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 헹 아저씨의 믿음직한 등판.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과는 윗옷이 틀려졌다. 작은
아이스 박스에 물을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틈 날 때마다 건네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낮잠을 자거나 다른 이들
과 환담을 나누다가도 멀리서 내가 보이면 금세 뚝뚝으로 뛰어가 시동을 걸던 좋은 아저씨. 고마워서 따로 홍보
를 해 드리고 싶지만 이미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아저씨라고 한다. 혹 이 글을 읽고 캄보디아에 가서 헹 아저씨
를 만나게 되는 이가 있다면 하루종일 뚝뚝만 타고 다니지 말고 틈을 내어 헹 아저씨를 웃겨보기 바란다. 아이스
박스에 넣어두었던 물보다 청량한 헹 아저씨의 히히히 웃음.
오후에 찾은 첫 행선지는 쁘레아 칸. 자야바르만 7세가 즉위한 뒤 어머니를 위해 지은 것이 앞서 소개한 따 쁘롬
이고, 이후 아버지를 위해 지은 사원이 이 쁘레아 칸이다. 모계 사회인 크메르 왕조의 특성을 보여주는 듯, 쁘레
아 칸은 따 쁘롬보다 좀 작다. 이름의 뜻은 '신성한 칼', 혹은 '왕검의 사원'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위의
사진에서는 힌두교의 미술 양식과 불교 미술 양식의 기묘한 조화를 관찰할 수 있는데, 사원 전체를 휩싸고 있는
이 동거가 생각 외로 아름답다.
밑에만 보면 늘어진 코끼리 코나 말의 고추 같기도 하고, 위로 쭉 훑어보면 브론토사우르스의 목 같기도 하다.
발목만 남은 채로 복원을 기다리고 있는 조각상. 저래서야 복원이 될지 안될지도 불투명하다. 어쩐지 쓸쓸한 느
낌이 들어 찍어보았다.
무척 덥거나 춥거나 피곤할 때 카메라 앞에 서면 이 자세가 종종 나온다.
잘 보면 제대로 묶지 않아서 바지가 내려갈 태세를 취하고 있다. 엉덩이의 반을 내놓고 다닌 적도 있으니 서울에
서 입을 때에는 좀 더 조심하든지 아니면 좀 더 뻔뻔해져야 하겠다.
바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지만, 이번 여행을 앞두고 산 것이 천만다행이었던 운동화. 호텔 인근의 지근거리를 나
다닐 때에는 슬리퍼를 신고, 조금이라도 멀어질 것 같으면 바로 운동화를 찾아 신었다. 십 분만 걸어봐도 슬리퍼
와 운동화의 차이는 확연하다. 위대한 운동화.
또 만난 스펑나무.
정복해 버릴까.
영차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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