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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인생

2007년 3월, <라디오의 시간> 일본의 츄오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가 있는 김신각 선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 ost를 구했 다는 일기(http://shingak.tistory.com/122)를 올렸다. 은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데뷔작으로, 그 가 쓰고 연출하였던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것이다. 1997년 일본 아카데미에서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고 우리 나라에는 라는 제목으로 2000년대 초반에 개봉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술먹고 연극하 고 연애하던 천둥벌거숭이 시절에, 넋을 놓고 이 영화를 보던 기억이 난다. 무척 재미있었고, 눈물이 아주 많이 났었다. 스물여섯의 겨울에 제대하고 다음 해 연극부로 돌아와, 신입생과 갓 2학년으로 올라간 학생들이 대부분인 상황 에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맡게 됐다. 그 때 골라든 것이 이었다. 사실 꼭 그 작.. 더보기
힙합에 이 한 몸 바치리, for real 다짐했었던 십 년 전의 사진. 이제의 나는 중산층에 편입되고자 미드 템포의 재즈를 듣는다. 거울을 볼 때마다 특히 입꼬리가 점점 내려가 나이들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던 차에, 김정운 박사의 강의 가운 데 '한국 남자는 웃지를 않아서 볼이 일찍 처진다'는 말을 듣고 좀 웃고 다녀야 되나 어쩌나 고민이 됐다. 아버지의 생 신을 축하하기 위해 들른 인천에서, 방의 서랍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십 년 전 공연의 팜플렛. 심술맞게 생긴 건 나이 탓이 아니었구나, 하고 살던 대로 살기로 했다. 안 웃기면 안 웃고 말지 뭘. (큰 상관 없지만) 오늘 있었던 작은 일화 하나. 상경하기 위해 삼화고속엘 탔는데, 건너편 좌석 쪽에 앉은 여성이 아주 큰 소리로 무슨무슨 보이프렌드라는 가사가 끊임없이 나오는, 정말 끊임없이.. 더보기
2001년 가을, 연극과 인생 제 17회 정기공연 <대머리 여가수> 대학로에서 를 관람하고 와 어제의 일기를 쓰고, 10년 전 내가 이 연극을 하던 때 연출이셨던 경호 형 에게 예전 생각이 난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메일에 세 장의 사진을 첨부해 답장을 주셨다. 공연 중에는 촬영을 자제해 주길 부탁했고, 사실 그 때엔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남아 있는 지 궁금하지만 아무튼 크게 기뻤다. 위 사진은 소방대장의 등장 장면으로, 벨이 울리면 사람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에서 마침내 승리한 스미스 부인과 마틴 부인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좌절하는 마틴 씨의 내면 연 기가 빛난다. 본명은 셜록 홈즈인 하녀 메어리의 주제넘은 등장. 마틴 부부와 스미스 부부가 마뜩찮아하는 가운데 소방대장은 그의 '첫 불을 꺼 준' .. 더보기
연극과 인생 제 27회 정기공연 &#039;라디오의 시간&#039; 연출의 글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갠지스 강가에서 머물며 산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로 소요하던 나는 며칠 전부터 눈여겨 보던 보트를 흡 족하게 그리고는 신이 나서 걷고 있었다. 거리에서 산 인도옷의 허리춤에는 인도피리가 꽂혀져 있었고, 짐이라 고는 바지끈에 매달아 놓은 숙소의 열쇠 뿐이었다. 화장터를 지날 무렵 강가에 앉아 있던 늙은 힌두교 사제가 그 쪽으로 가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 보다가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가 되자 ‘너는 참 행복해 보이는구나’라고 말을 건네왔다. 이전의 나였다면 멈춰 서서 감사의 인사를 하든지, 혹은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겠지만, 그날의 나는 웃음을 짓거나 멈추지도 않고, 자신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는지조차 의식하지 못 한 채, 마치 들이마쉰 숨 을 내뱉는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그렇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