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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정은문고. 2014, 8.) 좌절과 슬픔이 되었든 위안과 희열이 되었든 내 삶에 가장 많고 깊은 생각과 감정을 가져다준 단일한 사물은 역시 책이다. 어렸을 때 즐겨 하던 어떤 일들은 때로 내 취향이 변하여서 그치기도 하고 때로 그것이 생업의 일부가 되어서 더이상 즐기지 못해 그치기도 하지만, 읽고 쓰는 일만은 즐겁기를 멈추는 일이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본가의 널찍한 책장에 도토리가 다람쥐 모으듯 책을 사서 꽂아넣는 것이 또 하나의 비밀한 취미였다. 어느 정도의 양이 모여서 마침내 카테고리 하에 재배치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우쭐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십 년이 지나도록 그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언제 군대에 끌려갈지도 모르거니와 타향의 월세살이에는 마음이 흡족할 만큼의 책을, 살 돈도 놓아둘 곳도 지.. 더보기
청춘을 쏟아부은 고깃집이 군대 다녀와보니 사라졌을 때에도 그저 우두커니 서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정도였을 뿐인데. 빈궁한 오후의 산책에나 모처럼 마음먹은 홍대 술자리의 귀갓길에 어머니처럼 항상 거기 있어 주었던 린나이삼거리 헌책방.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지나가다 문득 보니 컴퓨터 그래픽처럼 사라져 있었다. 조금만 덜 춥거나 조금만 더 추웠더라면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 자리엔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아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