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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

3일차 - 젖어봅시다 나오시마 지난해 11월에 교토를 찾았을 때에는 겨울이라 그랬는지 3주 가량 체류하면서도 비 걱정이 없었다. 이번의 여행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씨부터 체크하는 것이 습관 됐다. 2015년 4월 10일 금요일. 여행 3일차의 아침. 이층 침대에서 내려다보니 폭우 소리가 들리고 창문은 온통 어둑어둑하다. 뱀부 빌리지에는 조식이 제공된다. 빵과 커피는 무한정으로 먹을 수 있지만 냉장 보관이 필요한 잼과 물은 양심껏 먹어야 한다. 주인이 상주하지 않고 별채에 머물면서 이따금 드나들기 때문인 것 같다. 나오시마에 관한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팁은 식당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잼 못 먹어 죽은 귀신처럼 잼 반 빵 반 해서 몇 번씩 구워 먹었다. 세토 내해를 바라보는 .. 더보기
2일차 - 3. 배워봅시다 나오시마直島 목적지인 나오시마에 대해 잠깐 설명하고 넘어갈까 한다. 설명이 좀 길어질테니 나오시마, 메세나, 안도 다다오 등의 단어에 별달리 흥미를 갖지 않은 분은 읽지 않고 지나가셔도 좋다. 나오시마는 세토 내해瀨戶 內海에 위치한 섬이다. 위 지도에서는 '세토 나이카이'라는 글자 중 '카'자 근처에 위치해 있다. 세토 내해는 시코쿠四國, 혼슈本州, 큐슈九州의 큰 세 개의 섬에 둘러싸인 일본 최대의 내해이다. 규슈 뿐 아니라 대륙의 문물을 교토 지방으로 연결해 주던 해양 운송의 중심지로 수많은 항구취락이 발달한 지역이다. 운송업 뿐 아니라 벼농사와 연안어업이 가능하여 오랫동안 흥성을 누렸던 기록이 있다. 섬의 이름이 나오시마로 된 데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12세기에 스토쿠천황崇德天皇(이 글에서는 고유명사로 .. 더보기
최석영, <혼신의 힘> (인물과사상사. 2014,2.) 한 사람의 삶이나 한 사회의 역사는 부단한 인과관계의 결과물이다. 수백 수천 종의 학문적 연구와 체험의 증언 등을 통해 재구해 낸 '실체'조차, 진짜 실체에 얼마나 근접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를 호령한 제국의 황 제가 실은 어릴 적 친구들보다 훨씬 작은 자기의 고추를 보고 심한 열등감을 느껴 패왕의 길에 나섰을지도 모르 는 것이고, 온 나라를 뒤흔드는 정치적 사건이 한 갑남을녀의 '썸'으로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한 순간의 표정, 혹은 단 하나의 사건만으로 '실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의외의 지점들이 있다. 내내 선량하게 웃고만 있던 정치인이 정적들의 강한 공격에 윗입술을 까뒤집으며 짜증과 적개심을 드러낼 때, 우리는 그의 '밑바닥'을 본다. 계엄령 선포, 서울 10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