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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낙서 묶음 셋 딱히 정해진 주제 없이 눈에 띄는 것을 그렸던 예전과 달리 요새는 되도록 사람의 얼굴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영화 포스터의 호아킨 피닉스.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아 누구를 그린 것인지 함구하고 있었는데 흘깃 본 한 학생이 어, 그 영화의 주인공 아니예요, 하고 말해줘서 기뻤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자주 간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사면 문인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비닐 봉투에 책을 넣어 준다. 그 봉투를 들고 수업을 하러 간 날,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문제의 한 제시문에 마침 기형도의 이 나왔길래 신기해하며 따라 그려 봤다. 원래보다 좀 야비하게 그려져서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한창 공사중인 연대 정문 앞에서 만날 사람을 기다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그린 이한열. 그림을 그리고 있던 그 근처에서 죽었던 것이다.. 더보기
낙서 묶음 둘 더보기
낙서 묶음 하나 손바닥다 조금 더 큰 스케치북을 얻었다. 짬이긴 하나 책을 펼쳐놓을 만큼의 상황이 안 될 때에 틈틈이 끄적인 것이 꽤 쌓였다. 나중에 한번에 올리면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스케치북이 반쯤 찬 때에 지금까지 그린 것들을 찍어 보았다. 더보기
150210,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랜만의 아트하우스 모모. 을 보러 바쁜 중에 잠깐 혼자 왔던 것이 마지막 방문이었다. 이날 본 것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판. 일이년에 한 번쯤 무척 피곤할 때, 집에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만화영화를 재생 목록에 쭉 올려두고 음악만 듣는 일은 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십여년만의 일이다. 예전에 재미있었으니 지금도 어느 정도 재미있겠지, 로 생각했는데, 우스운 장면에서는 소리를 내어 웃고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이외로 예전에 보았을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세밀한 감정표현, 풍부한 신화적 요소 등까지 눈에 띄어 무척이나 즐거운 관람이었다. 즐거운 영화를 보았고 또 새로 산 굵은 펜이 있어서 원화를 따라 그려보았다. 선이 반듯반듯해서 치히로(센)보다 훨씬 그리기 쉬웠던 하쿠. 더보기
130312, <드림 카> 얼마 전 지인 중 한 명에게, 지금 당장 드림 카 한 대가 갑자기 주어진다면 어떤 차를 고르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 었다. 지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람보르기니 한 대를 받아서 팔고 모닝을 사겠다고 답했다. 무의미한 공상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례한 답안이었지만 내심으로는 우문현답이라고 크게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을 낼 수는 없었다. 우리는 람보르기니 팔고 모닝을 사고 난 차액이면 서울의 어디쯤에 전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추가 로 토론을 하였다. 질문을 고안하며 먼저 생각했던 나의 답안은 다이하츠의 코펜과 피아트의 친퀘첸토, 그리고 BMW의 미니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셋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까 혼자만의 무의미한 공상 게임을 다시 시작하다가, 십 년 전 쯤이라면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텐.. 더보기
110728, 동물 습작 야생 동물 피규어를 모델 삼아 모나미 볼펜으로 그렸다. 지금까지는 실제 사물보다 사진이 따라 그리기 쉽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그림을 그리면서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실제 사물을 그려보니 그 리기 편한 각도와 빛의 방향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그 사물을 가장 재미있게 그릴 수 있었다. 딸기케이 크의 딸기를 먹는 순간과 같이, 결국 코뿔소라면 옆에서 본 코뿔, 코끼리라면 앞에서 본 코와 귀를 그려보고 자 선택한 피사체가 아니겠는가. 아무튼, 별로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그림을 그리고자 앉은 것이 아니라 잠깐 시간을 보내야 하는 틈에 혼자 즐겁게 그린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럽다. 별개의 이야기인데, 어떤 이의 지적을 받고서야 내가 고래, 코뿔소, 코끼리, 곰과 같은 .. 더보기
인도 여행 중 그렸던 그림 인도를 여행하며 틈이 날 때마다 여행기에 그림을 끄적거리곤 했는데, 집에 있다가 새삼 그 때 생각이 나 사진 첩을 뒤적여 보았다.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중간에 끊긴 것이 마음에 걸려 재개하지 못 하고 있는 인도 여행기도 다시 계획할 겸 해서. 다즐링에서는 추워서 나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림이 많았던 것이고, 역시 갠지스가 그릴 게 많았구나 하고 추억하게 된다. 다시 가고 싶긴 하지만, 돈보다 시간이 더 없어서. 다음은 몽골이다. 삼십대 중반이 되기 전에 꼭 다녀와야지. 북인도를 다시 찾는 것은 최소한 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남인도를 순방한 뒤에야 가능할 테니 언제가 될지 모 른다. 죽기 전에 갠지스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못 봐도 크게 상관없을만큼 이미 마음속엔 충분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