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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겨울밤 혼자 식사를 하면, 너무 빨리 먹기 때문에 종종 가벼운 체기를 갖는다. 불규칙한 수면 주기와 함께 건강을 해치는 주범 일 것 같은 그런 습관도, 자기 전 한 병 먹는 맥주 때에는 아주 고마울 때가 있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면, 이런 기분이 되기까지 몇 병은 지나야 할 것이다. 지난 일기에 쓴 것처럼 마시기 전에 겨울 창문 바깥에 두었던 맥주는,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레 차가워진 것 이라 왠지 더 신나고, 더 맛있는 것 같다. 옥장판에 엉덩이 지지며 바싹 구운 훈제 오리를 먹고 맥주를 마신다. 맥주는 무려 멕시코 산. 부러울 게 없다. 더보기
여기는 툰드라 신촌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입학을 하기 위해 오다니던 10년 전 이후 처음 본다. 장 보러 다녀오는 길마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탐험, 그 난이도는 내쇼널 지오그래픽이다. 에스키모가 먹다 남은 생선을 눈 사이에 묻어두듯, 내창과 외창 사이에 귤이나 맥주를 놓아두고 이따금 생각이 나면 꺼내어 먹는다. 따뜻한 방에서 눈내리는 광경을 보며 세계 각지의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란 각별한 것이지만, 남은 음식 뿌려주며 얼굴을 익혔던 동네 고양이들은 마음에 밟힌다. 오늘 마시려고 놓아둔 맥주는 선물받은 칭따오, 안주는 마트에서 할인 스티커 붙여 사 온 훈제 오리. 고양이 들을 초대해서 함께 반주하고 싶은 밤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