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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

고맙다 겨울방학 때 또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2학기 내에서의 수업은 한 차례 끝나게 되는 한 반의 마지막 수업에서 받았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며 느낀 바를 각기 쪽지에 써서 유리병에 담아주었다. 딱히 쓸 일이 없거 나 쓰고싶지 않은 일이 있거나 해서 특히 일기 카테고리는 비워두는 날이 점점 많아지는데, 이런 일을 써두지 않 으면 무엇을 쓸까 싶어 적어둔다. 값비싼 레고도 자주 받다보면 어느샌가 익숙해지는데 마음만은 받고 또 받아 도 언제나 기쁘다. 고맙다. 업데이트. 일기를 쓰고 나서 다시 한번 하나하나 펼쳐 읽다가 마음에 남는 쪽지가 있어 따로 올린다. 인상을 남기려는 전략이었다면 성공했음을 알린다, 오바. 더보기
제자들에게 물이라는 것은, 가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다 채우고 나서야 다시 흘러 큰 바다[四海]로 나아간다. 당장에 무용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인생에는 훗날의 언젠가를 위해 묵묵히 채워야만 하는 시간들이 있다. 오후 무렵 홈페이지에 갑작스레 방문 수가 늘어나서 무슨 영문인가 추리를 해 보았는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지난 학기 강의를 했던 고등학교의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라는 사실이었다. 맞는지 아닌지야 알 수 없 는 노릇이지만, 틀린 추리라 할지라도 힘든 시험을 끝내고 연어처럼 선생에게 돌아오는 제자들에게 도움 되는 한 마디를 보내는 것이 무어 해가 되랴 싶어, 마침 공부를 하고 있던 맹자 중의 한 귀절을 뽑아 붓으로 쓰고 간 단한 그림을 그렸다. 고등학교 2학년, 인간으로서 보내는 그들의 마지.. 더보기
종강 마음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수업을 듣는 입장일 때에는 아무리 재미없고 관심이 가지 않던 강의라도 마지막 시간에는 저마다 나름의 소회가 생기는데, 강의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면 무척 인상깊고 즐거웠던 수업이라 할 지라도 마지막 퇴근길 또한 여느날의 퇴근길과 마찬가지로 저녁 반찬에 대한 고민 이상의 무엇이 생기기 어렵 다. 굳이 더 꼽아보아도 다음 학기까지는 출근 안 하네 정도가 다일텐데. 이번 학기에는 전반기에 두 반, 하반기에 두 반, 총 네 반을 가르쳤다. 그 중 하반기에 강의를 했던 두 반 중 한 반의 학생들이, 1학기의 마지막 강의였던 오늘, 수업이 끝난 뒤 선물로 롤링페이퍼와 호두파운드 롤케익을 주 었다. 실력으로야 일천하지만, 마음의 경력으로라면야 음식 선물 정도에 일희일비하는 시점은 참여.. 더보기
뽑기 강의를 나가는 고등학교는 교문부터 건물까지 꽤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갑자기 볕이 좋았던 어느 날, 겹겹이 껴입고 나간 옷 탓에 난 땀을 한차례 식히려고 교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그간 백 번도 넘게 지 나다녔을 교문 앞 문구점의 뽑기룰 보았다. 뽑기라고 하면 쇠국자에 설탕과 소다를 섞어 구운 간식거리를 가리 키기도 하고, 큰 도화지에 엄지손 정도의 접힌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하나씩 떼어내 그 안에 적힌 상품을 수령하는 사행성 상품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나는 뽑기라면 역시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장난감 따위의 제 품이 담긴 캡슐이 나오는 이 기계가 떠오른다. 기본이 200원. 내가 어릴 때에도 보통 100원이었었는데, 액수로 쳐도 얼마 안 오른 것이고 배율로 쳐도 고작 두 배 정.. 더보기
메일 정리를 하다가 지난 여름의 강의 사진을 찾았다. 매일 아침 출근해야 했던 방학 중 방과후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 신이 나서, 학 생들에게 잠시 포토 타임을 준 뒤 찍은 사진을 내 메일로 보내도록 하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에는 소정의 상 품을 지급한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장을 올린다. 당일 수업은 한중록과 사씨남정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