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업

고맙다 겨울방학 때 또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2학기 내에서의 수업은 한 차례 끝나게 되는 한 반의 마지막 수업에서 받았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며 느낀 바를 각기 쪽지에 써서 유리병에 담아주었다. 딱히 쓸 일이 없거 나 쓰고싶지 않은 일이 있거나 해서 특히 일기 카테고리는 비워두는 날이 점점 많아지는데, 이런 일을 써두지 않 으면 무엇을 쓸까 싶어 적어둔다. 값비싼 레고도 자주 받다보면 어느샌가 익숙해지는데 마음만은 받고 또 받아 도 언제나 기쁘다. 고맙다. 업데이트. 일기를 쓰고 나서 다시 한번 하나하나 펼쳐 읽다가 마음에 남는 쪽지가 있어 따로 올린다. 인상을 남기려는 전략이었다면 성공했음을 알린다, 오바. 더보기
종강 마음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수업을 듣는 입장일 때에는 아무리 재미없고 관심이 가지 않던 강의라도 마지막 시간에는 저마다 나름의 소회가 생기는데, 강의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면 무척 인상깊고 즐거웠던 수업이라 할 지라도 마지막 퇴근길 또한 여느날의 퇴근길과 마찬가지로 저녁 반찬에 대한 고민 이상의 무엇이 생기기 어렵 다. 굳이 더 꼽아보아도 다음 학기까지는 출근 안 하네 정도가 다일텐데. 이번 학기에는 전반기에 두 반, 하반기에 두 반, 총 네 반을 가르쳤다. 그 중 하반기에 강의를 했던 두 반 중 한 반의 학생들이, 1학기의 마지막 강의였던 오늘, 수업이 끝난 뒤 선물로 롤링페이퍼와 호두파운드 롤케익을 주 었다. 실력으로야 일천하지만, 마음의 경력으로라면야 음식 선물 정도에 일희일비하는 시점은 참여.. 더보기
얇은 흰 선 고전 번역원의 수업을 듣는다. 오후 2시부터 4시 45분까지 하나, 잠시 쉬었다가 6시 반부터 9시까지 하나, 이렇 게 다섯 시간 쯤을 월요일과 금요일 두 번 듣는다. 생계를 위해 교실에는 늘 있어 왔으되 칠판을 바라보고 앉는 것은 못해도 2년여 만의 일이다. 저쪽과 이쪽을 가 르는 것은 작게는 단지 쳐다보는 방향일 뿐인데 마음에는 전에 없던 여러가지 갈래가 생긴다. 책 아래 숨겨둔 스 마트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위아래로 놀린다든지, 선생님 말씀 중에 좀 듣기 싫거나 재미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위와 같은 낙서를 하고 있다든지, 수업 중에는 필요한 부분만 적당히 필기하다가 시험 범위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빛내며 쓰고 있다든지. 모두, 내가 강단에 서 있을 때라면 눈에 걸리는 즉시 일갈을 날리던 짓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