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은 백일 남았다. 정확히는 백십일 남았지만 끝의 열흘은 3차 휴가라 이경때부터 세지 않았다.
일단 일어 났으니 오늘은 세지 않고, 수요일이 지났으니 이번 주는 세지 않고, 보름이 지났으니 이
번 달은 세지 않는다. 군생활을 꾸역꾸역 채워 나간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뻥치기 계산법.
10월 군번인 나는 올 해에만도 아홉달의 군생활이 있으면서 새 해의 아침을 맞으며 음, 이젠 끝났군
하고 자신을 속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도 약 170일 전, 뻥치기 계산법으로 하면 반년전의 일.
세는 것이 무의미했던 아주 오래 전부터, 백일이 남았을 때에는 이런 글을 써야지 저런 글을 써야
지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특히 올리고 싶었던 사진은 양동근 1집처럼, 갓 펌핑한 드넓은 어깨와
굵다란 팔뚝만이 화면에 잡히는 흑백 컷. 얼굴은 어딜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옆얼굴에 코나 입까
지만 나오게.
찍어줄 사람도 없거니와, 제길, 어설픈 운동하지 말고 피리나 불 것을.
아무튼, 이제 백일. 유월도 다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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