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162016.09.19 22:31

 

 

 

오랫동안 준비해 온 팟캐스트 프로그램 '방과후 수업'이 9월 22일인 이번주 목요일에 런칭된다. 지금은 시범적으로 안드로이드용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에 프롤로그격인 0화가 하나 올라가 있다. 애플 팟캐스트는 프로그램 심의를 거치는 과정이 있어서 목요일 런칭에 0화와 1화가 함께 올라갈 예정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보자고 몇 명의 사람이 모인 뒤, 비디오 프로그램은 팀웍과 각자의 역량이 좀 더 쌓인 뒤 도전해 보기로 하고 첫 걸음은 오디오 프로그램으로 가 보자고 결정한 것이 열 달쯤 전의 일이다. 학부 내내 학기마다 한 편씩 연극을 올리면서 여러 사람과 뒤섞여 두어달 연습을 하고 그 중의 누구는 팜플렛을 만들고 그 중의 누구는 무대를 쌓고 하던 그 일들을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 냈었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난관이 많았다.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팀 내에서의 의견 충돌 뿐 아니라, 로고 제작과 선정, 사용되는 음악과 음향의 저작권, 게스트 섭외 등등에 이르기까지 해결책은 없는데 골머리만 앓다가 밤이 새곤 하는 일이 사방에 있었다. 그나마도 런칭 직전인 이 시점까지 완전히 흡족하게 해결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언제나와 같이 결과물은 성에 차지 않는데, 거기에다 어릴 때에 비해 시간과 기회는 줄어들었고 대처할 수 없는 위기의 수는 늘어났다. 지금 나는 12회차 녹음을 준비하고 있는데, 고작 여남은 번의 녹음  동안 프로그램 구성이나 타게팅 청취자와 같은 중요한 설정조차 몇 차례 바뀌었는지 모른다. 런칭 후에도 멤버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멤버 교체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거센 악플이나 오랜 무관심 등에 지쳐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래도, 창대한 의도나 찰나의 성과보다는 조용한 꾸준함이 일이 되게 하는 데에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걸 마음에 거듭 새겨가면서, 되도록 오랫동안 노력해 보려고 한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이렇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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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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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62016.02.16 21:27

 

 


 

내가 요새 가장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은 가칭 <방과후 수업>이라는 팟캐스트의 준비이다. 정확한 런칭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는지 등등은 또 한 차례 정리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고. 오늘은 3회 녹음 날 음악감독 '맥주후요정'이 좋은 카메라를 가져와 현장 분위기를 잘 담아 주었기에 일기에 몇 장 올려둔다.

 

 

 

 

 

 

 

3회차 녹음에서 가장 큰 변화라면 지금까지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스튜디오에서 행해오던 녹음을, 홈레코딩 시스템을 구입하여 중곡동의 내 집에서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녹음 전날, 팟캐스트의 기술 감독을 맡고 있는 신각이와 함께 낙원 상가에 갔다. 여러 기능을 가진 믹서기와 마이크 여섯 개를 샀다.

 

 

 

 

 

 

 

 

전문가들이 보면야 이제 몇 개의 목소리 겨우 담을 수 있을만한 준비를 마친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자꾸 쳐다보고 사진도 찍고 싶어지게 되는 물건이었다. 식비나 세금, 책을 구입하는 돈 등을 제하면, 최근 몇 달간 개인적으로 쓴 돈을 다 합친 것보다 비싼 값을 치루었지만 사서 들고 오는 내내 뿌듯했다. 이러려고 돈을 버나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술감독 신각이. 이 날은 게스트의 한 명으로 출연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동분서주 바빴다. 공식적인 첫 출연이라 그냥 녹음만 해도 긴장됐을 텐데 아직 새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캐스트들까지 일일이 챙겨주고. 와중 다른 게스트의 캐릭터를 만들어 주려고 살신성인의 개그전략까지 하는 등, 언제나 빛나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오긴 했지만 이 날은 특히 수훈갑이었다. 

 

 

 

  

 

 

 

도환 형. 3회 녹음의 소재는 장강명의 <열광금지, 에바로드>였다. 작품의 소재 중 하나가 '오타쿠'와 '에반게리온'이었기 때문에 내 주위에서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가장 분명하게 정의하는 분이라 게스트로 모셨다. 십수 년을 써오고 있는 일기에서 수차례 언급했지만, 친형이 없는 내게 가장 친형에 가까운 이이다. 그래서 다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언젠가 생산적인 작업을 함께 해 보자고 약속에 약속을 했던 사이라, 마침 내가 자리를 만들어 형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러고 보니 내 사진도 오랜만에 올리는 것 같다.

 

 

 

 

 

 

 

 

<방과 후 수업>의 보석 원준이. 기획의도부터가 다소간 무겁기 때문에 최대한 즐겁게 전달하는 것이 매 회마다의 핵심 과제인데, 프로그램에 잔망스럽고 귀여운 색을 부여하는 데에 정말 보석처럼 활약해 주고 있다. 다만 이 날은 처음 맡겨진 메인 엠씨의 부담감을 끝내 다 떨치지는 못하고 앞으로 좀 더 나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하게 만들며 녹음을 마쳤다.

 

 

 

 

 

 

 

 

장비를 구입하면서까지 홈 레코딩을 시도한 것은 무엇보다 편안한 녹음 분위기를 추구하기 위함이었는데, 장시간의 녹음에 도움이 될 쿠션, 등베개 등의 준비는 다소간 부족했지만 어쨌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면서 무사히 녹음을 마칠 수 있었다. 한번에 하나씩만 시도해도 쉽지 않을 여러 변화가 한 번에 이뤄졌고 또 작품 선정과 게스트 섭외에 있어 난항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3회 녹음은 우리에게 생각할 점들을 남겨주기만 해도 만족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 편집을 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긴 하지만 - 다행히 한 회차 분으로 살릴 수 있을 만큼이 나와줬다.

 

 

 

 

 

 

 

아무튼 신각이의, 다 끝난 뒤 후련한 웃음을 마지막 사진으로 전하며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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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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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3.07.04 20:34

 

 

 

 

 

 

작년인 2012년 12월에 치루어졌던 제 18대 대통령선거는 명백히 사자(死者)들 간의 전투였다. 몇 차례의 선거

 

 성공적으로 이끌기는 하였으나 자신만의 정치 철학이나 구체적 정책 비전을 보여준 적은 없었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의 정무적 경력은 있으나 실질적인 정치 이력은 전무하였던 민주통

 

합당의 문재인 후보. 인물만을 놓고 보자면 그간의 대선 구도에 비해 다소 심심할 수도 있었던 이 선거가 그토록

 

치열한 경쟁과 정쟁을 거쳤던 것은, 이들이 이른바 '박정희 정신'과 '노무현 정신'의 가장 적확한 대리인이자 구

 

현자라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5대부터 9대까지 직선과 간선을 포함하여 총 다섯 차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실질적으로 권좌에 있었던 시간

 

은 무려 19년. 해방 이후 남한 정치사에 있어 약 3할에 달하는 기간 동안 제왕적 권위를 누렸던 박정희 전 대통

 

령이기에, 한국 사회에 그가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추론이다. 따라서 보다 주목되는 특이점은, 87

 

제 이후 선출된 5명의 단임제 대통령 가운데 특별히 박정희 정신의 대척자로 호출된 16대 대통령 노무현

 

이라 하겠다. 역사적 맥락에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척되는 인물이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야말로 그 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적격이며, 3당 합당 이전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일정 부분의 지분은 있다. 그러나 18대 대선은 굳

 

이 노무현을 불러 일으켜세웠다. 시대가 그에게서 강력한 '상징'의 힘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상징'의 내용, 곧 '노무현 정신이란 무엇인가', 조금 더 쉽게 고쳐 '노무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자연인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은 각각 표상하는 가치와 그 성취에 대한

 

평가가 서로 엇갈리며 또한 논쟁적이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그의 자살 이후로 어림잡아도 수십 종의 관련 서

 

적이 출간되었지만 그들 각각이 나름의 맥락을 따로 가졌던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그 위에,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지도 반 년이나 지나서 또 한 편의 이야기가 얹혀졌다. 2013년 6월 출간된 이동형의 <바람이 불면 당신

 

인 줄 알겠습니다>이다.

 

 

 

 

이 책은, 부동의 1위였던 <나는 꼼수다>가 떠나고 난 팟캐스트 시장에서 아주 낮은 순위로부터 출발해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근현대사 대담 프로그램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의 '노무현 특집' 편 원고를 수정

 

하여 출간한 것이다. 작가의 서문에 따르면 해당 에피소드는 방송 3일만에 프로그램의 에피소드들 중 처음으로

 

백만 다운로드를 넘겼고, 이를 지켜본 출판사 측에서 원고를 책으로 펴 내자고 제안했다 한다.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를 잡아내어 호스

 

트 세 명이 대담 형식으로 살펴보는 팟캐스트 방송으로, 현재까지 총 43개의 에피소드가 발행되었다. 우리 사회

 

와 내 삶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는데도 잘 모르고 있던 사실들을 다시 알려주는 '의미'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만, 흥행의 보다 주요한 요인은 쉬운 설명과 효율적인 구성, 그리고 감성적 접근으로 이루어진 '재미'일 것이다.

 

 

 

 

이 책의 모태가 되었던 '노무현 특집' 편은 그 가운데에서도 감성적 접근이 극대화되었던 에피소드였다. 대통령

 

당선의 장면에서 곧바로 퇴임 후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구성은 이러한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지자들 사이

 

에서도 평가가 갈리는 '대통령 노무현', 즉 참여정부 시기의 공과에 대한 설명은 일단 차치하고, 자연인 노무현

 

과 정치인 노무현의 매력과 비극적 운명을 십분 재조명하는 성격이 분명했던 셈이다.

 

 

 

 

활자화 된 책에서도 이러한 기획은 그대로 이어진다. 1부 '떳떳하다면 굴할 이유가 없다'에서는 탄핵과, 퇴임 뒤

 

귀향과 거기에 관련된 논란들, 그리고 검찰의 조사와 자살이라는 세 가지의 사건을 언급하는 것으로 첫 발을

 

뗀다. 셋 다, 자초한 것도 일정 부분 있겠으나 그가 비주류였다는 것이 보다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사건들이

 

다. 비록 대통령직과 관련된 사건들이기는 하지만, 강조되었던 '비주류'는 자연인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의 주

 

요한 약점이자 한편으로 정치적 자산이기도 한 특색이었다.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의 인물 평전 형식 에피소드들이 대체로 연대기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

 

고려해 보면, 이와 같이 생애 말기의 사건들, 그것도 그의 약점 때문에 겪어야 했던 비극적 사건들을 일부러 맨

 

처음에 배치한 것은, 노무현에 관한 다방면적 팩트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자연인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을 추

 

모하고자 하는 이들을 감성적으로 위무하고자 하는 구성이라 보는 것이 옳겠다.

 

 

 

 

2부부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연대기적으로 그의 삶을 밟아나간다. 2부 '정의를 믿는다면 세상은 살 만하다'

 

에서는 출생과 성장, 그리고 변호사 시기의 활약을 다룬다. 3부 '역사는 진실을 다잡는다'에서는 정치 초년에 대

 

해 다루는데, 그 중에서도 그를 전국적 명사로 만들어 주었던 5공 청문회와, 3당 합당 전후의 이력을 주로 언급

 

한다. 4부 '포기하고 싶을 때 희망은 온다'에서는 생전의 그가 가장 좋아하였다는 '바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지

 

역주의에의 도전과 실패의 과정을 자세히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5부에서는 2002년 극적인 과정을 통해

 

대선 후보가 되었던 민주당 경선과 대통령 당선의 장면, 그러니까 그의 정치적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여

 

준 뒤 바로 자살 하루 전날의 밤으로 넘어간다. 실제로, 책에서 승리의 순간과 비극적 장면이 한 쪽 안에 함께 담

 

겨 있다. 이 아찔한 낙차는 감성적 접근이라는 이 책의 특성을 절실히 실감케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력에서 언급된 사건들도 사회, 역사에 끼친 영향력보다는 그의 매력이 더 잘 빛나는 건들이

 

언급되었고, 구성 또한 이러한 집필의도를 잘 뒷받침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울러 본문에 삽입된 사진

 

들 또한 내용에 잘 조응할 뿐만 아니라 채도와 명도가 높으며 크기 또한 큼직큼직하여, 기획의도에 공감하는 독

 

자라면 독서의 감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리하면. 이 책은 노무현 사후에 출간된 관련 서적들 가운데 가장 감성적인 평전이자 가장 정성스런

 

제문(祭文)이다. 위에까지는 되도록 객관적으로 소개하려 애썼는데, 자연인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에 큰 애정

 

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실제 독서를 하면서 몇 차례나 울컥울컥하게 되는 대목들이 있었다. 언급된 팩트들만으

 

로도 그러하나, 방송의 어투가 그대로 들리는 듯한 입말체로 작가가 내리는 평이 또한 직설적이고 시원해서 더

 

욱 그랬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정갈하고 객관적인 팩트를 원하는 분, 자연인 노무현이나 정치인 노무현에게 비

 

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불쾌한 독서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 분들에게는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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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쏘냐

    언젠가 서점에서 [운명이다]를 집어들어 읽다가 참지 못하고 끅끅거린 일이 있습니다. 그냥 사서 나오면 됐을 것을 처음 몇장이나마 읽어보잔 것이 그렇게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분을 떠올리는 것조차가 힘이 들어 지레 그만두고 마는 비겁자가 된지 오래지만 서평이 새삼스레 반가워 인사를 남깁니다. 어쩌다 발견했던 블로그인데 일기글이 좋아 즐겨찾기에 두고 종종 찾고 있습니다. 덧글이 실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3.07.07 04:00 [ ADDR : EDIT/ DEL : REPLY ]
    • 오히려 감사한 일입니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독후감이라, 읽는 이들 가운데 불쾌함을 토로하는 답글을 다는 사람이 있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 생각하고 사과해야지, 하는 각오를 하였는데 도리어 반가운 댓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7.08 15:5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