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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4대강 자전거길

5. 4대강 새재도보길 - 새재도보길

 

 

 

 

 

바람은 시원했다. 사방이 불꺼진 산중이라지만 차도 안 다니는 뻥 뚫린 길에 시간은 고작 저녁 일곱 시. 다음 거

 

점인 상주까지는 31km이니 넉넉 잡고도 아홉 시에는 도착할 판이었다. 상주는 새재자전거길의 종점이자 이 날

 

의 목표지점이기도 했다. 모텔 잡고 샤워 하고 야식 한 끼 먹고 나서 '그것이 알고 싶다' 보다가 자면 되겠네. 나

 

는 신이 났다.

 

 

 

불정역을 뒤로 하고 십 분쯤 달렸을까. 몇 시간 동안 달리면 체력은 분명히 출발할 때보다 떨어져 있지만 타는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 좀 더 적은 힘을 들이고도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느낌을 즐기면

 

서 달리고 있는데.

 

 

 

달각달각. 달각달각.

 

 

 

아뿔싸.

 

 

 

두근두근하며 브레이크를 잡고 안장에서 내려 천천히 뒷바퀴를 바라보니. 처음 만난 날인데 하루에 두 번 찾아

 

와 준 펑크. 뒷바퀴는 이화령 올라가기 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상주에 도착해서 수리를 하겠다는 생

 

각이 안이했던 것일까.

 

 

 

나는 깜깜한 이차로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화령에서는 적어도 보장이 있었다. 일

 

단 해가 밝았고, 지나가는 차도 있었고, 휴게소까지 올라가면 간단한 수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단지 어려운 것은 내 힘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좀 더 심각하다. 일단 불정역으로 돌아가는 것은

 

수가 아니다. 비싼 돈을 주고 자야 하거니와 내일 일어나서 어차피 다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해는 완전히

 

졌다. 자전거도로와 일반도로가 분리되어, 자동차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어찌할 것인가.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어, 불정역에서 상주로 가는 노선을 찬찬히 확대해 보았다. 그러자, 자전거길을 쭉 따라가

 

면 시내까지는 들어가지 않지만 문경시의 외곽에 닿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거리였다. 원래의 목적지인

 

상주까지가 31km다. 가는 길에 있는 문경까지는 얼마가 나올 것인가. 새로 경로를 검색해 보니 약 20km가 나왔

 

다. 거리는 20km. 시간은 일곱 시. 그럼, 걷자. 새재도보길을 걷자.

 

 

 

 

 

 

 

 

이 정도만 되어도 좋았다.

 

 

 

 

 

 

 

 

하지만 20km의 대부분은 이런 길이었다. 도중에 라이트가 방전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주위가 식별

 

가능한 에서는 라이트를 끄고 걸었다. 결국 특별히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청소년이나 노약자에게는

 

정말로 권하고 싶지 않다.

 

 

 

 

 

 

 

 

가는 길에 만난 터널.

 

 

 

 

 

 

 

 

터널 옆을 보니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위험으로 라임을 맞추다니. 아니 그것보다 자전거길의 일부에 왜 이런 경고문이 있나. 경고문이 있다고 안 들어

 

갈 것은 아니지만, 터널 안으로 들어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평생 처음 와 본 문경의 외곽에서, 하루에 펑크가

 

두 번 난 자전거를 끌고 20km를 걷던 중, 점촌4동장 님이 충고를 해 주었음에도 무시하고 가다가 터널의 낙석에

 

맞아, 마침내 생명이 위험해지면, 참, 그것도 드센 팔자구나.

 

 

 

 

 

 

 

 

15km쯤 걸었을 때에 마침내 저 멀리로 문경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밤길을 달려본 라이더들은 아시겠지만

 

불빛이 보이고서부터의 5km는 이전의 5km와 다르다.

 

 

 

 

 

 

 

드디어 만난 문명의 출발점. 여기에서 왼쪽은 상주로 가는 길, 오른쪽은 문경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건물을 끌

 

어안고 입이라도 맞추고 싶지만 멈추면 다시 걷지 못할 것 같아 꾸역꾸역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