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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펜

091105, <미제> 거의 두 달만에 그린 그림이다. 진중권 씨의 에서, 기하학적 도형과 같은 전통적 구성으로 짜여져 있는 그림은 보는 이에게도 안정감을 주지만 무엇보다 그리는 이가 더 쉽게 그릴 수 있다는 부분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과연 사실일까 싶어 '머리-오른발 끝-왼발의 무릎'을 세 꼭지점으로 갖는 이등변 삼각형의 구도인 사진 을 골라 이 그림을 그려봤는데, 과연 백지 위에 처음 비례를 잡을 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 하게 시작을 할 수 있었다. 한동안은 얼굴 그림이 아니라 수평, 삼각, 사각 등의 구도를 갖는 인체를 주로 그려 보려고 한다. 아울러 그림을 그려 사진으로 찍고 난 뒤 그 화일을 다시 한 번 포토샵으로 조정하는 작업을 연습해 봤다. 쓸 줄 아는 메뉴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 원작과 큰 차.. 더보기
090810, <최대호> 중이 제 머리 못 깎고 점쟁이가 제 운수 보다가는 급살맞는다는 말처럼, 그간 수 차례 시도하였으나 좀처럼 성 공하지 못했던 자화상. 그나마 이번엔 엇비슷하게 나와서 과감히 올려본다. 더보기
사실은 찬 바람 불려 하면 도지는 고질병 파마하고싶어가 꿈틀대는데, 석사 종합시험을 통과한 지성인으로서는 차마 행하기 어려운 파격인 탓에 그림이라도 그려 마음을 달래려다 죽도 밥도 안 된 결과가 나와 얼굴만 발췌한 것. 그림으로조차 파마는 이제 인연이 글렀단 말인가. 이상욱 자칭 교수님은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아프로를 하고 다니는데. 지도교수님 안 계신 틈을 타 확 저질러 버릴까 어쩔까. 더보기
090810, <홍영지님> 선 몇 개로 완성. 날로 먹었다. 이것이 내 예술의 최종 지향점. 개인적으로는, 만물을 어여삐 내려다보는 당신의 자애로운 심성이 잘 표현된 점에서 수작으로 평가하고 싶은 작품이다. 더보기
090809, <여름방학> 하얀 구름의 선명한 경계가 '하늘색'의 하늘과 딱 갈라진다. 쓰르라미가 왱왱 울어대는 사이를 걷고 있자니 땀 빠지고 힘도 빠져, 농부들의 노동요처럼 뭔가 중얼거리면 힘이 나겠지 싶어 외우며 걷는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더보기
090709, <リンダ リンダ リンダ> 늦은 가을 밤에, 갠지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숙소의 옥상에서, 맥주 몇 병 따위에 일찌감치 뻗어 널부러진 각국 의 여행자들을 긍휼히 내려다보며, 조선의 주량을 만방에 과시하여 한껏 올라간 입꼬리에 보드카를 흘려넣는 와중에, 술을 마시지 않는 오사카 출신의 대머리 총각이, 항상 메고 있던 기타를 내려, 인도에 온 뒤로 연습하고 있는 곡인데 관객이 되어 주겠느냐며, j-pop이라고는 x-japan밖에 모르던 내 귓전에 들려주던, . 지난 번 mp3를 잃어버린 뒤로 잊고 살다가, 우연히 들었다. 2006년 빈티지의 눈물이 찔끔. 더보기
090705, <Porco Rosso> 방학 중에는 색연필로 채색 연습을 좀 해볼까 싶어, 일단은 원화대로 따라만 그리면 되는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 를 골라 밑선을 그렸다. 점차 익숙해지면 실물도 특징을 잡아서 채색할 수 있겠지. 다음 주 쯤에 신촌 인근의 화 방에 가 색연필을 골라볼 생각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1992년 작, 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그려내는 인물들을 보면, 잘 생기고 예쁜 인물들만 등장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아주 개성적인 외모를 가졌다. 대체로 처음에는 굉장한 거부감이 드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독특한 개성이 오히려 사람을 사로잡아 어느샌가 관련 상품 등을 찾아 인터넷을 헤집고 다니게 된다. 은 주인공인 센의 기묘하게 긴 인중이 마음 에 들지 않아 보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군대까지 다녀온 스물 일곱.. 더보기
090702, <조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는 순간에 꼭 그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2008년 의 조커이다. 당시에는 확실히 추모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것인지, 1년여가 지나 다시 본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그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낼름 낼름. 덕분에 혼자 있을 때에는 언제나 낼름낼름. 윈도우즈 그림판은, 간단한 만큼 편리하기는 하지만 세밀한 맛은 없다. 그 이상의 도구를 쓸 줄 모르는 탓에 울 며 겨자먹기로 쓰는 것 뿐이다. 편안하지 않은 자세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우스로 이리저리 채색을 하다 보면, 머리카락의 끝 방향이라든지, 눈꼬리라든지, 입매의 마무리라든지 하는 부분에서 종종 본디의 밑그림에 비해 투박한 느낌이 나는 결과가 .. 더보기
090626, <미제> 이전에 클림트의 나 를 따라 끄적거린 적은 있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누드를 그린 것은 처음 이다. 팽팽한 곡선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할만 한데, 그 선들이 모여 더욱 아름다운 형체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정 말이지 미적 조형성에 대한 철통같은 의지를 가진 조물주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버릴 수 없 다. 요새 그리고 있는 인물 그림들은 모두 당연히 원화가 있다. 나는 잘 표현되지 않는 부분은 확대해서 그 모양새 를 살펴보기 위해, 원화를 따로 출력하지 않고 노트북의 화면에 띄워놓은 채 그림을 그리는데, 덕분에 이 그림 을 그리는 동안은 연구실의 문이 열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정숙이 필수인 연구실에서, 들킨 자리에서 이것 은 실은 예술 행위이노라 소리 높여 강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고한.. 더보기
090623,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년에 첫사랑과 함께 처음으로 봤던 영화 . 이명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감각적 화면 의 최고봉이었는데 이젠 케이블에서도 안 한다. 만났던 다른 사람들의 생일은 대개 계절조차 희미한데, 첫사랑만은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난다. 인천을 벗어났 을리는 없고, 남구나 남동구의 어디에선가 서른을 바로 앞에 두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느릿느릿 만사 태평하게 잘 살고 있겠지. 생일 축하해. 딱히 그녀의 생일에 맞췄다기보단, 오늘의 내 표정이 저래서 그려봤다. 다른 건 한차례 크게 숨 쉬고 나 혼자 생 각할 수 있는 시간만 주면 대체로 마음이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돈의 파랑은 해가 갈수록 거세 진다. 아니면 내 다리가 약해졌거나. 더보기
090621, <Don Vito Corleone> 군 복무 중이나 인도 여행을 갔을 때처럼, 손이 선을 긋는데 좀 익숙해지면 꼭 그려 보리라 작심했던 '돈' 비토 콜레오네의 그림이다. 생각했던 대로 선이 나가서, 그리는 내내 무척 즐거웠다. 민추 시험이나 중간고사 등을 앞두고 스트레스에서 도피하고자 그렸던 그림들에도 봐줄 만한 것은 몇 개 있었지만, 흠결 하나 없이 스스로 만 족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의 이 영광은, 이와 같은 만족스런 결과가 나올 수 있 도록 큰 압박 건네 주신 최기숙 선생님께 돌린다. 보통의 기말 숙제였다면 제출이 내일 모레인데도 두 시간 이상 한 그림을 붙잡고 있는 것은 꿈도 못 꾸었을 것 이다. 시계를 보고는, 이러다 큰일 나겠네, 슬슬 써 볼까, 싶다가도 막상 쓰려 들면 광야에 알몸으로 내팽겨쳐진 .. 더보기
090621, <허 찬 석사 간사님> 학제 상의 권력으로는 이상욱 박사 간사님의 다음에 처해 있는 석사 간사 허 찬 선생님. 항상 스스로의 재력과 학력에 겸손하여 나와 함께 낮은 곳에 처해 주시는 군자이시다. 이번 그림에서는 옷의 주름을 좀 연습해 봤다. 사람을 그림에 선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고 싶다면 해부학이라 든지, 빛의 비치는 효과라든지 하는 물리 세계에의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한동안 포기 하기로 했다. 되지 않는 일은 일단 미뤄두는 것이 상책. 더보기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1946.8.6-2009.5.23)  더 활짝 웃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데, 능력이 닿지 않았다. 울지 않을란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 달고 태어난 그 한 몸에, 얼마나 터무니 없는 기대와, 얼마나 많은 실 망과, 얼마나 깊은 증오가 실렸는가. 다 내려놓고 이제 가는 길 날듯이 뛰어 가시라고, 어깨에 눈물 한 방울 더 안 얹을란다. 당신에게 한 표를 던질 수 있었어서, 행복했다. 나의 첫 대통령. 안녕, 노무현. 尙饗. 더보기
<이상욱 박사 간사님> 리터칭 당신의 학구열만큼이나 이글거리는 곱슬머리를 표현해 내느라 둘째 손가락에 관절염 났다. 더보기
자화상 리터칭 윈도우즈 그림판. 손가락 아파 죽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