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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도서관에서 멍때리며 도서관 3층을 휙휙 걷던 도중, 무언가가 무의식 중의 시선을 붙잡는 바람에 지나쳤던 길 그대로 뒷걸 음질 종종 쳐보니 빈 서가에 콘돔이. 십여 년의 재학 중 문과대에 안 간 달은 있어도 도서관에 안 간 달은 없고 그러니만큼 어지간한 별꼴달꼴은 다른 학생들보다 더 보았으려니 했는데. 얼마전 어떤 칼럼에서, 외식할 돈도 영화볼 돈도 모텔 갈 돈도 없는 요즘의 2,30대 미혼에게 연애는 (자취방에서 하는) 섹스다, 라는 글을 읽은 적 이 있었다. 돈이 없으면 섹스로밖에 서로 보듬어줄 수 없는 그 비루한 청춘에의 연민과 풍자가 담긴 홍보물이 었을까. 오늘은 1211, 투표일이 여드레 남았다. 더보기
피터 노왁,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이것이 전부다. 문화비평가 이택광 교수의 추천사 중 일부를 인용한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현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류문명의 자산이 실은 포르노, 전쟁, 패스트푸드라는 '나쁜 것들'을 통해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엉뚱해 보이는 이런 생각은 저작 동원하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인 설득력을 획득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세 범주는 각기 독립적이라기보다 상호 관련성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이것이 전부다. 저자는 공들인 조사를 통해 위의 주장의 사례들을 계속해서 나열하되, 그것의 선악을 판단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미 익숙한 사물이나 기술 등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기쁨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별다른 목적 없이 흥미만을 .. 더보기
치가 가즈키, <노자의 변명> 먼저 한 줄 감상. 정가 만 이천 원. 사서 봤더라면 피눈물을 흘릴 뻔 했다. 이천 원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아까와 서 맑은 눈물 정도는 났을 것이다. 읽는 내내 를 읽던 때의 기분이 생각났다. 애당초는 전공 서적 중 하나로 생각하고 접했던 것이다. 대학원에서의 내 전공은 한국 한문학이지만, 한국의 한 문학자들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담론과 발상의 근원으로 삼았던 것은 대부분 중국의 고서들이라 나는 기실 중문 학 쪽의 책들을 공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이러한 고서에 있어 한문 공부의 전통적 방법론은 '(모르더 라도) 백 번을 읽다보면 뜻은 자연스레 드러나기 마련이다(讀書百遍意自現)'인데, 천성이 꾀바른 나는 항상 더 쉽게 배울 길은 없는지, 더 재미있게 해석해 놓은 책은 없는지 눈을 희번덕거린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