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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슬픈 인연 학교 옆에 살고 있고 고향은 인천이라 내 소유의 탈 것에는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가, 몇 년 전 갑작스런 사춘 기처럼 오토바이에 흥미가 생겼던 때가 있었다. 자태를 뽐내는 사진들을 누비다가 마침내 만난 첫사랑은 일본에 서 온 벤리라 했다. 편리(便利)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라는데 일본말 같기도 하고 이탈리아 말 같기도 한 묘한 어감까지 마음에 들었다. 벤리는 팔색조였다. 제일 흔한 흰 색 말고도 이런 색이나 이런 색을 입을줄도 알았다. 모두 잘 어울렸지만, 내 마음을 전량 인출해 간 것은 빨간 드레스. 예쁜 것만 해도 귀한데 출시량도 많지 않아 몸이 달아 못 살 지경이었다. 그냥 길가에 세워 놓아도 이런 자태. 다른 사람들은 그냥 예뻐 보여서 예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더 욱 예뻐 보이는 이.. 더보기
120721, <인도사이다> 한 그림을 그려서 두 개의 카테고리에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좀 치사스런 일이긴 하지만, 에 올리는 것 은 곧 뒤로 밀릴 터이라 이왕에 그린 것 에도 한 날에 올린다. 스쿠터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꿈을 꾸고 나서 그린 그림. 꿈 속에 나왔던 것은 베스파 스타일이었지만 벤리와 함께 한 번은 꼭 그려보고 싶었던 모델인 줌머를 그려봤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탈 것을 사게 되면 아마도 차를 사겠지. 그렇게 타고 싶으면 이십 대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한 번쯤 타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사춘기 없이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이 느낄 법한, 애매한 후회 같 은 감정이 지나간다. 붉은 낙타가 또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구나. 더보기
백일몽 팬티만 입고 새벽 바람을 맞아가며 책을 읽다가 여름 감기에 덜컥 걸려들어, 기력 회복을 위해 팔자좋게 대낮 에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대사막에서, 양 편으로 거대한 산맥이 끝도 없이 이어진 사이로 한가닥 구불구불 뻗은 길을, 카우보이가 말 타듯이 스쿠터를 타고 계속해서 달려가는 꿈이었다. 수십 년 전의 비디오 게임처럼 똑 같은 장면만이 이어지고 이따금 굴러오는 건초 더미를 피해서 천천히 달리기만 하는 것인데도 무척이나 평온하 고 또 즐거웠다. 전혀 모르던 장소에 가고 싶다거나, 장애물 없이 시원하게 좀 달려보고 싶다는 것은 요새의 무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하여도 그리 틀린 말이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몇 시간이고 달리면서 '인도 인도 인도사 이다 사이다 사이다 노땡큐' 노래를 흥얼거린 것은 무슨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