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인지 괴 방문자들이 늘어만 간다. 나는 생계를 위한 입력을 계속 하는
한편으로 각종의 잡무와 곧 있을 한문교육기관의 시험에 대비하며 여전히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바
쁘게와 정신없게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은 같을지 몰라도 실제로 살아내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차이
를 갖는 말이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몸 주위를 둘러싼 물결이 어디로 흐르는지 파악해 보려 애
쓰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물 속에서 자기가 어디로 쓸려가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생활이 이
러니,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관계야 고마울 따름이고 내 쪽에서 새로운 관계를 -아주 작은 것이라
도- 만들어 내기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와중에도 역시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람 뿐이
다. 짧은 휴식에도 사람들이 채워져, 이십 대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케 한다. 매일같이 룸
메이트가 바뀌는 신촌 사우나의 잠자리에서, 가만히 이런저런 사람들을 떠올리다 잔다.
하는 일에 비하면 많이 받고 있으니 돈이 모자라다고 말할 염치는 없고, 정신없는 하루 중 기실 무엇
하나 내게 이렇게 저렇게 도움 안 되는 일은 없으니 따로이 시간을 더 달라 구걸할 수도 없다. 필요
한 것은 오로지 여유이다. 마음이 뚫려 있으면 아무리 사나운 바람이나 혼탁한 물이 들이닥쳐도 웃
으며 흘려 보내면 그만이다. 사통하고 팔달할 것. 올 해 뿐 아니라 이후의 삶에 가장 큰 목표이다.
마침 오늘 얻은 신영복 선생의 작품 몇 점 중에 뜻이 닿는 글씨가 있어 붙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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