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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신촌을 떠났다 지금은 이사를 하고 맞는 첫 토요일의 아침.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을 기억의 재료 삼아 간단히 정리해두려 한다. 이사 일주일 전. 광명의 이케아 가서 휩쓸어온 가구들이 배송됐다. 그 가운데 혼자서 조립할 수 있어뵈는 것은 미리 좀 해두기로 했다. 손맛도 익힐 겸 스툴부터 조립해봤다. 요런 박스에 담겨있는 것을 까내어 하나하나 맞춰나가고 마침내 완성된 형태의 물건이 나타나면 스스로가 일등 목공이나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연극부 때 무대 만들던 실력 어디 안 갔구만, 하는 개인적인 소회도 덧붙는다. 이것이 패착의 지름길이다. 다음 난이도인 티 테이블에도 도전해본다. 내가 쓸 일은 없고 이따금 방문할 손님용으로 산 것이다. 물건의 크기만 커졌지 조립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그 사실을 통찰하기란 .. 더보기
18. 생일엔 셀프 케잌 네덜란드의 사무실에 가보면, 분명히 과자나 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이 크면 클수록, 수상쩍게도 케잌 은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타나 있지요. 단 걸 너무 좋아하는 후한 인심의 상사가 가져다 놓은 것일까요? 아니요. 이건 사실 생일마다 케잌을 먹는, 아주 사랑스러운 네덜란드 식 전통입니다. 나이가 적든지 많든지 말 이예요. 이건 참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렇죠? 하지만 여기에도 네덜란드 식의 괴상한 비틀기는 있습니다. 바로 자기 생일엔 자기가 케잌을 사 가지고 와야 한다는 것이죠! 네덜란드에선 자기의 특별한 기념일에 다른 사람이 케잌을 사 오도록 하는 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 다. 정말 명심해야 할 것은, 직장에서 이런 전통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슥 지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선 안 된 다는.. 더보기
10. 생일 축하 살면서 이렇게 황당한 적이 없었어요. 처음으로 한 네덜란드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던 것은 네덜란드에 산지 1 년이 좀 안 되었을 때의 일이었죠. 그건 네덜란드에서 하는 첫 사교 활동이기도 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생일을 맞 은 애의 친구들이 나에게 막 오더니 갑자기 껴안으면서 세 번의 뽀뽀를 해 댔어요. 주변에서는 열정적으로 '축하 해Congratulations!'라고 외쳐댔죠. 나는 얼떨떨하게 웃었어요. 진짜 이상했거든요! 뭘 축하한다는 거야? 나는 최 근에 있었던 좋은 일들을 속으로 떠올려 봤어요. 아, 그렇지! 승진을 했지! 저 사람들이 그걸 알고 축하를 해 줬 구나, 하고 생각했죠. 거실로 가니까 이번에는 친구의 엄마가 와서 인사하고 축하를 해 줬어요. 네덜란드어 특유의 'g' 발음으로 '흐뻴 리시띠.. 더보기
생일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 아닌 사람으로부터 미역국을 받았다. 스무 살 이후로는 집에서 생일을 보낸 적이 거의 없 고, 또 생일 앞뒤로 해서 고향인 인천을 찾는다 하여도 미역국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 탓에 엄마도 잘 끓이 지 않는 편이라, 생일날 미역국을 받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의 일이다. 일기에 나만의 기쁜 일, 독자는 공감하거 나 재미있어 할 수 없는 일을 적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려 하지만, 서른 넘어서는 정말 몇 번 없었던, 태어나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라 시치미 떼고 다른 일기들 사이로 슥 끼워넣는다. 더보기
라이방 책과 레고 말고는, 비싸거나 말거나 나는 딱히 갖고싶은 물건이 없는 편이라 대체로 편안히 지낸다. 와중에 오래 전부터 갖고 싶었으나 엄두 내기 어려웠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마음 속 비밀이었던 라이방. 칠십 년대나 팔십 년대 등의 옛 사진에서, 자세나 머리가 구식인 것은 보았어도 라이방이 빛나지 않는 것은 보지 못했다. 서른두번 째의 생일에 받았다. 첫번 째 라이방. 태어나길 잘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Buon compleanno, la lana. 안 놓을거야. 더보기
120730, <잠도 오지 않는 밤에> 7월 30일. 태어나 주어 고맙다. 더보기
생일 오늘 밤이 넘어가면 만으로 서른. 경건한 마음으로 자축하며 낙지를 그렸다. 더보기
본 꼼쁠레아노, 까멜로.  낙타가 나오는 영화를 찍고 있다. 아무데나 침을 찍찍 뱉는 고약한 성격에, 낙타 주제에 가끔 보면 껌을 씹고 있질 않 나, 출신도 사막 횡단 등의 대업(大業)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잔심부름 용이었던 듯 하지만, 그래도 내 영화에선 당 당한 주인공. 애초의 사업 계획서는 아이폰으로 찍은 단편이었는데 들어간 제작비 뽑으려면 아이맥스에 걸어야 하게 생겼다. 아무튼, 새로 그린 그림이니 언젠가 '화첩' 카테고리에도 올릴 것이지마는 오늘이 마침 낙타의 생일이라 일기 장에 먼저 올린다. 생일 축하해, 낙타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