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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뽑기 강의를 나가는 고등학교는 교문부터 건물까지 꽤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갑자기 볕이 좋았던 어느 날, 겹겹이 껴입고 나간 옷 탓에 난 땀을 한차례 식히려고 교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그간 백 번도 넘게 지 나다녔을 교문 앞 문구점의 뽑기룰 보았다. 뽑기라고 하면 쇠국자에 설탕과 소다를 섞어 구운 간식거리를 가리 키기도 하고, 큰 도화지에 엄지손 정도의 접힌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하나씩 떼어내 그 안에 적힌 상품을 수령하는 사행성 상품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나는 뽑기라면 역시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장난감 따위의 제 품이 담긴 캡슐이 나오는 이 기계가 떠오른다. 기본이 200원. 내가 어릴 때에도 보통 100원이었었는데, 액수로 쳐도 얼마 안 오른 것이고 배율로 쳐도 고작 두 배 정.. 더보기
트램폴린 얼마 전 경기도에 사는 선배님 댁에 놀러 갔다가 동네에 있는 트램폴린을 보았다. 부자집 애들이 뜰에 놓고 뛰는 한두 명 짜리 말고 천막 지붕에 쇠파이프 기둥으로 된 구식 트램폴린이었다. 실제로 운영을 하고 있는 트램폴린을 보는 것 은 십수 년 만의 일이다. 차를 얻어타고 이동하는 중이라 사진을 찍거나 내려서 구경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여남은 명 의 아동들이 길길이 뛰어대는 모양새를 쳐다만 봤다. 열 살 무렵까지 살던 연립주택 마을에는 아주 작은 공터가 있었다. 공터래봐야 사실은 건평이 조금 넓은 집터 정도인 데 주위의 건물들이 헐리고 또 올라가는 와중에도 그 터는 내내 비어있어, 뽑기 장수와 잉어엿 장수, 솜사탕 장수들이 낮부터 진을 치고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한가운데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