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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약간 들어갈 자리가 아닌 데에 '약간'을 넣어 말하는 이를 만나게 되면 무척 불편하다. 생각해 보면, 딱 맞는 단어를 생각해 내기가 어렵다거나 혹은 정도나 빈도를 특정하기 어려울 때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조금 (좀)'의 자리에 들어가고 있고, 두 단어 사이에는 사전적인 의미로도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니, 딱히 어색한 활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불편한 것은 단지 낯설기 때문인 것일까. 고민이 된다. 더보기
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당신은 이미 읽혔다> (흐름출판. 2012,11.) 경험이 쌓일수록, 관심을 갖고 생각을 해볼수록, '대화'에서 정작 말이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도중은 둘째 치고 심지어 대화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 람과 그가 말할 내용에 대한 일정량의 정보를 구비해 놓는다. 얼마 전 시청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이다. 제작진은 '실험자'에게 한 번은 단정하고 검소한 차림 을 하게 하고, 한 번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명품을 걸치게 한 뒤 각각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거리로 나 가서 시민들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가 어떤 사람일지, 그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을지, 그의 말 을 믿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설문을 행하였다. 옷을 입은 사람은 동일한 사람이고, 표정, 자세.. 더보기
피터 챈키지, <자연 모방> (에이도스. 2013, 3.) 천문학을 제하고는 도대체 몇 년만에 읽는 과학책인지 모르겠다. 독서의 폭이 좁아지는 것에 신경을 쓰던 차에, 한 온라인 서점에 '4월은 과학의 달'이라는 표어가 붙어있길래 그렇다면 과학책에 도전해 보자! 하고 고른 책. 먼저, 저자가 결론부에서 정리해 놓은 이 책의 핵심주장을 옮겨보자. 1. 말은 고체물리적 사건처럼 소리 난다. 2. 음악은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소리 난다. 3.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와 음악이 자연을 흉내내도록 설계한 문화적 진화 덕에, 즉 자연 응용 덕에 현대인이 되었다. 누워서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상체를 반쯤 일으키며 '진짜?'라고 외쳤다. 그런데 왜 나는 전혀 처음 보는 주장 같 지?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책의 9할 정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독서를 마친 것이다. 수험생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