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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

130515, <춘원과 구보>

 

 

 

 

 

 

 

 

 

 

 

 

 

현대 한국소설을 강의할 때 사회와 작가가 작품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항상

 

춘원 이광수의 <무정>과 구보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수업을 시작한다. 직접 작품을 논하기 전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가정 환경, 인생관 등을 설명하는 데 꽤 긴 시간을 보내는데, 이 때 사진이나 영상

 

등을 잠시 보여주는 것은 수강생을 집중시키는 데 꽤나 효과가 있다. 물론 계속 띄워놓으면 강사인 내가 아닌 화

 

면으로 주의가 흘러가서 방해가 되는 탓에, 어지간히 수업 분위기가 어지럽지 않은 이상 좀처럼 쓰지 않는 일종

 

의 극약 처방인 셈인데. 

 

 

 

이번 학기에 나가고 있는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중간고사가 끝난 뒤 가르치는 반이 바뀌었다. 큰 흐름을 잡

 

아놓아서 작은 애드립 하나로도 수업 분위기를 잡을 수 있게 된 반을 떠나, 다시 얼굴 하나 모르는 새 반의 문을

 

열고 걸어들어갈 때의 느낌은, 마치 수해가 지나간 밭에 첫 호미를 꽂는 농부의 심정과도 같다. 그렇지 않아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곤란함이 있는 판인데, 부쩍 더워진 날씨에도 에어컨은 아직 나올 줄 모르고, 그

 

나마도 두 반 중 한 반은 체육 수업의 다음 시간이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이나 열성과 관계 없이 열악한 환경이라, 되도록 수업에 흥미를 갖게 할 장치가 뭐 더 없을까

 

하다가, 내 머리속의 '광수 형'과 '태원이 형'의 이미지를 그려서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 옆의 이면지를 끌어다가

 

장난삼아 슥슥 그려봤다. 결과야 딱히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래도 모의고사나 풀고 기출문제나 외우던 애들한

 

테라면 강사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소소한 재미와 함께 수업을 준비하는 내 정성도 어느정도 전달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진짜로 보여줄지 아닐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은 당장 이번주와 다음주의 수업에 해당하는 춘원과 구보의 얼굴을 스케치해 보았는데, 다음 번부터는 소설

 

의 배경이 되는 사회 모습이나 등장 인물들을 형상화한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내 공부와

 

독서도 해야 하니 오늘은 일단 과정의 첫걸음을 정리해서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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