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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

150517, 팔레트 나이프 연습

 

 

 

 

다음은 언젠가 도전해봐야지 하고 사두었던 팔레트 나이프. 본래는 이름 그대로 팔레트의 물감들을 섞거나 혹은 팔레트에 눌어붙은 물감을 긁어 떼어내는 용도의 미술 도구인데, 이것으로 그림을 그리면 독특한 표현이 가능해서 팔레트 나이프로만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있다.

 

 

 

 

 

 

 

 

팔레트 나이프로 그림 그리기의 기초 중 기초. 둘 이상의 물감을 팔레트 나이프의 각기 다른 부분에 묻혀서 캔버스 위에 '바른다'.

 

 

 

 

 

 

 

 

첫 시도라 지저분한 부분이 많지만 물감이 쌓이는 질감과 칼을 놀리는 손길에 따른 자유로운 움직임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본래는 이 색 저 색 섞어가며 여러 차례 연습해 보려고 했지만 한번에 들어가는 물감의 양을 보고 식겁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기법에 맞는 그림을 떠올리게 되면 물감 값만 수만 원 들어가더라도 한 번 시도해 보겠다.

 

 

 

 

 

 

 

 

팔레트 나이프로 그리기에 연습 한 번 안 하고 바로 도전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좀 망하더라도 선 하나 죽 긋고 꽃 그림이라고 우기면 된다. 붓으로 얇고 끊기지 않는 선을 어떻게 그릴까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어떡할까 궁리하다가 문득 눈에 띄어 책상 위에 있던 모나미 수성 붓펜으로 죽 그어봤다. 그랬더니 기대했던 바로 그 효과가.

 

아크릴화 그리는 중이었는데 붓펜 써도 되나,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다가 스스로 번쩍 하고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림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형식이 정해져 있는 입시 시험이나 대회 출품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리며 즐겁고 선물하며 즐거워서 그리는 것인데, 아크릴화에 아크릴 붓 말고 붓펜을 쓰다가 경계하는 마음이 들다니. 나야말로 정식 화가들이 체면 때문에 아니면 고정 관념 때문에 안 쓰는 각종 도구나 기법 등을 제멋대로 하면서 기뻐해야 할 판인데. 반성하고 열심히 궁리하세.

 

 

 

 

 

 

 

어쨌든 쉽게 완성 봤네, 하고 바니쉬를 죽 칠했더니 수성 붓펜이었던 탓인지 줄기 선이 옆으로 번지고 말았다. 당황하며 방향을 바꾸어 다시 칠했지만 이미 번진 선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것 참 무식이 화근이로구나. 다행히 이건 받을 사람을 정해놓고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팔레트 나이프 첫 연습 치고는 잘 됐지 뭐, 하고 내버려 두었는데, 다른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멀리서 쳐다보니 마치 흰 벽에 그림자가 비친 것 같은 효과가 나버렸다. 뒷걸음질 치다 쥐잡는 이 재미에 그림을 못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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