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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5

어서 빨리, 다시 사람이 되고 싶다. 더보기
2005. 5. 2- 5. 6 일경 최대호 3차 정기외박 을 마치고 오늘 들어간다. 이제는 나온지 두시간만에 완연한 민간인. 나흘째인 오늘에는 군이야기가 어디 소설에서 읽은 것마냥 먼 먼 소리로 들린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무엇하나 특별한 것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정신없이 가 버렸다. 군 안에 있을 때에도 공평하게 빠르니 할 말은 없다지만 그래도 하지 못 한 이야기, 만나지 못 한 사람이 못내 마음 에 걸리는 것은 미련많은 이 놈으로서는 당연한 이치. 다 손아귀에 쥐려 전화고 메일이고 보내는 건 탐욕스러워 보여 차마 하지 못 하고 뱅뱅 맴만 돌다 또 들어간다. 5월 중순에 특박(여기에서 차! 하고 혀를 차는 일반 육군 아자씨들의 기가 찬 소리가 들려오지만, 어쩌랴, 그러자고 의경 간 것을)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이고, 어쨌든 군인 신분 이니 .. 더보기
4월의 셋째 주 마지막 날 시간은 잘 간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지나갔을 때의 이야기이고, 한시간한시간이 지겨운 군생활 잘도 버티고 있는 최일경이다. 일주일만 있으면 오월. 공항을 찾는 아가씨들의 치마도 큰 폭으로 짧 아지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하면 칠월을 예측하며 웃음지을 법도 하지만 낙도 없고 지겨운 생활 탓에 얼굴은 언제나 묵묵부답. 고참들 사이에서는 최대호를 웃겨라라는 놀이가 성행하고 있다. 오월 중순에 외박이라지만, 3박 4일이야 지금까지처럼 또 눈깜빡할 새에 지나갈테니 기다려지면서 도 기다려지지 않는 묘한 상태. 사람 야릇하게 만드는 이 못해먹을 노릇을 형들과 먼저 전역한 친구들은 어떻게 버텼을까. 어떻긴 뭘 어때, 그냥 가만히 버티는 거지. 대책없고 짜증난다고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억압된 현실에서 하나.. 더보기
4월 15일 금요일 농담처럼 말하지만, 정말로 내가 근무하는 곳은 섬이다. 새벽과 오후에 막사로 돌아가는 길에야 겨우 서해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바닷가의 기상이란 확실히 육지와 달라 하루종일 섬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근무를 시작할 즈음에 항상 해가 떠 있지만, 약 한달 전만 해도 근무를 서다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럴 때에는, 마치 우리가 하늘이라고 알고 있는 파란 색 너머로 온통 새빨간 진짜 하늘이 있는데, 동그란 구멍 하나가 슬슬 움직이면서 그 색을 보여준다고 절로 생각하게 된다. 눈과 안개는 눈 앞에서 파도 치듯이 움직인다. 간혹 서울의 어딘가에서도 바닥의 눈이 바람에 따라 춤추는 모습은 보았지만, 나는 '연무'라고 표현할 만한 안개의 모습은 이 곳에 와 처음 보았다.. 더보기
감사합니다, 친절한 인천경찰 교통계 일경 최대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제는 군에 입대한지 183일째 되던 날. 올해는 윤년이 아니므로 한해의 반인 182.5가 지나가던 날이 었다. 그 시간에 나는 소속지인 인천국제공항이 아니라 전의경 구타에 관한 토론회에 공항경찰대 일 경 대표로 뽑혀 인천지방경찰청 대강당에 있었다. 서울 분들이야 그게 뭔 소리람 하겠지만 인천분들 은 어이가 없어 픽 웃고 말 것. 인천지방경찰청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약 8분쯤 걸리는 곳에 있거든. 그것도 내 산책걸음으로. 달리기로 하면 3분 내에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난 달리지는 않지만. 반이 지나던 날에 다시 집근처로 돌아와 있다는 게 신기하고 약간 우울한 채로 눈을 돌리다 보면 13년동안 살아왔고 내 혼의 거의 모든 안식처들이 있는 곳이 가득 차 오니, 참으로 묘한 노릇이었다. 꽤 오래간의 .. 더보기
2005. 3. 20. 일. 최일경. 마음을 붙이고 있는 이 곳이 생기기 전에, 프리챌에 혼자만 들어가 보는 커뮤니티를 하나 만들고 끄적끄적대던 때가 있었다. 이따금 사진도 올리고 일기도 쓰고 하는, 굳이 따지자면 이 곳의 전신같 은 곳인데, 오랜만에 생각이 나 들러본 그곳에서 이곳에는 올려두지 않았던 사진을 찾아 반갑게 옮겨다 놓는다. 2002년 제부도의 I.N.K. 내용과 제목이 같은데, '물의 색깔은 혼탁하다. 그렇지만 소년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이다. 분명 별 생각 없이 그저 물리적인 앞걸음만을 이야기했을 것임이 뻔한데도 어쩐지 가슴이 짠한 것은 역시나 서른 즈음에. 큰일났다 큰일났어. 이번 외박 때 만나게 된 나의 오랜 무대감독과 나눈 연극이야기 탓에 복귀하고 나서도 가슴이 두근 두근. 제대로 한 편 구상해볼.. 더보기
원준 메롱. 더보기
당신은 믿을 수 있는가? 더보기
빅 뉴스 인천국제공항경찰대, 전의경 사기진작 차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다섯시간 외출 실시! 난 바빠서 뉴스만 전하고 이만! 와하하! 더보기
구정 특박 이라지만 24시간 특박이기 때문에 나는 내일 아침 여섯시 반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해야 한다. 지금도 졸려 죽겠는데. 참, 못 할 짓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 근무 서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나와 있는 것이 나은 일이니 입은 그만 내밀고 잘 준비를 하는 것이다. 24시간이니만큼, 꼭 전화를 드려야 하는 분들께만 간단히 전화를 드렸다. 그랬는데도 벌써 열한시가 훌쩍 넘은 시간. 군인은 이미 제정신으로 깨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고작 석달인데, 스물 다섯 먹은 이 능구렁이는 마음 편하게 먹는 법을 대충은 터득한 것 같다. 조용조용히 하루가 지나가기를 빌면서 주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하다 보면 과연 시간은 공평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 밑으로 후임 하나만 들어오면, 나의 군생활은 삐걱삐걱대는 소음을 .. 더보기
아 참 그러고 보니 내가 어느새 스물다섯이야. 어이없지 뭐. 농담아냐. 이러다 서른도 되겠다구. 난 말야, 이런 생각을 하거든. 나이를 먹는 것도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이야. 알차고 보람차게, 그 나이다운 생활을 하고 생각을 지닌 사람만 다음 나이로 진급시켜 주게 말이야. 스물 넘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 잖아. 나처럼 무익하고 편한 생활을 보낸 사람은 연속 4년 낙제, 그렇게 해서 스물한살이어야 공평 한 거 아니겠냐고. 누구에게나 시간이 똑같이 지나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오히려 불공평하고 잔혹한 일인 것 같아. 나이먹는게 싫어서 늘어놓는 헛소리지만 말이야. 휴가 첫날밤이 이렇게 지나가네. 다들 잘자. 오늘밤도 건강하게 말이야. 더보기
미안해 어떻게 사정이 그렇게 되어서, 2주일만에 또 휴가 나왔어. 미안하다구. 항상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재 수 좋은 때에 입대해서 그런 거니까 모든 의경이나 행자부가 그렇다고 오해하지 말아달라구. 이제 좀 할 만 한 것 같아. 군대는 그런게 좋더라고. 뭐가 어떻게 되든 간에 시간이 지나가면 확실 히 조금씩이라도 편해지더라고. 물론 아직까지도 40명중의 막내지만 말이야. 적어도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이거지. 3박 4일이니까 글 쓸 시간 많거든. 또 쓸게. 다들,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지? 더보기
안녕 첫 특박 2박 3일은 2분 3초라더니, 정말이다. 나오면 여자친구를 앞에 두고도 온통 하는 이야기가 군 대이야기뿐이라더니, 정말이다. 같은 행자부라도 공익 보면 화가 치밀어서 때리고 싶어진다더니, 정말이다. 순찰차만 보면 숨으려고 한다더니, 정말이다. 모든 이등병은 똑같다더니, 정말이구나. 이제 한숨 자고 일어나면 들어간다. 모두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어 줘서 고마 와. 건강하고, 하는 일들 부디 잘 되기 바란다. 특히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닭띠들은, 나보다 훨씬 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야 하겠지. 잘 하자, 우리. 닭띠해잖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조차도 그냥 나 하나 건강하고 잘 살아 남은 뒤에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충성. 이경 최대호 사회에 용무 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 충성. 더보기
지금은 특박중 충성. 이경 최대호 사회에 용무 있어서 왔습니다. 충성. 기회가 날 때마다 쓰는 말이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는 잔뜩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하는 군생활, 굳이 나를 알고 아껴 주시는 분들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 말해봐야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일 공연히 응석도 부리고 싶지 않아 수십번씩 머리에 정리해 두었던 글들도 그저 한숨 한 번으로 날 리고 돌아간다. 첫 특박을 나왔다. 시간은 잘 간다. 얼마 안 있어 있는 정기외박 3박 4일짜리가 백일휴가. 이 휴가 는 신정특박이다. 육군은 상상도 못 할 일일테니 더 어리광 부리지도 말자. 남들만큼의 어려움을 안고, 남들만큼 다시 돌아가기 꺼려지는 채로, 어느 누구보다 커다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자신하기에 조금 더 큰 걱정과 가슴따뜻함을 안은 채로, 이경 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