것이었는데 도지의 부동명왕과 천수관음 상은 정말 굉장했다. 게다가 박물관에 있는 것들은 넓은 빈 공간에 알맞게 배치된 것일 따름임에 비해 이곳의 불상들은 공간과의 조화까지 계산된 것이니 더욱 흥취가 있었다.

 

 

 

 

 

 

 

 

교토 날씨는 새침한 아가씨 날씨에 비유한다 한다. 종잡을 수 없는 변화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번에 절절하게 경험했다. 햇빛과 빗발이 이렇게 서로 상관없이 나리는 날씨는 처음 봤다. 

 

 

 

 

 

 

 

 

그리고 도지의 명물 오층탑. 54.8미터의 높이는 일본의 목조탑 중 가장 높은 것이라 한다. 도지의 경내에서는 둘째 치고 절에서 나와 한동안 걸어가더라도 돌아보면 계속해서 보인다. 유홍준 선생님은 책에서 '1층부터 5층까지 거의 같은 비례로 올라갔기 때문'에 '위압적이지 않고 외로워 보이기까지' 하며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 '대지에 뿌리내리고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거기에 놓인 듯한 인상을 준'다고 하였다.

 

나는 외롭다는 지적에는 거의 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층마다 줄어듦이 없어서 대단히 육중한 인상이었다. 다만 누군가가 거기에 놓은 듯하다는 평에는 크게 공감하였다. 무척 높은 탑인데도 어쩐지 아주 작은 탑 모형을 그대로 확대해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어찌 보면 공중에 합성 이미지를 띄워놓은 것 같은 인공, 인위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도 압도적인 광경이라 보면서는 즐거웠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여지나 여유 등을 느끼기 어렵다. 올려다 보는 사람에게 일부러 압도감을 느끼게 하려고 만든 디자인처럼 느껴진다.

 

 

 

 

 

 

 

 

떠날 때 새로 빨았던 내 운동화. 나오시마에서 한 번, 여기에서 두 번 죽었다.

 

 

 

 

 

 

 

 

도지 앞의 버스정류장에 섰는데 기다리는 버스가 한참 있다 올 판이다. 정류장 표지의 바로 뒤에는 양갱과 사탕 등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색깔이 화려하여 눈이 즐거워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그 중 '우지의 돌宇治の石'이라는 사탕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즐거웠던 지난 겨울의 교토 여행 중에서도 윤동주의 마지막 행적을 좇아 방문하였던 우지 행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었다. 작은 병도 예쁜 사탕색도 마음에 들었지만 저 이름이 아니었다면 굳이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자마자 하나 입에 털어넣어보니 과연 우지의 명물인 말차 맛의 사탕이었다. 기분이 좋아져 밤에 맥주와 함께 먹으려고 밤양갱도 하나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