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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9

3월 10일

민추로 가는 버스에서, 두 눈으로는 처음 오드 아이odd eye를 보았다. TV에서 본 것도 주로 고양

이들의 눈이었을 뿐이다. 열 살 가량의 남자아이로 한 쪽 눈동자가 호수처럼 새파랬다. 특히 나이

를 먹은 뒤로는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내가 처해 보지 못 한 그의 상황들을 생각하려 애쓰는 습

성이 생겼는데, 너무 의외의 광경에 접하면 그 정도의 각오로는 버텨낼 수 없는 모양이다. 아이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못 하고 멍해져서 쳐다보고 있는데, 아이는 내 쪽으로 눈길을 돌

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잠시 눈길을 마주친 뒤 다시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쁜 생활에 잠을 흡족히 못 잔 탓인지 수업에 맞추려 꾸역꾸역 빨리 먹은 김밥 한 줄 탓인지 논어

수업을 듣다 앉은채로 잠들어버렸는데, 그 아이와 한참이나 마주보는 꿈을 꾸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생각이 안 나기도 하고 어쩐지 목이 메이기도 해서 더듬더듬거리다 꿈에서 깼다. 교실이 추

워 손은 곱았는데 등에는 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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