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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방

이찌방 라이방 평일에 나가는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의 강의는 오후 네 시에 시작해서 다섯 시 십 분에 끝난다. 몇 주 전만 해도 퇴근 버스를 타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문득 흐른 침에 놀라며 차창 밖을 보면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집에 들어와 손발을 닦고 앉아도 방 안이 밝다. 그 핑계를 대고, 선물로 받았으나 귀하기도 하고 평생에 써 본 적이 없어 창피하기도 해서 고이 모셔두었던 라이방을 꺼내봤다. 밤새 번역이나 입력 작업을 한 뒤에는 훨 씬 큰 뿔테 안경을 쓰고 다니기도 하니 콧등 위의 무게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선그라스 하나를 쓴 것 뿐인 데, 괜한 웃음이 비직비직 새어나오고, 마치 이십 년치 연봉을 퇴직금으로 받아서 세계를 떠도는 여행객처럼 이 사람 저사람에게 상냥한 인사를 건네 보고도 싶다.. 더보기
라이방 책과 레고 말고는, 비싸거나 말거나 나는 딱히 갖고싶은 물건이 없는 편이라 대체로 편안히 지낸다. 와중에 오래 전부터 갖고 싶었으나 엄두 내기 어려웠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마음 속 비밀이었던 라이방. 칠십 년대나 팔십 년대 등의 옛 사진에서, 자세나 머리가 구식인 것은 보았어도 라이방이 빛나지 않는 것은 보지 못했다. 서른두번 째의 생일에 받았다. 첫번 째 라이방. 태어나길 잘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