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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

150509,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번 그림의 원화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밟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본과 똑같은 표지를 사용한 알라딘 단독 판매 수첩에서. 그닥 비싸지도 않고 몹시 마음이 끌리는 표지이긴 하지만 집에 이미 안 쓰는 수첩이 많아서 사기가 꺼려졌다. 먼저 써야 할 수첩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중이라 하나하나 다 쓰고 나면 이 수첩은 종이가 누래진 다음에나 제 순서를 받을 것 같아서. 

 

생각해 보면 표지 안의 수첩은 어디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그냥 수첩이니, 말하자면 마음에 든 것은 오로지 표지 때문 아니었겠나. 그럴 바엔 그리면 그만이지. 마음 먹고 나서 보니 모양도 실루엣이라 선을 따기 쉽겠고 색도 두 개 뿐이라 칠이 어렵지 않겠다 싶었다.

 

 

 

 

 

 

 

 

슥슥 슥슥. 나는 꼬리가 두꺼운 고양이를 좋아한다. 원화보다 약간 두툼하게.

 

 

 

 

 

 

 

 

고양이는 검은색이니 덜 어두운 배경색부터 먼저 칠했다. 어두운 배경과 흰 고양이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대로 둘까 잠깐 고민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아크릴 물감은 두텁게 칠해서 질감을 나타내는 데에도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얼마나 두텁게 칠해야 질감이 표현될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위의 그림은 질감이 표현되도록 보정을 거친 것이고, 본래의 그림에서는 넉넉하게 칠한답시고 거듭 칠했는데도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야 질감이 그 그림의 인상적인 특성이 될 정도로 표현될까 검색을 해보니, 붓으로 칠하기보다는 팔레트 나이프로 물감을 푹푹 떠서 바르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음 시간의 도전 과제는 팔레트 나이프. 물감 값이 걱정이긴 하다.

 

 

 

 

 

 

 

 

오늘도 일용할 허영심을 채워 주신 어플느님 감사합니다.

 

 

 

 

 

 

 

그림 뒤에는 소설의 결말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마지막 문단을 발췌해 적어 넣었다.

 

 

 

나는 죽는다.

죽어서 이 평화를 얻는다.

평화는 죽기 전에는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미아미타불.

아아 고마운지고 고마운지고.

 

 

 

그림은 엉뚱하게도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로 갔다. 예뻐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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