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

19. 하여튼 으깨먹기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네덜란드 음식이 세계를 강타한 적이 없다는 건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닐 겁니다. 간 단한 음식 정도라면 세계의 여기저기에서 드문드문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맛있는, 제대로 된 네덜란드 요 리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퇴근길에 맛있는 네덜란드 요리 하나 사 와요!"라든지, "SoHo에 새로 생긴 그 네덜란 드 레스토랑 진짜 한 번 꼭 가 봐야 돼!" 같은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절대로 없을 겁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든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곳으로 가든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곳으로 이민을 가든지, 아무튼 그런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기만의 요리법을 한 번도 퍼트리지 않았던 걸까요? 그럴 일이 없었죠! 네덜란드에서 이민을 간 정착민들조차도 새로 간.. 더보기
저는 잘 지냅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서울의 한강 이남에서 제야의 밤도 보내보고. 꿈자리가 사나운 것이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나랏님의 정책 따라 밥줄도 오명가명 하지마는. 그래도 살아서 뜨신 바닥에 엉덩이 지져가며 맛있는 거 먹고 있 으니 잘 살고 있지 못하다는 말을 할 도리가 없다. 그런 고로 이 블로그에서는 참으로 드물디 드문 먹부림 사진 으로 새해 안부와 근황을 함께 전한다.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고구마를 사다가 쪄 먹는다. 추사랑처럼 변비에 걸리면 곤란하므로 김치와 함께 먹는다. 누가 만들었는지 아무튼 지옥행 급행열차의 1등석은 따 놓은 당상인 햄버거도 먹는다. 감자튀김과 베이컨, 치즈 가 패티이고 빵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닭튀김이 차고 앉았다. 먹고 있으면서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말로만 듣던 이마트.. 더보기
황교익/정은숙, <서울을 먹다> (따비. 2013. 3.) 짬이 나면 '초능력이 두 개만 생긴다면 무엇을 택할까', '딱 한 곡, 내가 작곡하고 부른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 떤 노래를 고를까' 따위의 잡상까지도 마다 않는, 그래서인지 때이른 흰머리가 장마 뒤 잡초처럼 쑥쑥 잘도 나는 천성이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잡상 계의 수퍼스타는 어쩐지 내 마음을 잡지 못했 다. 사람은 그때그때의 깜냥, 그러니까 능력과 그릇, 딱 그만큼의 지식과 품성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어차피 그 때 모르고 있었던 거라면, 미래에서 내가 슝 하고 날아가 붙잡아 앉혀 놓고 일일이 가르쳐 주더라도, 제가 직접 생각하거나 겪기 전까지는 크게 깨닫고 몸에 새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 정도의 애매한 각오라면 모르고 살았던 것의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로를 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